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그라의 아이들

인도의 일상여행자 8화

by 김은형

자치기를 아는가?

긴 막대로 작은 막대를 쳐서 날리고 긴 막대로 거리를 재면서 노는 우리나라 민속놀이다. 그런데 학교 운동장에서 놀고 있는 아그라의 아이들이 자치기를 하고 있는 것 아닌가?


인도의 문화가 중국을 통해서 한국으로 들어와 일본에 전해졌다는 한국 고대사를 현장 확인 학습한 것 같았다. 나도 잠시 어린날을 떠올리며 인도의 아이들과 자치기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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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치기만이 아니라 세계 모든 곳의 아이들은 모두 비슷하게 논다.

내가 초등학교 2학년 때 아이스크림 한 번 얻어먹으려고 친구를 따라다녔던 것처럼 아그라의 골목아이들도 똑같이 친구와 구멍가게를 얼쩡거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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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어쩜 그렇게 이방인에게 열려있는지..... 아이들과 눈동자를 마주치는 순간 나는 투명한 그들의 감각 세계 속으로 빠져든다. 인도의 벽과 문과 아이들의 공통점이라면, 모두 열려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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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 웃음소리와 개구쟁이 기질과 투명하게 반짝거리는 눈동자들이 가득한 아그라의 골목길을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저절로 입이 벙글어지는 웃음이 번져 나온다. 존재의 진짜 웃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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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은 모든 세계에 열려있고, 고대로부터 중첩된 시간과 세월의 흔적 안에 또 새로운 그림의 주인공이 된다. 어쩌면 아그라의 아름다움이란 타지마할이 아니라 아그라의 아이들일 것이다. 사랑 그 자체이며 타지마할의 보석들보다도 더 영롱하게 빛나는 존재들! 언젠가 인도에 다시 와서 교육봉사를 하고 싶다는 생각이 저절로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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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 만났던 인도인들과 인도 현지에서 만난 인도인들은 좀 많이 달랐다. 이유를 가만히 생각해보니 나의 태도의 문제다.


인도에서는 온전히 나를 열어 그들과 만났고, 한국에서는 닫힌 자세로 제3세계 사람들이라는 차별적 시선과 태도로 그들을 바라봤다. 한국에서 만난 인도아이들도 아그라에서 만난 아이들처럼 저토록 사랑스럽진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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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고 보니 인도냐 한국이냐가 문제가 아니라 결국 내 마음의 문제다. 내가 바라보는 대상에 대한 태도에 따라 달리 보인다. 아그라의 아이들과 벽과 문이 나를 향해 열렸던 것이 아니라, 내가 그들의 매력에 빨려들며 무방비로 나 자신을 활짝 열고 그들 안으로 성큼 들어가 버렸던 것이다. 헤리포터가 마법학교에 가기 위해 올라탔던 기차가 바로 그런 비밀의 열쇠를 가지고 있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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