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번째 일기

46일, 2020년 11월 11일 수. 멸치볶음과 김치볶음의 인문학

by 김은형

멸치볶음과 김치볶음의 인문학

멸치볶음과 볶음김치는 그 자체로 인정이고, 감동이란 것을 알았다.

이강산 작가의 작품공간이자 일 년 동안의 삶의 공간인 대덕여인숙은 간단한 인스턴트 이외에 음식을 조리할 수 있는 공간이 없다. 그래서 12명의 쪽방 사람들 밑반찬과 식사를 조금 준비해서 이강산 작가도 응원할 겸 다녀왔다.


마침 새벽기도 도반들이 마음을 함께 해주셨다.


난주님 김치볶음 12통, 선숙님 멸치볶음 12통, 관영님 전복과 새우 12인분, 복순님은 김을 준비해주셨다. 그리고 평소 쪽방에서 해먹기 어려운 모듬전과 엄마가 보내주신 김치와 깍두기, 그리고 전복 밥과 오리고기, 두부 쌈, 간단한 디저트를 준비해서 갔다.


이강산 선생님 안내로 쪽방에 사시는 분들과 일일이 인사를 나누고 준비해간 밥과 반찬 꾸러미를 드렸는데, 멸치볶음과 김치볶음을 보고 인정에 감동을 느끼셨단다.


한국인이라면 늘 먹는 어쩌면 지겨운 밑반찬인 볶은 김치와 멸치볶음이 그 분들에게는 소울 푸드였던 것이다. 음식이 사람의 본성을 어떻게 자극하고 감동이 될 수 있는지를 이토록 절실하게 느낀 것은 처음이다.


받은 분들도 감동이셨겠지만, 감사의 인사를 대신 전해 듣는 도반들과 나도 감동받았다.


누군가에게는 당연하고 뻔한 멸치볶음과 김치 볶음이

또 누군가에는 이렇듯 소중한 감동이 될 수도 있다는 단순한 이치에 눈뜬 감사한 날이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두 번째 일기 4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