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를 변화시키는 독립적인 생활관 교육

코로나 스쿨혁명 2-10

by 김은형


학생들이 학교생활을 통해 원하는 것은 관계 속에서의 공감과 공유다.

학생들이 학교생활을 통해 원하는 것은 관계 속에서의 공감과 공유다. 바로 우리의 삶 속에서 인간의 품격을 가지고 존중받으며 인간으로서의 예의를 갖춰나갈 수 있는 삶의 기술이 필요한 것이다. 그래서 더욱 미래 사회 교육이 대안이 될 교육은 사람을 사람으로 대접하고 존중하며 자신을 알아가는 인문학적 관점이 중요하다. 학생들이 속한 집단 내에서의 관계의 회복이나 자존감과 정체성을 확장을 돕는 것이 교육이 아닐까? 그렇다면 학생들이 가장 많이 머무는 공간인 가정과 학교를 교육의 장으로 다시 자리매김해야한다.


그들의 일상 속에 교육적 코드를 깊이 이식 시켜 습관적인 사고와 습관적인 행동의 틀을 바꿔야한다. 이를 위해서도 학생들이 ‘일상’ 속에서 놀이와 노작활동, 또는 집안일 등을 하면서 자연스럽게 배움을 키워나가는 라이프스타일 교육이야말로 코로나 이후 교육의 대안이라 할 수 있다. 일상 속에서 융합적이고 총체적인 앎을 스스로 발견하고 배워나가는 것이다. 단순한 습관이나 전통의 훈련이 아니라 클래식한 문화나 정신적 스타일을 기반으로 하여 자신의 색에 맞게 새로운 삶의 스타일을 창조해 나가는 주체적 학습태도를 학생들은 가정과 학교, 또는 다양한 동아리와 공동체 활동이라는 일상을 통해 배워 나가야한다.


온라인 등교 시대를 연 코로나 이후 온오프 쌍방향 학습이 이어질 경우 맞벌이 부부의 경우 아이들을 돌본다는 것이 쉽지 않을 뿐만 아니라 아파트와 같이 닫힌 공간에서 덩치가 커진 중고등학생 자녀들과 장시간 함께 있다 보면 그나마도 질풍노도의 시기를 겪고 있는 그분들의 심사가 사나워질 수도 있다. 물론 반대의 경우는 더 극한이다.


아이들도 중학생 정도가 되면 자신만의 온전한 독립 시스템을 갖게 해주는 것이 현명하다. 만약 에프터 스콜레처럼 1년 정도 기숙사생활을 하면서 인생설계학교를 다닌다면 학생과 학부모 입장에서는 다양한 교육적 성취를 얻을 수 있다. 일단 그분들이 집을 떠나있는 주중에는 집이 평화롭다. 그리고 돌아오시는 주말에는 서로를 존중하고 아껴줄 수 있는 감정의 여지가 충만하다. 윈윈 작전이다. 다만 기숙형 학교가 늘어날 경우 기숙사 사감 시스템 등 교사들에 대한 다양한 지원책도 마련되어야함은 당연한 수순이다. 일단 라이프스타일교육적 관점에서 코로나 스쿨 혁명 이후 학교의 변화를 기숙형으로 설정하고 삶의 기술을 배워나가는 현장교육의 이점을 중심으로 제안하고자 한다.


근대화 시기 개화파들은 여성은 어머니며 스승이라고 했다.

한국 학교의 라이프스타일교육은 서당에서부터 비롯되었다고 할 수 있으나 근대에 설립된 여학교 생활관에서 진행된 생활교육이야말로 코로나 이후 대안이라 할 수 있는 라이프스타일 교육의 뿌리라고 할 수 있다. 근대화 시기 개화파들은 ‘어린 아이들은 10세 이전에 언행과 동정을 배우니 여성은 어머니며 스승’이라고 여성교육의 중요성을 말하기도 했다.


물론 당시 생활관의 설립 의도는 여성을 모성과 가정노동에 헌신하는 ‘현모양처’로 성장시키기 위한 예법과 예절이 기본 교육과정이었다. '여학교는 계집아이의 체신 발달함과 살림에 반드시 필요한 보통지식과 재주를 가르치는 것으로써 본뜻을 삼는 일'이라고 규정한 1899년 대한제국 정부의 여학교관제 제1조와 다를 바가 없는 것이었지만, 학교에서 일상생활에 필요한 다양한 삶의 기술을 교육과정으로 직접 실습하며 체험교육을 진행한 것은 본서에서 제안하는 기숙형 인생설계학교의 라이프스타일 교육과 형식은 매우 유사하다고 볼 수 있다.


