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카페 서래수 커피를 마신다 6.
눈이 살짝 내린 새벽길을 밟자마자 오늘은 조금 진한 커피를 마시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흰 눈과 블랙커피의 흑백 컬러 대비가 확연한 시각적 욕망이 떠올랐던 것일까? 아니면 눈까지 내린 추운 날씨로 뜨거운 커피가 절실해진 것일까? 어느 쪽이라도 분명한 것은 오늘 아침은 유독 커피 마시는 시간이 기다려지고 즐거워졌다는 사실이다.
새벽 기도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자마자 케냐 카이나무이(Kenya specialty Kainamui) 원두를 갈아 커피를 내렸다. 오~~~ 내가 바랐던 대로 정말 다른 커피보다 까만 물이 컵을 채우기 시작한다. 채워진 커피는 심해의 어둠처럼 아주 새까맣게 검다. 어쩌면 흰 눈이 내린 겨울 아침의 커피로 제격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하며 커피를 한 모금 마신다.
“ 앗! 쓰다. ”
다른 커피처럼 커피 원두 20g 정도에 물을 200cc 정도 부어 드립 했는데 이토록 쓴맛이 강한 줄 몰랐다. 스팀 우유를 넣어서 카페오레를 만들어 먹으면 딱 좋을 정도? 마치 덜 걸쭉한 상태로 추출한 에스프레소 느낌의 맛이랄까? 다시 물을 끓여서 커피를 컵에서 3분의 1 정도를 따라내고 뜨거운 물을 다시 부어 마신다.
“ 오..... 이거 뭐지? ”
탄닌 맛이 강한 레드 와인의 느낌일까? 좀 드라이한 아르헨티나 말벡 와인처럼 진짜 포도주 맛이 느껴진다. 갑자기 모닝 와인에 안주가 있어야 할 것 같은 느낌 아닌 느낌? 커피를 마시다 말고 나는 베트남산 흰다리 새우를 냉동실에서 꺼내 온다.
요즘 나의 주식은 ‘사과, 현미효소, 흰다리 새우, 배추’ 등이다. 특히 대학 은사님 사모님이 직접 만들어서 선물하신 메리골드 올리브유에 가볍게 볶아서 먹는 튀김용 흰다리 새우의 탱글탱글한 식감과 맛을 즐긴다. 새우가 와인 안주로도 제격인 것은 누구나 다 아는 사실! 갑자기 커피에 곁들여서 올리브 새우를 먹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식은 커피도 맛있다는 것을 경험으로 잘 알고 있기에 커피가 식든 말든 갑자기 새우요리를 시작한다. 사실 요리랄 것도 없다. 올리브유 기름 붓고 새우와 마늘 넣고 약간의 후추와 소금을 무심한 듯 던져 넣고 바질 잎만 따다 올리면 끝. 드디어 3분 만에 요리 완성!
어쩌지? 너무너무 맛있다.
새우와 바질 마늘을 함께 올려서 한입 물고 식어버린 케냐 카이나무이를 한모금하니 감칠맛이 배가 되면서 아주 고급스러운 느낌의 여운이 남는다. 고급스럽다는 맛의 감각은 지나치지 않은 조화로움의 여백 같은 것이라고 해야 할까?
그냥 아주 감칠맛이 돌면서도 군더더기 없이 깔끔하게 잡아준다. 식어버린 케냐 카이나무이 커피가 식사 도중 곁들이는 와인의 역할을 제대로 대신한다.
삶과 세상은 얼마나 조화로운가? 뭐든 함께 하면 서로가 가진 결이 더 아름다워지고 더 맛있어지고 더 새로운 차원으로 한 단계 성장한다. 어쩌면 그래서 우린 함께 어울려 살아가야 하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아니, 함께 하지 않으면 결국 죽음에 이르는 고독한 병으로 생을 마감하게 되는지도 모르겠다.
흰색 눈과 까만 커피의 조화 또한 음양의 조화였던 것일까? 암튼 오늘 마신 케냐 카이나무이는 식은 커피도 맛있다는 진리 아닌 진리를 한 번 재확인해주었다.
까맣고 드라이하고 깊은 심해처럼 아름다운 커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