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번째 일기 47

2020년 11월 14일 토요일. 감포읍 사람들

by 김은형

서둘러 여행 채비를 차리고 성심당 빵을 한 상자 사서 신경주행 Ktx에 오른다.

오늘은 경주시 감포읍에서 오전 10시부터 강의가 있는 날! 신경주역에 마중 나온 박과장님과 반갑게 인사하고 감포읍 노동리 노곡산방으로 향했다.



지역 문화활동가 매개자 <로컬 브랜더 양성> 교육프로그램 강의를 시작하자마자 포도와 체리와인을 만드는 노곡산방 복합 세미나실이 후끈 달아오른다.



가끔 새로운 단어와 새로운 언어는 사람들에게 커다란 자극이 되기도 하고 끈끈한 연결 끈이 되기도 함을 강의 도중 문득문득 깨닫는다.



어쩌면 내가 공부를 하고 책을 쓰고 강의에 나서는 이유 또한 이런 언어적 감각을 통해 얻어지는 교감과 커뮤니케이션 때문인지도 모른다.



오랫동안 감포지역을 지키며 살아온 이 지역의 리더들은 다른 지역 사람들과 또 다른 독자성으로 참 많이 다르다는 것을 직감한다.




좋은 집과 서울에 있는 사업장을 두고도 굳이 감포에서 오래된 적산가옥이나 구옥에 살면서 감포의 바다와 사람들을 지켜나가기 위한 노력을 아끼지 않는다.

항구 쪽에 다방만 즐비한 것이 아니라, 그들이 지켜낸 역사로서의 적산가옥도 즐비하고 낮과 밤을 연결하는 사람들의 끈끈한 공동체 의식도 즐비하며 주고받는 인정 또한 곳곳에 빨래집게로 널어놓은 말린 가자미만큼 즐비하다.


KakaoTalk_20201119_050856247_05.jpg

처음 뵙는 서원장님댁 서재에서 하룻밤을 자며 마주한 책꽂이의 책들이 서원장님의 인품과 삶의 지향점을 말해준다. 새벽에 깨어 날이 밝도록 나는 다섯 권의 책들을 펼쳐보며 새로운 감포와 마주한다. 박팀장님을 돕기 위해 한 시간에 4만 원짜리 강의에 차비를 10만원쯤? 들여가며 찾아온 감포, 하지만 밤새 읽은 책들에서 얻은 영감이 내 마음을 감포의 미래기획으로 설레게 한다.


KakaoTalk_20201119_050856247_04.jpg


‘역은 무사야 무위야 적연부동이라가 감이수통 천하지고’라는 주역의 계사전이 저절로 마음속으로부터 올라와 요동친다. 땅끝 감포에서, 낯선 집 서재에서 마주친 낯선 책들과 그곳으로부터 얻은 또 새로운 단어와 언어로 이렇게 설레이는 새벽을 맞게 될 줄은 몰랐다.


날이 밝았고, 커피를 세잔째 마시는 나는 조용한 발걸음으로 서원장님댁 거실 창가로 나선다.

우와 ~~~~ 소리를 지를 뻔했다.


KakaoTalk_20201119_050856247.jpg

멀리 바닷가에서 해돋이의 아름다운 풍경이 펼쳐지고 있다.

삶의 다양한 경지 중 이런 뜻밖의 풍경들이 주는 충만한 행복감은 참 어디서도 찾아보기 힘든 삶의 풍만함이다.


맞다! 감포는 너무나 풍만한 어머니의 품이다.
어디라도, 무엇이라도,
마치 바다에서 갓 잡은 커다란 물고기 같은 싱싱하게 파닥거리는 풍만한 충만감이 어쩌면 감포 그 자체다.바다가 뭍이자 물고기이자 사람인 그곳!
땅이 바다이자 사람이자 바닷 속 생물 그 자체인 그곳! 감포가 새롭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두 번째 일기 4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