근대 여학교 생활관의 교육목표는 무엇이었나?

한국민족문화대백과에 따르면 생활관(生活館)은 급변하는 생활환경으로 인하여 가정교육의 기능이 약화됨에 따라, 여학생을 올바른 가정관과 가치관을 가진 ‘현숙한 한국여성’으로 성장시키기 위해 가족관계·식사관리·의복관리·주생활관리·기본생활습관·전통예절·여가선용·심성도야 등을 주요 과목으로 교육하였다고 한다.


‘현숙한 한국여성’이란 그야말로 '복종하는 여성으로서의 현모양처를 말했다. 1956년 제정된 ‘어머니의 날’도 끊임없는 희생과 인내가 어머니의 미덕임을 각인시키는 계기가 되었음은 물론 현 시대의 여성들조차도 현모양처에 대한 왜곡된 환상을 가지게 되는 기반이 되었다.


대한제국 시기의 여학생 생활관의 실습과 지도 일과표는 식단 짜기, 다과상 차리기, 이불깃 시치기, 식기소독, 과일 다루기, 양 식탁 다루기 등이 주를 이루었다. 이를테면 살림꾼으로서의 기술을 익히기 위한 것이었다.


현모양처의 여성상에서 벗어나 적극적으로 사회 참여를 하거나 가족의 생계를 위해 본인이 선택하지 않은 노동에 착취당하는 여성들은 신여성, 자유부인, 전후파, 양공주, 공순이, 식모 등으로 불리며 비난받았다. 현재도 왕성한 사회활동을 하며 리더십을 발휘하는 여성들을 ‘쎈 언니! 쎈 여자!’라고 부르며 비아냥거리는 풍조가 만연한 것과 다르지 않다.


7080 추억의 여학교 생활관 교육

어쨌든 근대화 이후 여학교에서부터 시작된 생활관 교육은 80년대까지 여자고등학교 생활관에서 지속되었다. 내가 고등학교 때 받았던 3박4일의 생활관 교육도 요리와 가정예절 등으로 구성되어있었고 마지막 날엔 엄마들도 모두 한복을 입고 학교로 오셔서 큰절을 받으셨다. 근대 이후부터 진행된 여학교의 생활관 교육은 그 교육 목표가 여성을 억압하고 수단화시키는 목표를 가지고 있기는 하였으나 여성들은 더 많은 삶의 기술을 교육받고 활용함으로써 현대사회의 빠른 변화에 남성 보다 더 뛰어난 적응력으로 여권사회를 주도해가고 있다.


만약 지금 지구에 커다란 재앙이 닥쳐서 모든 문명의 혜택을 포기해야하는 지경이 된다고 했을 때 남성과 여성 중 누가 더 빨리 적응하고 살아남겠는가? 보나마나 여성이다. 이렇게 생각해보니 근대의 생활관 교육 또한 여성들에겐 전인적 인간으로 성장할 수 있는 삶의 기회였다고 볼 수도 있겠다.


학교에서 실제 삶에 필요한 삶의 기술을 가르친다는 것은 이런 의미다. 누군가에게 의존하지 않고 스스로 독립된 주체로서 자신의 당당한 삶을 살아가는 자립 기반을 만든다는 것이다. 남성들은 결혼 후 편안한 생활을 하지만 요리와 기타 등등 생활에서는 아내에게 의존적이다.


만약 코로나 이후 학교에서 몇몇 대안학교에서처럼 아이들에게 기숙형 생활관 운영으로 직접 삶의 기술을 익히도록 교육한다면 독립적인 인재 양성의 목표에 더 많이 도달할 수 있을 것이다.


교과서 없는 프로젝트 학습 ‘행복 레스토랑’

‘행복 레스토랑’은 교과서 없이 교과와 창의인성 및 진로교육까지 융합한 1년 프로젝트학습으로 대덕전자기계고등학교 대안교실에서 이루어졌다. 인간 삶의 토대가 되는 의식주를 주체적으로 생산하고 지속 가능한 것으로 가꿔나갈 때 지구위에 선 인간인 호모 사피엔스는 좀 더 먼 미래를 꿈꿀 수 있다. 그러나 가정환경이 허락하지 않는 경우 삶은 피폐하거나 무기력해진다. 꿈이 없고 미래를 생각하지 않는 아이들을 비난하기 전에 그들이 꿈꿀 수 없었던 환경이나 배경을 먼저 물어야하고 빈틈과 결핍을 지원하는 것이 교사와 학교의 역할이다.


