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카페 서래수 커피를 마신다. 5
‘낯선 커피에게서 내 남자의 향기를 맡았다.’
이를테면 에티오피아 케라모 커피를 한 모금 마셨는데, 스모키 한 감성의 그윽한 남성이 떠올랐던 거다. 어쩌면 그 순간의 감동은 ‘The Voice Of Holland-Season 2’의 출연자였던 할리 뤼스커(Charly Luske)가 ‘This Is A Man's World’ 첫 소절을 부르자마자 심사위원 다섯 명이 올 턴 했던 순간과 같은 짱 한 감동이었을까? 그 순간부터 에티오피아 케라모는 서래수에선 ‘그남자’로 통한다.
어쩌면 커피의 스모키 한 감각이란 할리 뤼스커의 패션 감각과 비슷한 것은 아닐까? 깊게 파인 헐렁한 면 T셔츠와 청바지에 최고급 맞춤 슈트를 헐렁하고 자연스럽게 턱 하니 걸쳐 입는 섹시하고 쿨한 남성적인 매력이라고 해야 할까? 그는 꾸밈없이 담백하고 심플하지만, 예리하게 빛나는 눈동자는 물론 온몸 가득 탄탄하게 채워진 에너지와 필링으로 무대 전체를 단단히 눌러 밟고 압도적으로 노래했다.
나에게 에티오피아 케라모 아이스 드립의 맛은 바로 그런 감각이었다. 그래서인지 케라모 커피를 딸기나 블루베리와 같은 베리류의 감각으로 표현하는 분들의 필링은 나에겐 전혀 설득력이 없다. 아니, 커피 맛을 과일의 맛과 향에만 국한시켜 감각하는 세계에 대해 나는 정면으로 반기를 든다. 설령 악플이 달릴지라도.....
제발 악플이 달릴 만큼 많은 독자들이 읽기라도 했으면 좋겠다..... 하하하.
‘나는 소망한다. 100만 명의 악플러를....’
서래수에서 가끔 마주치는 단골손님들도 각각의 커피로 표현할 수 있을 것 같다. 각자 좋아하는 취향도 다르겠지만 사실 커피 맛의 특징과 개성에 따라 그 사람이 교차되기도 한다.
서래수에서 영화‘기생충’ 시나리오를 썼다는 봉준호 감독님은 왠지 차분하게 내려앉는 볼리비아 커피 같은 느낌이 나고, 팔순의 노신사는 왠지 우간다, 무척 마른 어떤 분은 과테말라 레인 포레스트 코반? 14년 단골손님 C 선생님은 블루 마운틴, 손재주 좋은 모닝커피의 요정 J선생님은 동글동글 피베리, 15년 된 컬러풀한 니트 스웨터의 노부인은 모습 그대로 파나마 에스메랄다 게이샤 원두만 드신다.
4년 동안 카페 서래수를 들락거리며 마주친 단골손님들! 그들은 모두 각자의 커피 향이 있다. 어쩌면 그들도 내게서 특별한 커피 향의 감각을 느끼고 있을지도 모른다.
어제 브런치 작가 파우스트 님이 케냐 피베리가 작가님을 닮았다고 댓글을 달아놓았던 것처럼 우린 서로의 모습과 말과 행동에서 서로 다른 커피 향을 감각한다. 사실 80억 명의 지구인들 모두가 서로 다른 커피의 감각을 갖는다. 향과 맛도 어쩌면 뇌와 마음의 마술이기 때문에 사실은 같은 커피라도 80억 개의 커피가 존재하는 것과도 같다.
암튼 카페 서래수 김정희 대표님의 권유로 에티오피아 케라모 아이스 드립 커피를 처음 마시고 그토록 흥분하게 될 줄은 몰랐다. 아이스 케라모를 마시고 내가 김 대표님께 처음 건넨 말은
“ 아! 이런 남자 만나고 싶어요! ”였음은 물론
아주 명확하게 서래수 커피 시음 기를 써야겠다고 생각이 마음속으로 들어왔다.
2021년 6월, <메타버스 스쿨혁명> 책 쓰기에 몰입해 들어가며 초여름 날씨보다 내 머리와 몸이 더 뜨거울 때였기에 아이스 드립 커피가 더욱 강렬하게 다가왔던 것인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그 강렬함은 단순한 강함이 아닌 그윽함을 동반한 것이었기에 더욱 내 안의 파동을 위로 아래로 리듬을 주며 춤추게 만들었다.
오늘 아침은 그래서 특별히 에티오피아 케라모를 뜨겁게도 마시고, 얼음을 넣어 차갑게도 마셔본다.
그날의 강렬함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그래도 역쉬! 좋다! 오랜만에 할리 뤼스커의 노래까지 곁들이니 금상첨화? 하지만 커피에 집중하지 못하고 바로 내가 반한 네덜란드 남자들에 대해 생각한다.
도대체 나는 왜 네덜란드 남자들이 그토록 좋은 것일까? 고흐 때문에 울어봤고, 보이스 아티스트인 져스틴 삼가르의 보이스 퍼포먼스에 감동해서 울컥했으며, 할리 뤼스커의 열정 어린 예리한 눈빛에 코끝이 찡했었다. 암스텔 담 역을 떠날 때 흐르던 눈물이 이제 보니 그 때문이었을까? 설마? 하하하
암튼 나는 오늘 아침 문득 서래마을 카페 서래수로 달려가고 싶다. 그리고 카페 문을 열자마자 이렇게 외치고 싶다.
“ 굿모닝~~~ 오늘 아침 커피는 ‘그남자’로 주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