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번째 일기 46

2020. 11. 13. 금. 성심 이용원의 50년된 헤어드라이

by 김은형

보령중학교에 아침 7시 20분쯤 도착했다.

그런데 이 학교가 있는 동네가 예사롭지가 않다.

일단 학교부터 옛 보령관아가 있었던 성문 안에 위치해있고, 바로 옆에 아마도 일제 강점기에 건립한 듯 문 닫은 양조장과 여전히 성업 중인 55년 된 ‘성심 이용원’이 있다. 주변 집들은 대체로 성심이용원의 세월만큼이나 깊어 가을 단풍들과 절색을 이룬다.

KakaoTalk_20201117_114342848_15.jpg 보령중학교 교문


아침 일찍 이발 손님을 맞고 있는 성심 이용원에 문을 열고 들어갔다.

” 우와 ~~~~~~~~ “

이발소 문을 열자마자 나는 바로 시간여행자가 된다.

마치 50년 전으로 타임캡슐을 타고 돌아간 듯한 착각?

심지어 헤어드라이어도 55년 된 것을 그대로 쓰고 있다는 비현실적 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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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마어마한 한용운적 지조다.( 지조! 한용운 선생님이 독립운동을 하시면서 많이 사용하신 신념의 언어!)

그것도 헤어드라이어 온 오프 스위치를 옛날 형광등 스위치를 달아서 수선한 엣지라니....

사장님 연세가 75세쯤 된다는데, 20년쯤 아래인 나보다 더 젊어 보이실 정도다.

나는 성심 이용원 사장님의 삶의 신념을 55년 전 그대로인 이용원 안의 모든 사물을 통해 금새 스케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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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경책도 어쩌면 50년은 되었을까? 쌍용에서 홍보용으로 나왔었던 것 같은 수첩도 적어도 30년은 된 것 같다.

이발할 때 쓰는 가위, 솔, 커품 컵, 도구 장, 타일, 돋보기 할 것 없이 모두가 다 쉰 살이 넘은 장년의 강건함과 약간의 힘빠진 아름다움이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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색이 바랬다고 퇴색한 것은 아님을 보령의 ‘성심 이용원’은 그대로 보여준다.

어쩌면 슬로우 라이프스타일의 표본 전과를 보고 있는 걸까?

하나의 사물을 50년 이상 삶의 현장에서 지속적으로 사용한다는 것 자체가 경이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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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심이용원 헤어드라이어의 역사처럼, 우리 주변의 사물들도 그 만이 가질 수 있는 스토리들을 간직하며 오래오래 사용한다면, 지구환경 보존을 위한 캠페인은 우리의 일상 속에서 자연스럽게 이루어지는 것이다.



교육이란 그래서 삶과 분리할 수 없는 것이고,
라이프스타일이 교육적이어야 한다는 것 또한 이런 관점에서 유추된다고 할 수 있다.


성심이용원에 여행단을 꾸려서 함께 가서 줄 서서 이발하는 이벤트도 재미있을 듯하다.

누군가는 이발하고,

나머지는 동네 한 바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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