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삶에 노후는 없다

브뤼셀의 일상여행자 13. (2018.1.24.)

by 김은형


파리 민박에서 3일쯤? 같이 동숙한 친구들이 브뤼셀에 왔다.

딸아이와 동갑인 23세 청년들! 군대에서 만난 동준이와 상욱이가 담배를 피지 않아서 2년 동안 군대 월급을 저축하여 종자돈을 만들어 동준이와 원래 친구였던 민수와 함께 셋이서 유럽여행을 떠나왔단다.


민수는 여친 때문에 늘 조바심이고,

동준이는 씩씩한 리더로 한 몫하고,

상욱이는 특유의 능청스런 이야기들로 우리를 모두 웃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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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위스와 독일에서 멋진 풍경은 많이 보았는데, 밥을 먹지 못했다며 닭볶음탕에 장아찌와 쌀밥을 허겁지겁 먹어댄다. 나는 마치 우리 딸아이에게 밥을 먹이는 것처럼 뿌듯하다.


시장 보고 무거운 장바구니에 툴툴거렸던 일은 이미 잊었다. 여행 중에 만난 친구들과 다시 만나 건강하게 웃고 떠들며 밥을 한 끼 같이 한다는 것만으로도 참 반갑고 즐거운 일이다.


KakaoTalk_20210108_065307884_10.jpg 몽마르뜨에 함께 갔던 대학생 3인방이 찍어준 내 사진, 바게트도 참 있있게 먹었었다.

23세에 다른 세상을 본 저들은, 아마도 내 나이가 되었을 즈음엔 더 큰 세상 속에서 더 큰 자유를 누리며 살아갈지도 모를 일이다. 24세에 일본 여행을 처음으로 떠났다가 돌아오며 나는 외국어를 정말 열심히 해야겠다고 생각했었다. 그러나 그후 계속된 여행들이 대체로 패키지여행으로, 외국어를 해야할 이유가 없었다.


만약 내가 저 나이에 더욱 용기를 내어 혼자서, 또는 친구랑 배낭여행을 다녔더라면....

27세에 결혼하지 않고 더 많은 모험과 여행을 즐겼더라면..... 하는 생각이 저절로 들었다.

그래서 일까? 난 딸아이 교육에서 무엇보다 여행을 항상 최우선으로 삼았고 , 아이에게 여행의 취향을 통한 모험심과 용기를 키워주고자 눈 딱 감고 카드를 긁었다. (ㅎㅎㅎ 그냥 이게 내 라이프스타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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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지금도 늦지 않았다.

이제 2018년, 내 나이 52세! 내 삶에서 가장 새파랗게 젊은 나이다.( 2021년, 이제 다시 55세! 난 변함없이 똑같은 미래지향적 삶을 살고 있다. 당장, 지금만이 내 삶임에 다시 깨어 나자!)

나도 커피, 외식, 술 값 좀 아껴 저축해서 저 친구들처럼 다시 여행길에 오르리라 생각한다.

가능할까? 커피, 외식, 술값을 아껴 저축한다는 일이? 하하하.

학교 후배 교사 형근샘이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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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누나는 다 좋은데, 너무 대책 없이 살아! 노후 대책 없이!”


대책을 마련할 노후가 있다고 믿는 것은 어쩌면 희망적이다.

그러나 내 삶에 노후는 없다. 현재만 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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