코로나 스쿨혁명 2-8
긴 머리와 짧은 머리의 경계도 사실 애매하다.
학생부장 시절 퇴학명령을 내린 학생 부모님이 불복하여 재심에 이어 행정심판이 열렸다. 10여명의 심의위원들이 사안에 대한 평결을 내리기에 앞서 교칙에 의해서 고등학교 3학년인 학생을 11월에 퇴학시키는 것이 합당한 일이냐고 내게 물었다. 당연히 합당하다고 대답하니 변호사로 참석한 심의위원이 민사소송으로 올라가면 교칙에 의해 학생을 퇴학시킨 행위가 헙법상 무효판결을 받을 수 있어 나에게 불리하다는 것이었다. 만약 그렇다면 학교에서도 학생들을 헌법으로 다스리지 굳이 힘들게 교칙을 따로 만들어 다스릴 필요가 있을까?
근대 공장이 생산의 효율을 높이려면 오류율을 낮춰야했고 이를 위해 다양한 규정과 규제가 필요했던 것처럼 학생들도 대량으로 교육하다보니 교사 혼자 통제가 어려웠기에 규정과 규제가 필요했던 것이다. 법도 마찬가지 아닌가? 소수의 지배자가 다수의 피지배자를 통치하기 위해 만들어진 장치다. 당시 학생은 비행의 정도가 심한 수준이었지만, 사실 학생규정이라는 것이 애매하고 비현실적인 것이 너무 많다.
여학생 용의복장 규정만 해도 그렇다. 화장을 하지 말라고 명시하면서 썬 크림은 된다고 허용한다. 비비크림과 썬 크림의 경계를 어떻게 구분해야하나? 그뿐 아니라 만약 학생들이 화장하는 것이 불법한 일이라면, 왜 학생들에게 화장품을 판매를 금지하지 않는가? 술과 담배처럼 청소년 판매금지를 내리고 법적으로 다스려야할 일이다. 그러나 교칙으로만 정하다보니 경계도 애매한데 법적 효력까지 약해 아침마다 교문에서 여학생들과 실랑이가 벌어지곤 했다. 긴 머리와 짧은 머리의 경계도 사실 애매하다. 그리고 짧은 머리가 너무 짧아지면 또 반항으로 읽혀서 낙인찍힌다.
기업이 지난 300년 동안의 경영 패러다임에 갇혀 새로운 변화를 꾀하지 못하고 있는 것과 교육이 같은 패러다임 안에 있는 것은 대동소이하다. 그런데 코로나 스쿨혁명으로 판이 깨져버렸다. 아이들이 학교에 오지 않으니 기존의 학교 생활규정은 휴지조각이 되고 말았다. 그렇다면 이제 학교의 조직과 규정은 어떻게 발전해 가야할까? 교직원 조직부터 학생들 학급 조직, 그리고 동아리와 학생자율회의까지 모든 조직체계에 대한 다시 생각하기가 필요한 시점이다.
좀 더 느슨한 조직! 유튜브 채널 책추남의 나비 스쿨!
책추남은 꿈을 꾼다. 책을 통한 교육운동으로 미운 오리새끼가 백조가 되는 그날을 꿈꾼다.
책추남은 유튜브 채널 [책추남TV]를 운영하며 영성의 시대에 인생의 진정한 성장과 변화를 촉진시키는 학교를 꿈꾸는 북 큐레이터이자 북튜버다. 책추남의 네이버 카페 또한 “진정한 변화와 성장을 위한 스쿨 까페”를 표방하고 있다. 네이버 카페 회원도 3000명에 육박하지만, 유튜브 채널의 구독자수가 70000명을 돌파할 정도로 그가 꿈꾸는 나비스쿨은 파급력이 대단하다.
본 장에서 책추남을 소개하는 이유는 책추남 자신의 ‘자기선택’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싶어서다. 학교기관과 같은 견고한 조직이 없어도 혼자서 자기선택에 의해 좋은 책을 함께 나누자는 취지에서 유튜브 채널을 시작했고, 이것이 씨앗이 되어 나비스쿨이라는 학교 모델로 구체화되기 시작했다. 온라인상의 카페 스쿨은 회원들의 참여도와 프로그램 단계에 맞춰 1학년부터 4학년까지 스쿨 시스템으로 디자인되어 참가자들의 더 적극적인 참여를 유도해내고 있다.
좀 더 느슨한 조직의 온라인 학교라고 할 수 있지만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나비스쿨의 프로그램을 선택하고 수업료까지 내면서 찾아오는 학교라는 점에서는 매우 강력한 교육효과를 낳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정량화된 통계 수치로 그 성과를 표시하는 것은 어려울지라도 한번 인연이 된 사람들은 나비스쿨의 프로그램을 차근차근 단계별로 밟아간다는 점만 보아도 성공적인 교육효과를 내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책추남이 카페의 카테고리를 평생교육으로 잡은 것도 코로나 스쿨혁명 이후 미래 사회의 교육 비젼과 잘 맞닿아 있다는 생각이다.
