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1.16. 화. 파리의 일상여행자 25
오늘, 파리에서 또 한명의 친구를 만난다.
피카소 뮤지엄에서 나와 모델 친구들을 기다리느라 주변 거리를 산책하다 파랑색 갤러리가 눈에 들어온다. 가까이 가서 들여다보니 흑백 사진 작품들에 눈길이 간다. 그리고 갤러리 안에 있는 남자와 눈이 딱 마주친다. 그가 바로 프레드릭! 몸소 갤러리 문을 열어주며 들어오라고 한다.
상냥한 인사가 오가고, 나는 이 흑백사진의 작가가 프레드릭이라는 것을 금방 알아차린다.
프레드릭은 뉴욕에서 5년간 사진 작업을 하다가 파리로 왔고, 그 작업을 전시하는 중이라고 했다.
프레임이 평범한듯하면서도 또 다른 느낌들로 다가온다. 그는 현재 자신이 하고 있는 사진 작업 프로젝트도 보여줬다. 컬러 사진이나 투명한 필름 같은 느낌의 파리 도심의 사람들을 찍는 작업인데, 무척 흥미롭다. 영어실력만 있다면 그야말로 그의 사진예술 세계에 대한 많은 이야기를 할 수 있들 듯한데, 나의 영어는 사실 짧아도 너~~~무 짧다.
팩트를 이야기하자면, 나는 한국말에 영어 단어를 몇 개 얹어 말하는 것이지, 영어로 말하는 것이 아니다. 어쩌면 그 점이 외국인들과 소통할 때 더 쉽게 소통하는 이유가 될지도 모른다. 대체로 그들은 내게 말한다. 영어로 말해달라고. 하지만 어쩌겠는가? 유창한 한국어 실력 때문에 한국어가 먼저 튀어나오는 것을.... 고도의 고급 한국어를 구사하는 영어를 못하는 한국인 앞에서 외국인들은 대체로 관대하다.
항상 내가 먼저 한국말로 말해놓고 웃음을 터트리기 때문일까? 그들도 나의 코메디를 금방 알아차린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유연하고 스마트한 프레드릭은 나의 이야기들을 금방 알아차린다.
프레드릭과 페이스북 주소를 주고받고 우린 금방 친구가 된다. 프레드릭과 유창한 영어는 아닐지라도, 예술에 대한 관심과 그의 작품에 대한 나의 느낌을 간단한 영어 단어로 말하는 과정만으로도 우린 쉽게 친구가 됐다.
예술이 세계 공통의 언어라는 것을 이미 알고 있었지만, 사진 작품 하나로 이렇게 쉽게 친구가 되는 것을 보면 그 말은 거의 진리에 가깝다고 할 수 있다. 예술은 정말 위대하다.
우린 언젠가 서울이나 파리에서 만나기로 약속을 한다. 하하하하
물론 기약은 없다.
그러나 언젠가 다시 만나면 사진 예술에 대해 긴 이야기를 할 수 있겠지.
내가 영어로 말할 수만 있다면.
프레드릭은 참 친절하고 진지한 프랑스인이었고, 예술가였다.
프레드릭 덕분에 파리의 사설 갤러리의 규모와 시스템에 대해서도 알게 되었을 뿐만 아니라 프랑스인들의 열린 지성과 사람에 대한 존중감도 알게 된 것 같다. 많은 나라를 다녀봤지만, 프랑스만큼 지하철이나 거리에서 상대에게 눈을 마주치며 인사하는 사람들이 많은 곳은 드문 것 같다. 잠깐잠깐 오가는 눈빛만으로도 서로에 대한 인사가 가능할 만큼 열린 사람들이 많은 곳이 파리인 것 같다. 그래서 나는 파리가 마치 한국처럼 편안한걸까?
파리에서 예술가를 만나 이야기를 나눈 것도 특별한 경험이었고 아무튼 따뜻하고 즐거운 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