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강권을 돌리는 아침 18

금강권 돌리기 프로젝트 58 - 61

by 김은형

금강권 돌리기 프로젝트 58. 동쪽에서 해가 뜨면, 서쪽에선 해가 진다. (2018.10.8.월)

컴퓨터 초기화면 가득 조각배들이 줄지어있고

화면 끝으로는 해가 지고 있다.

그리고 그 위에

“사진이 마음에 드시나요?”라는 글귀가 눈에 들어온다.

사진이 마음에 든다.

사진 속 조각배에 등불을 밝히고

고요한 수면 위에 평화롭게 표류하고 싶다.

하지만 나는 지인이 선물로 보낸 카키색 새 양말 신고

금강권을 돌리며 방바닥 위를 표류한다.

출근을 서두르다 아침엔 600개의 금강권을 돌리고

땀나게 바쁜 업무를 기분 좋게 마친 뒤

동쪽에서 떴던 해가 서쪽으로 기울 무렵

국화 향기 맡으며 400개의 금강권을 다시 돌린다.

동쪽에서 해가 뜨면, 서쪽에선 해가 진다.

이제 금강권 돌리기는

해가 뜨고 지는 것처럼

너무나 당연한 나의 일상이 되어버렸다.


“금강권 돌리기가 마음에 드시나요?”

방바닥을 표류할지언정

아침부터 몸도 마음도 평화롭고 청쾌하게 열어주니

즐겁지 아니한가?

금강권 돌리기 프로젝트 59. 휴일의 늦잠 (2018.10.9.화)

늦잠자고 일어나 뜻하지 않은 휴일의 게으름을 맘껏 누린다.

그래서 행복하다.

나는 오늘 출근할 뻔 했다. 얼마나 근면한 직장인인가? 하하하

요요마를 들으며 요것조것 딴 짓도 해가며

쉬엄쉬엄 금강권을 돌린다.

집 앞 숲에서 떨어지는 낙엽들이 마치 요요마의 첼로 선율에 맞추기라도 하듯이

점선면으로 차원을 바꿔가며 우아한 유선형을 그리며 땅으로 떨어진다.

나뭇잎의 마지막 삶의 춤은 그토록 다차원적이며 아름답다.

요요마 옆에서 점퍼차림으로 춤을 추는 파핀 댄서의 모습 또한 우아함의 극치다.

물론 집에서 게으름을 부리는 나 또한 다차원적 우아함의 절정?

늦잠 (낮잠일까?) 자는 딸아이의 하얀 방문은 그지없이 고요하고

어젯밤 끓여놓은 김치찌개와 닭 가슴살 구이는 이미 차려진 만찬이며

세탁기는 우아한 주인의 삶을 위해 정신없이 돌아간다.

그러니 어찌 오늘의 이 게으름이 넉넉하고 우아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금강권 돌리기도, 그림도, 글쓰기도 모두 놀이로 전환되는 느린 시간의 마술 !

눈꼽 낀 눈으로

하루 종일 방콕하며 책을 읽거나

서성거리거나

커피를 마시거나

무엇을 해도 좋은,

느리고 한가한 시간 자체가 우아하고 아름다운 가을 아침이다.


KakaoTalk_20201106_042410575_12.jpg


금강권 돌리기 프로젝트 60. 엔젤 인 어스 (2018.10.10.수)

5시45분!

어짜피 늦었다 생각하고 이불을 다시 뒤집어쓰고 눈을 질끈 감자마자 카톡 진동벨이 울린다.

유럽 성지 순례중인 주연샘이 파티마 성지에서 나와 딸아이의 영육간의 건강과 평화를 위한 기도예물을 올렸다며 인증 샷을 보낸 것이다.

벌떡 일어나 감사의 톡을 보내니

“ 선생님을 위해 기도하는 사람이 어디 저 하나 뿐이겠어요? 하지만 성지 가는 곳마다 선생님을 위해 기도드렸어요.” 라는 톡이 날아든다.

진한 감동이 밀려왔다.

아~~~~~ 그렇지! 많은 사람들이 나를 위해 기도하고 있다는 사실을 잊고 있었구나!

내가 진짜 수많은 수호천사들의 기도 보호를 받고 있는 사람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자마자 바로 현관문을 박차고 나가 법당으로 향한다.

이미 새벽기도를 마친 새벽기도 도반들이 나누기를 하고 있는 사이 나는 10배를 올리고 잠시 명상을 하며 또 다시 사랑으로 충만해진 나를 느낀다. 법당을 나오니 회색하늘 아래 알싸한 바람이 지나간다. 나는 오늘 아침의 이 충만한 사랑의 깨달음을 기념하기 위해 24시 엔젤인 어스 카페로 가서 카푸치노를 주문하고 카페 밖에서 금강권을 200번쯤 돌린다.