학교의 조직이 강력하다고 해서 아이들의 학습 성취도가 올라가는 것은 아니다. 교육의 출발은 무엇보다 동기부여가 핵심이다. 그런 점에서 책추남은 좋은 책을 읽고 그 안의 지혜를 사람들과 나누는 선한 의지를 통해 누군가를 감동시켰거나 위로했고, 그것이 동기가 되어 책추남 나비 스쿨에 입학하는 학생들이 계속해서 늘어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느슨하지만 강력한 시스템이다. 책추남 나비스쿨은 추후 교육적 발전이 매우 기대되는 온라인 교육시스템이다. 그런가 하면 아예 규칙이 없는 조직도 있다. 넷플릭스다.
넷플릭스의 규칙 없음
산업계에 지각 변동을 일으키며 코로나 이후 가장 많은 수익을 올린 공룡기업 MFANG 중 하나인 넷플릭스의 리드 헤이스팅스는 그의 저서에서 넷플릭스의 성공 비결로, ‘자유와 책임 문화’를 꼽는다. 넷플릭스엔 규칙이 없다. 정해진 출·퇴근 시간이나 근무 시간이 없고 휴가와 경비에 관한 규정, 결재 승인 절차도 없다. 말단 직원도 자유롭게 의사를 결정해, 수십 억짜리 계약서에 직접 서명한다. 상식을 뒤엎는 파격적인 행보! 바로 혁명이다.
그들이 코로나 시대에 세계 최고 가치의 기업이 된 것은 너무나 당연하다. 집콕으로 영화를 본 사람들이 많아서 기업의 수익이 올라가기도 했겠지만, 기존 상식의 틀을 깼기 때문에 기존의 사고로는 성장할 수 없는 4차산 업혁명의 기수가 되고 있는 것이다. 새로운 물건은 새 보자기에 담아야 맛이다.
넷플릭스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인재 밀도(Talent Density)
자유와 책임(Freedom and Responsibility)
통제가 아닌 맥락(Context)이다.
특히 창조성을 강조해 왔다.
리드 헤이스팅스는 창의적인 시대에 변화를 극대화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는 점을 들어 규정과 규제를 없애고 그때그때 상황에 적절한 변화와 능동적 자세를 가지고 기업을 운영할 수 있었다고 한다. 상황의 적절함은 붓다가 불법에서 중도를 말씀하실 때 쓰는 말이거니와 주역이 전해주는 변화되는 우주만물의 진리에 대처하는 사람들의 처세이기도 하다. 규칙과 규제가 없고, 창의성과 변화를 인정하고, 자기선택에 의한 책임만을 묻는 기업문화가 어찌 잘되지 않을 수 있겠는가? 내가 원했던 바의 학교문화다. 넷플릭스가 다큐멘터리를 집중적으로 제작하여 교육콘텐츠 산업에 주력하고 있다는 말을 들었다. 영상콘텐츠는 이미 교육 그 자체다.
단언컨대 '규칙 없음'의 여러 가지 변화를 도입하여 시도하는 기업은, 누구보다 빠르게 시대를 선도할 수 있게 될 것이라 확신한다.
조직 또한 새로운 사회의 상식과 시스템에 맞춰 바뀌어야한다.
어쩌면 앞으로 학교 조직도 이렇듯 느슨하거나 규정 자체를 제로 상태로 다시 시작하는 것이 맞지 않을까? 사회의 상식이 바뀐 만큼 기관 내부의 조직 또한 새로운 사회의 상식과 시스템에 맞춰 바뀌어야한다.
온라인 등교가 계속되는 상황이라면 교원 수급에 대한 플랜도 달라져야하고, 안내 방송 중심의 방송실들은 대대적인 스튜디오 촬영장으로의 변환 또한 시급하다. 물론 학교 행정업무의 부서배치 또한 새롭게 구조화 되어야할 상황이다. 만약 능동적인 학교장이 있다면 행정 명령이 내려오기 전에 자체적으로 벌써 새로운 조직 개편에 대한 플랜을 잡고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왜? 바뀌지 않고 기존 조직 시스템으로는 학교가 교육기관으로 정상 운영되기는 너무 어려운 상황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넷플릭스와는 반대로 코로나 이후 조직의 시스템을 온라인으로 전면 개편하면서 더 촘촘한 조직으로 더 많은 규칙을 만들어서 성공적인 수행 교육 공동체를 만들어가는 사례도 있다. 바로 불교수행공동체인 정토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