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카메룬 블루 마운틴 아케

나는 카페 서래수 커피를 마신다. 2

by 김은형

AKeh가 커피 산지 표시인 것을 이제야 알게 되었다. 카메룬이 450만 년 전 커피나무의 발원지라는 것은 슬쩍 스쳐 들어 알고 있었으나 카메룬 사람들의 텃밭에서 60년씩 된 고목에서 딴 생두라는 것도 처음 알았다. 우리에게 평생 공부가 필요한 것은 아마도 이런 새로운 지식이 주는 짜릿함 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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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루 마운틴 커피가 비싸다는 것 외에 내가 아는 상식은 없었다. 그리고 블루 마운틴 커피가 비싸다는 정보만으로도 나는 충분히 그 커피의 맛을 즐길 수 있었다. 미각으로 커피를 마셨다기보다는 원두의 가격이 알려주는 인기도로 맛을 결정했었기 때문이었다는 것을 이제 비로소 깨닫게 된다. 아니 그보다 더 중요한 지표는 나의 허영심이었다. 비싼 것은 좋다거나 비싼 것은 맛있다 정도의 유치함이었을까?


시음 기를 쓰기 전에 카메룬 블루마운틴 아케(Cameroon Blue Mountain AKeh)에 대해 알아보기 위해 잠시 리서치를 하면서 나는 문득 나 자신의 수준을 먼저 알아버리게 된다. 정작 커피에 대한 자신의 취향을 알기 전에 커피 값에 포함된 선입견이 마치 내 취향처럼 작동되고 있었음을 간파한 것이다. 참 유치하고 깜찍하고 어처구니없는 단순함이다. 하지만 커피 알의 숭고함도 알게 되었다. 콩알을 한 알 한 알 채취한다는 것이 얼마나 수고로운 일인지를 조그만 텃밭 농사를 통해 알았기 때문이다. 갑자기 텃밭에 걸어두고 여전히 털지 못한 들깨 알들에게 미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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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을 끓이고 커피를 갈아 내리는 순간까지 온갖 정성을 기울여보나 마음속 약간의 불안은 어쩔 길이 없다. 평소 무작정 내려 마시던 때와는 다른 긴장감이랄까? 나는 커피 전문가가 아니라는 지극히 당연한 인식에서 오는 불안감이야말로 엉터리다. 하지만 커피 향이 바로 마음을 차분하게 갈무리해준다.


커피를 한 모금 마시자 다른 사람들의 카메룬 블루마운틴 아케에 대한 시음 평 중 어느 하나도 나는 공감할 수 없음을 확인한다. 멜론과 수박, 푸른 사과 같은 과일의 풍미가 있다는 다른 이들의 감각과는 달리 나는 어린 새 날개처럼 가벼운 새콤함을 느낄 뿐이다.

KakaoTalk_20220106_171714448_15.jpg 서래수 드립 커피에 주로 사용하는 멜리타 아로마 드리퍼를 사 와서 나도 같은 방식으로 내려보았다. 하지만 다르다.


나에겐 신맛과 과일 맛이 연상시키는 사랑스러움보다는 ‘커피는 악마처럼 쓰다’는 카피의 무거움에 더 가까운 묵직함이 다가온다. 더 쉽게 말하자면 누구나 느끼는 쌉쌀한 커피의 쓴맛을 느꼈다는 표현이 더 적절할 것이다. 다만 차이가 있다면 부드럽고 애교스러운 고소함이 감도는 쓴맛일까? 어쩌면 나는 아직 커피 맛을 언어로 풀어낼 만큼 커피 맛에 민감해지지 못했는지도 모른다. 아니, 그보다는 뭔가를 느껴보겠다고 애를 쓰니 감각이 더 둔화되는 느낌이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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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비우고 온전히 커피로 채워질 때 비로소 그것이 내게 오리라는 것을 알지만, 커피 가격이나 기억된 타자들의 언어로 선입견이 가득가득 채워지는 자신을 부정할 수 없다. 아마도 커피를 마시기 전 명상을 먼저 해야 할지도 모르겠다. 카메룬 블루 마운틴 아케는 다시 한번 마셔보고 시음 기를 다시 한번 더 써보기로 하면서 생각한다.


어쩌면 커피도 사람과 같겠구나..... 마치 사람처럼 두고두고 겪어봐야 알 수 있겠구나.... 어쩌면 그래서 커피도 사람과 같겠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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