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11. 13. 금. 성심 이용원의 50년된 헤어드라이
보령중학교에 아침 7시 20분쯤 도착했다.
그런데 이 학교가 있는 동네가 예사롭지가 않다.
일단 학교부터 옛 보령관아가 있었던 성문 안에 위치해있고, 바로 옆에 아마도 일제 강점기에 건립한 듯 문 닫은 양조장과 여전히 성업 중인 55년 된 ‘성심 이용원’이 있다. 주변 집들은 대체로 성심이용원의 세월만큼이나 깊어 가을 단풍들과 절색을 이룬다.
아침 일찍 이발 손님을 맞고 있는 성심 이용원에 문을 열고 들어갔다.
” 우와 ~~~~~~~~ “
이발소 문을 열자마자 나는 바로 시간여행자가 된다.
마치 50년 전으로 타임캡슐을 타고 돌아간 듯한 착각?
심지어 헤어드라이어도 55년 된 것을 그대로 쓰고 있다는 비현실적 현실?
어마어마한 한용운적 지조다.( 지조! 한용운 선생님이 독립운동을 하시면서 많이 사용하신 신념의 언어!)
그것도 헤어드라이어 온 오프 스위치를 옛날 형광등 스위치를 달아서 수선한 엣지라니....
사장님 연세가 75세쯤 된다는데, 20년쯤 아래인 나보다 더 젊어 보이실 정도다.
나는 성심 이용원 사장님의 삶의 신념을 55년 전 그대로인 이용원 안의 모든 사물을 통해 금새 스케치한다.
성경책도 어쩌면 50년은 되었을까? 쌍용에서 홍보용으로 나왔었던 것 같은 수첩도 적어도 30년은 된 것 같다.
이발할 때 쓰는 가위, 솔, 커품 컵, 도구 장, 타일, 돋보기 할 것 없이 모두가 다 쉰 살이 넘은 장년의 강건함과 약간의 힘빠진 아름다움이랄까?
색이 바랬다고 퇴색한 것은 아님을 보령의 ‘성심 이용원’은 그대로 보여준다.
어쩌면 슬로우 라이프스타일의 표본 전과를 보고 있는 걸까?
하나의 사물을 50년 이상 삶의 현장에서 지속적으로 사용한다는 것 자체가 경이롭다.
성심이용원 헤어드라이어의 역사처럼, 우리 주변의 사물들도 그 만이 가질 수 있는 스토리들을 간직하며 오래오래 사용한다면, 지구환경 보존을 위한 캠페인은 우리의 일상 속에서 자연스럽게 이루어지는 것이다.
교육이란 그래서 삶과 분리할 수 없는 것이고,
라이프스타일이 교육적이어야 한다는 것 또한 이런 관점에서 유추된다고 할 수 있다.
성심이용원에 여행단을 꾸려서 함께 가서 줄 서서 이발하는 이벤트도 재미있을 듯하다.
누군가는 이발하고,
나머지는 동네 한 바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