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ro
이런 것이 신묘함일까?
2018년 겨울의 유럽여행이 무방비 상태로 내가 그 세계에 첨벙 뛰어들었던 여행이었다면,
2017년 겨울의 인도여행은 그 세계가 마구잡이로 나를 향해 덤벼들며 나를 활짝 열어놓은 놀라운 여행이었다.
조리 있게 말하는 솜씨가 없는 나는, 그 마구잡이로 달려들던 열린 세계를 더 이상 간결하고 극명하고 명확하게 제대로 전달 할 수 없다. 다만 독자들에게 이렇게 말할 수 있다.
나는 21일의 인도 여행을 통해 < exactly와 finish > 두 단어를 얻었다고.
인도여행을 마치고 나는 적어도 예전보다 영어를 더 유창하게 말하는 사람으로 탈바꿈했다.
exactly와 finish, thank you와 good morning만 있으면 어디든 통하던 인도!
이제 나의 국제적 언어 감각은 두 단어와 두 문장만으로 인도의 브라만에서 크샤트리아, 바이샤와 수드라는 물론이고, 인도에 여행 온 외국 여행객들까지 모두가 하나 되는 위아 더 월드, 아니 어쩌면 Oneness로 인도를 정복하고야 말았던 것이다. 인도는 그냥 그 자체로 영감의 원천이었다. 그곳은 새로움과 호기심과 두려움과 설레임과 공포와 신기와 여일함이 홀딱 벗고 정면으로 누드하게 덤벼들면서 나를 제법 물들지 않은 존재로 돌려놓았다.
인도에서 무엇보다 나를 자극했던 것은 20대들의 위상이었다. 국가 단위 디지털전환 ‘인디아프로젝트’라는 기반 시스템 변환과 더불어 아버지의 재산을 기반으로 20대들이 디지털 기술기반 운영능력을 발휘하여 각 사업장의 운영주체로 비즈니스를 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학업과 취업 사이에서 30대 중반까지는 삶의 기반을 잡기 위한 시험과 공부준비로 다양한 삶의 즐거움을 유보하고 있는 우리나라 20대들과 너무 달랐다. 그래서 인도에서 돌아오자마자 신학기를 맞아 새로운 프로젝트에 돌입했다.
세계사 수업 시간에 과정형 수행평가로 ‘인디아프로젝트’를 진행한 것이다.
아이들이 자기가 가고 싶은 인도지역을 찍어서 그곳에 이르기 위한 여행플랜을 짜고 항공권 구입과 코스개발 및 인도인들 사전 인터뷰 등을 통해 자기만의 론리플래닛을 만드는 것이 주요내용이었다. 여행지의 인도인에 대한 사전 인터뷰는 내가 인도에서 만난 인도인들과 페이스북 친구들인 인도의 예술가그룹들을 페이스북 메시지를 통해 수업시간에 아이들이 직접 대화하게 했다.
아그라의 호텔주인은 숙박 정보를 나눠줌은 물론 한국 대전 학생 특가를 제시해서 즐거운 웃음을 줬고, 홀리축제를 소개해준 러크나우의 환경미술가들은 자신들의 작품 사진을 올려 즉석에서 디지털 전시회를 열기도 하면서 역사, 지리, 영어, 미술, 사회, 경제, 문화, 국어, 창의, 디자인 싱킹 및 커뮤니케이션 등 융합적인 협력 프로젝트 학습이 이루어졌다. 그리고 학기말엔 각자 만든 론리 플래닛을 수행평가 과제로서의 가치만이 아니라 교과 페스티벌을 열어서 전시하고 감상하는 축제로도 연계해 아이들이 학습을 하나의 축제준비과정으로 인식하도록 하면서 수업시간과 학교를 즐거운 삶의 시공간으로 변환시켰다. 아이들은 성취감으로 행복해했다.
그해 두 명의 남학생들이 수능을 마치고 아르바이트로 벌은 돈으로 진짜 일본으로 여행을 떠났다. 사실 인도가 목표가 아니라 ‘어디라도’ 스스로 계획을 세워 당장 떠나는 ‘겁내지 않는 덤비는 용기와 기세’를 아이들에게 가르치고 싶었는데 완벽한 수업목표 도달이었다.
인도여행은 그렇게 무방비 상태로 세상과 세계 속으로 나를 밀어 넣었고, 나 또한 변형된 존재로서 인도에서의 경험을 나누며 다른 사람들을 새로운 세계로 인도하는 메신저로 거듭나게 했다. 어쩌면 아그라에서 처음 맞닥뜨린 하늘 색 페인트칠을 한 ‘ 벽 ’이 새로운 세상을 여는 문이었는지도 모르겠다. 인도여정의 첫 시작인 뭄바이 여행기를 쓰기 전에 아그라에서 만난 하늘색 ‘벽’을 먼저 이야기해야하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