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1.16. 화. 파리의 일상여행자 27
유독 집(리빙 스타일)을 좋아하는 나는 마레지구의 까르나발레 역사 박물관으로 향한다. 길을 몰라 여기저기 기웃거리다 까르나발레 역사 박물관인지도 모를 고풍스런 어떤 건물 안으로 돌진! 문을 확 열고 도발적으로 진입완료!
오마이갓~~~~
너무 심하게 도발적이었다. 한 눈에 도서관이란 신호가 나의 좌뇌에 전달되자 나의 우뇌는 컴다운을 외친다.
하지만 진정할 수 없다. 아름다운 고서들이 즐비한 이곳에서 어찌 진정할 수 있겠는가? 파주 헤이리 한길사 갤러리에 윌리암모리스의 초오서 초판본 전시를 봤던 순간을 잊을 수 없다. 정말 온몸에 전율이 가득했다. 이광주 교수님과 한길사 김언호 사장님은 오랜 책 사냥꾼들이었고, 일본의 서점 사장님으로부터 윌리암모리스 초판본을 입수한 재미난 이야기들을 들었었기에 더욱 흥미진진했던 것 같다. 돈이 많다고 원하는 책을 모두 구입할 수도 없다는 사실도 그때 알았다.
고서들은 정말 아름답다. 어디 고서뿐이겠는가? 요즘 출판되는 책들도 그 예술적 가치와 미학적 의미가 매우 뛰어난 책들이 즐비하다. 폰트 디자인과 편집 디자인에서부터 시작해서 종이의 질감과 색감이 주는 안정감과 컬러 인쇄의 색상 및 표지 디자인까지 책이 주는 예술적 즐거움은 그야말로 총체적이다. 요즘엔 사운드 북까지 더해져서 오감 모두 즐겁게 한다고 해야할까? 냄새? 책 냄새 향수를 시판한 출판사도 있다. 맛? 책이 좋으면 가끔 잘근잘근 씹게 되지 않나? 하하하하.
e북이 대세가 될 미래사회라 할지라도 종이책이 결코 없어질 수 없는 이유가 여기 있다고 본다. 종이책 자체가 가지고 있는 총체적 아름다움과 감동, 그것은 손에 쥐어보고 책장을 넘겨보아야만 경험할 수 있는 세계다. 거기에 세월까지 겹쳐진 고서들의 고졸한 아름다움은 말할 것도 없이 깊은 감동과 아름다움을 전해준다.
마레지구는 대체로 디자인 상점이 많다고 들었는데, 이렇게 아름다운 역사 도서관이 들어서 있을 줄은 정말 몰랐다. 도서관 사용법을 몰라 도서관 안쪽으로는 들어가지 못하고 일종의 정기 간행물실과 안내 역할을 하는 곳들을 둘러보았는데 너무 아름답다. 그리고 도서관 안쪽에서 스탠드 불빛 아래 아침 일찍부터 대여한 책에 몰입해있는 사람들. 어쩌면 저 모습이 바로 프랑스의 지적 예술적 저력의 근간이 아닐까? 생각했다.
나도 저들처럼 저 고요하고 적막한 공기 속에 둘러싸여 나만의 세계로 몰입해 들어가고 싶은 강한 충동을 느낀다. 그러나 저 안으로 내가 투입되기까지 절차가 너무 복잡하다. 그래서 여행자인 나는 간단히 패스하고 까르나발레 역사 박물관을 다시 찾아 나선다. 바로 앞에 까르나발레 역사박물관이 있다. 그러나 보수기간이라 문이 닫혔다. 실망도 했지만 감사한 마음도 한편에서 일어난다.
까르나발레 역사박물관 문이 닫힌 이유로, 나는 역사 도서관에서의 감흥을 조금 더 오래 간직한다.
책이 내게 주는 위안과 기쁨은 말로 다 표현할 수 없는 것이다.
어쩌면 나는 2018년을 이렇게 살아갈지도 모른다.
“ 독서에 몰입해 글을 쓰며 묵언 수행하는 패션 피플? ”
아름답고 스타일리쉬한 차림으로 아름다운 도서관에 이른 아침에 도착하여 아름다운 책을 펼쳐 아름다운 이야기를 읽고 아름다운 글을 쓴다면, 나의 일상은 또 얼마나 아름다워질까? 나는 또 그 아름다운 평온함과 상상 속에서 저절로 더욱더 행복해지겠지? ^^
상상만으로도 행복하다.
아침마다 도서관에 가서 멋진 책을 읽으며 보내는 나의 일상을 상상하는 것만으로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