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의 일상여행자 10화
알카 호텔은 바라나시 가트에서 꽤 유서 깊은 호텔이다. 숙소는 너무 낡고 인도스럽지만, 서비스와 음식맛과 공간이 주는 특별한 기품이 있는 곳이다. 특히 이른 아침 테라스에서 겐지즈강을 바라보며 마시는 커피는 일품일 뿐만 아니라 음식도 너무 맛있다. 그런데 그 아름답고 고요한 아침에 어슬렁거리던 원숭이가 사고를 치고야말았다.
겐지즈 새벽 보팅을 하고 돌아와 테라스에서 커피를 한잔 마시는데 옆자리 서양 여성분이 자신을 영국의 작가라고 소개하며 내 테이블로 옮겨와 담배를 한 대 권해온다. 아침에 마시는 커피와 담배는 마치 겐지즈의 깊은 강물 같은 심연을 보여준다나? 평소 담배를 피우지는 않지만 거절할 이유가 없다. 여행 중에 새로운 경험이란 바로 삶과 세계의 확장이 아닌가?
그녀가 권하는 담배로 겐지즈의 심연을 빨아들이자마자 갑자기 발작적으로 기침이 나오기 시작했고, 그 소란을 틈타 비스킷을 낚아채려 원숭이가 접근했다. 일 년에 반을 인도에서 생활한다는 영국작가는 이미 원숭이의 생리를 뻔히 읽고 원숭이를 저지했다. 그 사이 함께 여행 중인 영숙샘이 합석했고, 내 기침도 멈췄다. 하지만 영숙샘이 가방에서 바나나를 꺼내자마자 우리 테이블 위로 뭔가 쿵하고 떨어지며 우리는 동시에 비명을 질렀다.
원숭이가 이번엔 아예 높은 건물 위에서 우리 테이블로 다이빙을 해서 테이블 위 바나나를 훔치며 똥까지 싸고 간 것이다. 우리가 지르는 비명소리에 주위가 난리가 났다.
터키 청년들은 터키쉬 커피를 엎질렀고, 호텔 지배인이 놀라 달려 나왔으며 주변 호텔 사람들까지 다 나와서 이 광경을 구경했다. 진짜 어이없었다. 공격적으로 사람을 놀라게 하며 똥까지 싸고 가는 저 괘씸한 원숭이들 같으니라구....
그나저나 내가 얼마나 학수고대한 겐지즈 가트에서의 아침식사였나? 그러나 이제 원숭이가 똥을 싼 테이블에 앉아 식사를 할 수도 없고 자리도 없으니 ....
그런데 그때 스위트룸 테라스에서 누군가 손짓을 했다. 웨이터가 오더니 위에 계신 손님들이 합석하자고 우리를 초대했다는 것이다. 인도인 가족들이었다. 선택의 여지가 없었고, 거절할 이유도 없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그들이 손짓한 테라스 자리는 일반실에 머문 우리가 갈수 없는 스위트 전용 테라스였다.
항상 불행은 곧 행복의 시작이다. 옳거니 하고 냉큼 올라갔다. 인도인 가족들은 많이 놀라지 않았냐며 인도 원숭이들을 대신해서 자신들이 먼저 사과를 해왔다. 버르장머리 없는 인도 원숭이와 달리 이토록 매너 좋고 친절한 인도사람들이라니... 역시! 인간은 영장류의 제왕이 될 자격이 있다.
부부와 성장한 두 아들! 그들은 한국인들에 관심이 무척 많단다. 심지어 자신들의 스위트룸도 구경하란다. 알고 보니 26세 작은 아들이 변호사고시에 합격해서 축하 여행을 왔단다. 28세의 큰 아들은 인도 은행에서 애널리스트로 일하고 있단다. 상냥한 다른 가족들고 달리 아빠는 유독 표정이 묵직하다.
이때 인도 가족들을 위한 디저트가 나왔다. 이토록 럭셔리해 보이는 음식은 처음인지라, 우리도 그것을 주문하고 싶다고 했더니 지배인이 불가능하다고 말한다. 왜냐고 물으니 이분들에게만 특별히 제공되는 디저트란다.
이때 근엄한 아빠가 이분들에게도 대접하라고 말하자 지배인은 마침 5개 만들어서 하나가 남았으니 그걸 드리겠다고 했다. 어? 이 아빠 좀 되는데? 싶었는데, 갑자기 인도 군복을 입은 사람들 한 무리가 와서 이 아빠에게 뭔가를 보고하는 듯? 우리가 긴장하니 그 엄마가 웃으면서 괜찮다고 그냥 간단한 업무보고와 오늘 스케줄 이야기란다. 그래서 내가 당신 남편은 뭐하는 사람인가요? 하고 물으니 큰 아들이 인도의 법무부장관이라고 대신 말한다.
오 마이 갓 ~~~ 세상에나 ~~~
이 가족들은 바라나시에 올 때면 알카 호텔에 주로 머문단다. 어쩌면 힌디인 이들이 작은 아들의 변호사합격을 신께 감사드리고자 겐지즈 가트를 찾은 것인지도 모른다. 거기다 이 아빠가 시켜준 디저트는 천국의 맛이 아닌가? 난 순간 세상의 럭셔리 중심에 있는 나를 발견한다.
아름답고 멋진 사람들과 맛있고 스타일 좋은 디저트를 이런 이국적인 겐지즈 강의 황홀한 풍경 속에서 즐기는 행운이라니.... 식탁에 똥 싼 원숭이들은 이제 알고 보니 내 수호천사들이었구나..... 천사들이 내게 이토록 잊지 못할 겐지즈의 기적을 보여주기 위해 미리 짜놓은 시나리오였구나.....
기분이 너무 좋아진 나는 도파민 호르몬 과다에 교감신경까지 흥분하면서 호들갑을 떨며 근엄한 아빠에게 디저트 넘 맛있다고 땡큐를 연발하니 이 아빠 얼굴에 슬쩍 미소가 떠오른다. 그와 동시에 나는 나도 모르게 인도 가족들을 향해서 한국말로 말한다.
“ 야! 너네 아빠가 웃었어. 마담! 당신 남편이 웃는 것 봤어요? 유어 파더 스마일. 스마일.”
인도인 가족들 모두 그냥 내 말에 공감하며 박장대소한다.
함께 앉은 다섯 명이 동시에 박장대소 웃음을 폭발시키니 또 한 번 알카 호텔 테라스가 술렁하며 터키 청년들은 터키쉬 커피를 들어올리며 “부라보”를 외치고 우리의 웃음에 합류한다.
여행이 도대체 이토록 재미지고 유쾌하고 통쾌해도 되는 거야? 하하하하하
정녕 천사는 내 편인거지? 하하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