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한궤도

2022.5.17. 화요일. 새벽 Tea톡 182.

by 김은형


잠에서 깨자마자 침대에서 벌떡 일어나 전등 스위치를 켜러 방문 앞으로 걸어갔다. 스위치를 켤 때쯤 앗! 리모컨이 있었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코로나 앓던 중 방 전등이 나갔고, 스승의 날이라고 축하 전화 온 제자에게 전등 수리를 부탁했더니 아예 리모컨이 달린 전등으로 교체해줬다는 사실이 생각났기 때문이다.


그냥 머리맡에 있는 리모컨만 누르면 될 것을 습관적으로 어둠 속을 비틀거리며 걸어서 불을 켰다는 것이 생각났던 것이다. 깨어있지 못하다는 것은 얼마나 어두운 일인가? 그리고 만약 제자가 조도까지 조절되는 최신형 전등을 사 오지 않았다면, 아마도 나는 습관적으로 제일 싸고 평범한 것으로 설치했을 것이고 전등 수명이 다하는 미래의 6년을 다시 리모컨의 편리함을 상상하여도 못한 채 다시 어둠 속을 비틀거리며 걸어서 방을 밝혔을 것이다.


경제적이고 실용적인 것만을 고집한다는 것은 어쩌면 내가 가진 것을 과소평가하는 것이고, 자취생으로 늘 학용품 살 돈이 없어서 쪼들리며 최소의 것만으로도 만족해하던 12살 아이에서 멈춘 생각의 습관과 생각 중독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가진 것이 적으니 가장 싸고 실용적인 것도 괜찮다고 생각한다면 불과 아메리카노 한잔 값의 차이로 침대에서 여유 있게 리모컨으로 불을 켜고 서서히 눈이 불빛에 적응하기를 기다렸다가 일어나는 삶은 없었을 것이다.


리모컨의 편리함에서 오는 스마트함의 아쉬움보다 가난하고 어린 자취생의 사고에서 빠져나오지 못한 나의 습관적 사고의 패턴과 무한 반복되는 삶이 더 두려웠다. 어쩌면 난 56세의 장년이지만 여전히 자취생활에 적응하지 못하고 있는 6학년 아이의 모습으로 삶을 무한 반복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환골탈태라는 목표로 수행을 하는 것이 왜 우리 삶에서 그토록 중요한 것인가를 뼈저리게 느낀 새벽이었다. 아몬드 꽃말처럼 항상 깨어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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혜자가 장자에게 말했다.

”당신의 모든 가르침은 쓸모 없는 것에 뿌리를 두고 있습니다. “

장자가 대답했다.

”쓸모없는 것의 가치를 알지 못한다면 쓸모있는 것의 가치에 대해서도 말할 수 없다.

예를 들어, 땅은 넓고 광활하다.

그러나 그 넓은 땅에서

사람은 다만 그가 그 시간에 우연히 서 있는

적은 부분의 땅만을 사용한다. <삶의 길 흰구름의 길/ 오쇼 / 류시화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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