맛이 없는 카푸치노를 마시면서도 그냥 상쾌하다. 후배의 톡을 본 순간 내 안에 쌓여있던 부정적인 자기 인식이 바로 작별인사를 하고 새로운 긍정적인 자기 인식이 내 안으로 들어오는 것을 느낀다. 그 순간 카톡이 또 울린다. 정토불교대학 팀장님의 수행법회 안내장이 답지했다.


“ 사람 또한 그 인연이 다하면 부질없이 잡지 말고 보내주세요.

꽃잎처럼 낙엽처럼 사람의 인연도 오고가는 것이 엄연한 이치니까요.

그래야 다음에 또 새로운 꽃이 피듯 새로운 인연을 맞이할 수 있어요.“


잡지 말고 보내야할 것은 사실 다른 사람과의 인연이 아니라 자신의 부정적 기억이다.

자신의 아상과 아집 또한 잡지 말고 미련 없이 보내야한다.

나의 생각이 때때로 변하고 나란 존재도 인연 따라 변화되는 것이 엄연한 이치라면

과감하게 지금 내가 나라고 생각하는 자신과 이별하고 새롭게 꽃필 자신을 위해 그야말로 환골탈태해야만 한다. 고착화된 나의 견고한 의식 상태를 벗어날 수 있도록 훈련해야한다.

다시 또 새로운 자아와 인연을 만들어야한다. 어쩌면 이것이 수행이고 깨달음일지도 모르겠다.

108배나 금강권 돌리기나 모두 단순한 운동이 아니라 바로 이런 잠자는 의식을 깨우는 수행의 방법인 것 같다. 나를 일깨우고 의식을 가지런히 정리하는 집중적인 환골탈태 정화 기능으로서의 신체훈련!


출근하니 시험에 지쳐 M&M's 쵸콜렛이 흩어져있는 책상위에 지쳐 자는 아이들의 모습이 갸륵하다. 난 내가 받은 오늘 아침의 충만한 사랑을 소리 없이 아이들의 지친 뒤통수 위에 감사와 사랑의 기도로 나눈다. 그리고 나를 위해 기도하고 지원하고 지지하며 이끌어 주는 세상 모든 사람들과 세계와 존재에 대한 감사의 기도로 또 나를 충만하게 채운다.

퇴근 후 출장 가는 길, 점심을 먹고 카페에 들렀다가 거인이 되어 날 바라보는 M&M's 쵸콜렛을 보고 깜짝 놀란다.

아~~~~~~~~ 저 녀석! 내가 학생들을 위해 드린 기도를 혼자서 다 먹어버렸구나! 하하하

아니, 내가 오늘 아침 받은 사랑의 크기가 저토록 큰 것이었구나!

KakaoTalk_20201106_042410575_13.jpg


금강권 돌리기 프로젝트 61. 마녀의 양배추를 헤는 아침. (2018. 10. 11. 목.)

수업이 없는 미술실은 가끔 내게 쉼을 준다.

공간감도 시원하고 아이들이 만들어놓은 다양한 작품들이 즐겁다.

오늘은 언제 만들어 놓았는지 라푼젤 성이 눈에 들어온다.

노랑 털실로 땋아 붙인 라푼젤의 긴~~~~~ 머리카락~~~~~

아이스크림 막대로 만든 회색 성채

붉은 종이 장미 넝쿨까지 매우 디테일하다.

금강권을 돌리며 나는 문득

라푼젤 마녀의 밭에서 키우던 양배추의 숫자가 궁금해진다.

도대체 마녀의 양배추 밭에는 몇 개의 양배추가 심어져 있었던 것일까?

금강권을 돌리기 시작한 이후부터 나는 숫자에 조금 민감해지는 것을 느낀다.

적어도 1부터 1000까지는 민감하다.

이제 라푼젤 마녀의 양배추도 1000포기까지는 잘 셀 수 있을 것 같다.

이렇듯 수에 익숙해지기 시작한 것은 내겐 매우 색다른 경험!

초등학교 때 구구단을 못 외워 끝까지 나머지 공부를 했던 애가 나다.

윤동주의 ‘별 헤는 밤’을 좋아한 것도,

별 하나에 추억과

별 하나에 사랑과

별 하나에 쓸쓸함과

별 하나에 동경(憧憬)과

별 하나에 시와

별 하나에 어머니, 어머니.....

이렇게 별의 수를 한 개 이상 세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하하하하하.

금강권을 돌리기 시작하며 다양한 신세계를 경험하고 있지만,

숫자에 대한 친숙함 또한 첫 경험!

생각지도 못한 다양한 경험들의 세계가 펼쳐지는

이 순간, 금강권을 돌리는 시간이 즐겁다.

KakaoTalk_20201106_042410575_14.jpg


이전 17화금강권을 돌리는 아침 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