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출판기념회 다과와 의례에 담긴 의미

<메타버스 스쿨혁명> 강의 시리즈 2

by 김은형

‘원행을묘정리의궤(園幸乙卯整理儀軌) 권4 찬품편’은 화성행궁 행차동안 혜경궁과 정조, 수행원 등이 먹은 음식에 대한 기록이 있어 조선왕조 궁중음식을 연구하는 이들에게는 보석 같은 연구 자료다.


비단 꽃으로 장식한 음식들이 차려진 단아한 수라상은 하나의 완결된 작품이자 그 자체로 꽃이다. 세상 모든 것을 가진 왕이라 할지라도 수라상을 받는 순간마다 탄성이 절로 나왔을 법하고, 식욕이 절로 동했을 법 하다. 사실 먹지 않고도 배부르지 않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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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라상은 왕을 위해 올리는 밥상이 아니라 왕을 위해 바치는 밥상이라는 의미에 더 가깝다. 밥상 하나에 전국의 백성들이 올린 최고의 쌀과 최고의 찬거리가 궁중 최고 요리사들에 의해 조리되어 존경과 축복과 기도와 정성이 담긴 채로 왕에게 바쳐지는 것이다.


이런 축복과 기도와 존중감이 담긴 음식은 맛이 있고 없고를 넘어서 보약과 다름없다. 아픈 아이를 위해 정성스럽게 끓인 흰죽 한 숟갈이 아이를 살려내는 것과 같은 이치일까?



<메타버스 스쿨혁명> 출판기념회의 다과상을 그렇게 정성과 축복이 넘치는 보약처럼 모두 함께 나누고 싶었다. 축하의 마음을 담아 10여명이 넘는 지인들이 하나하나 보내오신 음식들은 그 자체로 기도가 깃든 공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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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 시어머님은 마당에서 딴 호도를 일일이 손질해보내시고 친구는 밤늦도록 호도정과를 만들고 리본을 접어 완성했고, 행사 직전 볶아서 드립 백에 담아 보내신 커피향은 가을 단풍과 하나였으며, 늦은 밤 우리집 현관문 문고리에 걸어놓은 이웃사랑 쿠키의 감동 또한 깊었다.


남편과 함께 일주일을 꼬박 한과 만드느라 정이 더 쌓였다는 친구의 자랑도 얄밉지 않고, 르 꼬르동 블루 장학생 출신 파티쉐의 실력발휘 또한 어느 하나 정성이 들어가지 않은 음식이 없었다. 과일과 떡을 보내오는 지인들과 한차 가득 꽃을 실어주는 플로리스트까지 어느 하나 부족함이 없었다.


동료 교사들이 보낸 사과즙과 두유는 스탭들의 마른 목을 축여주었고, 한방 해독차는 먼 길 오신 손님들의 피로를 풀어주었다. 드디어 출판기념회의 절정에 이르러 제자가 보내준 12병의 러시안 잭 화이트 와인이 가을 햇살을 받아 영롱하게 보석처럼 빛나며 잔치의 여흥은 극을 달했다. 모두의 정성된 마음이 빚어낸 공양의 아름다움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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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보다 감사한 일은 지난 6년 동안 새벽 108배 기도로 만난 도반들과 일 년 동안 텃밭농사로 동지애를 키운 텃밭지기들, 그리고 학교현장에서 함께 호흡했던 교사들이 가족을 동반해서 일을 함께 도왔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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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도 그래서 “동지”라는 건배사는 더 멋지게 초간정에서 열린 <메타버스 스쿨혁명> 출판기념회의 에너지를 가을 하늘처럼 맑고 푸르게 만들고 있었는지도 모를 일이다. 참 감사하고 또 감사한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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