쌩투안 벼룩 시장의 예술 황홀경

2018. 1.13. 토. 파리이 일상여행자 13

by 김은형


몽마르트에서 젊은 친구들과 헤어져 나는 10년 전에 아쉽게도 가보지 못했던 생투안 벼룩시장을 찾아간다.

파리 지하철 2호선을 타고 다시 4호선으로 갈아타서 종점까지 가는데, 모두들 소매치기 많고 치안이 불안하다며 걱정들이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모험을 그만둘 나는 아니지 않은가? 그래서 간다. 걷는다. 본다. 즐긴다.

서울 시장 중고 시장 느낌? 하지만 유럽 전통 앤틱 스토어 아케이드에 들어서자 나는 다시 르부르에 온 것 같은 착각으로 골동품 가게를 하나하나 감상하기 시작한다.

지갑을 숙소에 놓고 나와서 몽마르뜨에 함께 갔던 대학생들에게 100유로를 빌려서 갔지만, 나는 끝내 지갑을 열지 못했다. 아예 그 돈으로 살 수 있는 물건들은 눈에 들어오지도 않았다. 특히 내 눈을 사로잡은 것은 서남아시아 페르시아 지역의 물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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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아무래도 전생에 페르시아 공주였던 것이 분명하다. 카타르 항공을 이용할 때도 너무나 편안한 느낌이랄까? 아부다비의 예술 섬에 있는 루브르와 곧 세워질 예정이라는 구겐하임 미술관을 보러 아부다비로 다시 여행을 가야할 것 같다. 오늘 나의 눈을 끌은 것 중 으뜸은 서유럽의 크리스탈과 가구, 바로크 시대 도자기와 페르시아 지역의 가구와 양탄자들... 세밀화도 인도에서 구입한 것 보다 훨씬 더 예술적 수준이 높은 것이었다. 그리고 나의 눈을 한 번에 확 사로잡은 이란산 체스판. 페르시아 자개 기술로 만들어진 그 아름다운 물건은 흠잡을 곳 한 군데 없이 아름답고 완벽했지만 사진을 찍을 수 는 없었다. 그리고 인도네시아 지역에서 나온 듯한 자게 쟁반이 무척 아름다웠다. 그 가게 주인은 몸소 밖으로 나와서 나를 모시고 스토어로 들어가서 자세하게 자신의 가게에 있는 물건들을 설명해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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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투안 골동품 시장을 돌아다니며 느낀 것은, 그 스토어의 주인들의 안목이었다. 가게마다 장미와 튜율립 등 생화를 꽂아 그 고졸한 사물들에 컬러와 생기로 포인트를 주고 있었다. 삶의 멋의 좀 아는 사람들이라고 해야할까? 그들의 얼굴에 쓰여 있는 일에 대한 자부심? 애정? 뭐 그런 것 또한 놀라웠다.


문득 소더비경매장의 젊은 예술 경매가들이 생각났다. 우연히 잡지에서 그들(그 둘은 동성애자로 연인이다)의 집에 놓여져 있던 물건들, 책들, 벽면을 가득 채운 예술 작품들과 양탄자와 소파의 패브릭 등등 완벽한 예술적 감각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그들은 자신들의 아파트를 또 다른 하나의 예술 갤러리로 구현하고 있었던 것이다. 나는 그런 사람들이 좋다. 자신의 삶의 공간을 가꾸고 누리며 좀 더 확장된 자신만의 삶의 세계 속에서 살아가는 사람들.... 또 이사할지 모른다며 트렁크의 짐을 풀지도 않고 마치 여관방 생활처럼 먹고 자고 씻는 기능에만 집중하는 집들은 하우스이지 홈이 될 수는 없다. 그리고 패션이란 결국 자신들의 삶을 가능하게 하는 모든 옷은 물론 사물, 집, 자동차, 생활방식, 태도, 자세, 여행, 독서 등등 모든 것들이 만들어내는 라이프스타일의 결과물이다. 그래서 보그지는 매년 3월엔 리빙을 주제로 한 패션잡지를 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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춥고 매우 긴 시간이었고, 가질 수 없는 아름다움에 절망감도 있었던 시간이었지만 골동품가게 주인들이 꽂아둔 꽃과 틀어놓은 음악에 위로 받고 감동 받은 시간, 또한 자신들의 물건들을 아름답게 배치해 놓은 모습, 각 주인들마다 차별화된 수집품과 컬러 들이 주는 유니크함과 다양한 재미들이 나를 매혹시킨 시간들이었다. 지하철 역 앞 비스트로 주인만 조금 더 친절했다면 훨씬 더 아름다운 시간으로 정리 되었을텐데.... 하하하하

4호선 종점에서 지하철에 올라 다시 2호선으로 갈아탄다.


에디트 피아프가 노래를 불렀다는 매리멍트 거리에 가까워지니 다시 나도 모를 정념이 스멀스멀 기어 나와 파리를 낭만적인 도시로 만들어준다. 어깨를 다독거리는 다정한 사람의 손길이 아니라도 파리는 충분히 나의 영혼을 다독거리는 힘이 있다.든다.



빨강 대문과 빨강 캐비닛, 빨강 조명과 빨강 싱크대라 할지라도 그의 개성을 존중하고 그의 삶의 차별성을 인정하며 자신의 삶에 더욱 집중하는 사람들? 한국의 공동주택 규율 중, 모든 아파트의 현관문은 회색문이어야 한다는 규정 등이 공통된 삶의 규정이 되어 타자의 취향과 삶을 구속하는 황당함이 이곳엔 없겠지 생각하니 난 벌써 파리지엔이 되어 퇴근하는 포지션으로 바뀌어 버린다. 하하하 즐겁지만 갑자기 급 피곤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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