행복교실은 바로 이러한 교육적 배경 하에 탄생한 대안교실이다. 하필이면 레스토랑이라는 주제를 선택한 것은 참가한 학생들이 배가 많이 고픈 아이들이었고, 먹는 것 자체를 위안과 사랑으로 받아들였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레스토랑이라는 주제 자체가 가진 융합적 성격 때문이다.


레스토랑 하나가 운영되려면, 공간 미술은 물론이고 멋진 음악과 좋은 차와 음식, 아름다운 가구와 품격 있는 매너와 서비스는 물론 손님의 식사예절까지 일상의 삶을 구성하는 의식주의 코드들이 빼곡히 담겨 있었기 때문이다. 아이들에게 너희들을 계몽하고 교육시킨다는 부담감을 주지 않으면서도 사실은 엄청난 양의 총체적 학습을 할 수 있는 프로젝트 학습이었고 당연히 학습 성과는 탁월했다.


나를 변화시키는 품격 있는 일상의 아름다움!

‘행복레스토랑’은 습관의 힘을 이용한 인내력과 통제력 키우기, 문화예술교육 프로그램을 통한 치유 및 사고력 키우기, 삶의 목표의식 함양을 통한 진로교육 및 동기유발. 인문학 기반의 인성교육 및 정서지능 높이기, 학생 개인의 삶의 질 향상 및 삶의 기술 훈련을 통한 행복지수 높이기 등을 학습방향으로 하여 1년 과정의 프로젝트 교육으로 진행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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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레스토랑’이 학교 현장에 가져 온 변화 중 가장 큰 것은 본래 프로그램 목표대로 참가자들의 위상의 변화였다. 플랜A의 일반 교육과정에서는 늘 소외되고 열등생으로 낙인찍혔던 참가자들이, 플랜B 대안교육 진행과정인 ‘행복레스토랑’에서는 오히려 프로그램의 내용이나 교육 맥락에 따라 학교의 행사나 교육활동을 주도해나가는 교육주체로 상위 위계를 점거하기 시작했다. ‘성적’이라는 하나의 관점과 내용에서는 부각을 나타내지 못했던 학생들이 감춰진 재능과 능동성으로 자신의 존재감을 소외학생에서 학교 행사의 중심인물로 스스로 전환시킨다는 점은 매우 유의미한 일이다.


자신의 존재감이 학교에서 없어서는 안 될 위치라고 생각한 순간부터 학생들의 권력구조는 바뀌게 되고, 이러한 위계의 전복은 사실상 성적중심의 불평등 관계에 밸런스를 부가하여 대등한 관계로의 발전을 가능하게 한다는 사실을 ‘행복레스토랑’ 사례로 확인할 수 있었다. 365일 내내 점심시간에 학교를 오던 지각대장들이 새벽 6시 30분부터 행복교실에 불을 환히 밝히고 교사를 기다리고 있다는 현실은 참 비현실적이었다. 만약 행복레스토랑을 기숙형 대안학교에서 진행했다면, 훨씬 더 많은 변화를 이끌어낼 있었을 것이다.


코로나 스쿨혁명의 실체

코로나로 학교는 이미 혁명의 시대에 들어섰고, 그 혁명의 한 손에는 클래식한 슬로우 라이프를 주도하는 농기구가 들려있다. 이제 학교에서는 아이들에게 삶의 기술을 가르쳐야하고, 부모들이 다하지 못했던 일상의 배움들을 보충해주어야 한다. 그리고 그를 통해 아이들이 독립주체로서 부모는 물론 타자에게 의존하지 않고 휘둘리지도 않는 삶의 주인이 되도록 교육해야한다.


교육이 종교성을 띤 수행적 관점으로 일상의 습관을 자기주도적 교육훈련으로 가져가야한다고 제안은 했으나, 세상 모든 가정의 세상 모든 아들과 딸들은 모두 잠꾸러기임을 너무나 잘 알고 있다. 그리고 아이들은 부모님이 자신을 조금 더 재우고 싶어 한다는 마음도 안다. 그래서 집에서는 기도시간이 되면 발딱 일어나는 수행자적 훈련이 쉽지 않다. 그러나 학교 기숙사나 생활관에서는 함께 일어나는 친구가 있기에 가능하다.


세상 모든 일에는 음양의 양면이 있다. 코로나 스쿨혁명으로 새로운 교육과 학교시스템을 제안하는 나의 아이디어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해결되지 않는 문제란 없다. 다시 생각하고 또 한발짝 걸어나가면 된다. 그리고 또 문제에 봉착하면 또 해결하고 또 걸어 나가는 거다. 이러한 태도야말로 코로나 스쿨혁명의 실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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