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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은형 Nov 10. 2022

35년 만에 찾아온 사랑과 섹스였다.

2022.11.10. 목요일. 새벽Tea톡 308.


상쾌한 새벽 차 한잔의 힐링! 오늘도 유쾌한 하루를 창조하는 5분 인문학 메타버스 스쿨혁명 TV 새벽Tea톡 김은형입니다. 2022년 11월 10일 목요일 새벽Tea톡 308회는 알마 출판사에서 간행된 올리버 색스의 자서전 『온 더 무브』를 이민아 선생님의 번역본으로 만나며 제 삶을 여러분들과 나눠보도록 하겠습니다. 


누적된 피로로 어제 만년설 한의원에 해독차를 사러 갔다가 우연히 원장님 서가에서 『온 더 무브』라는 책을 발견했습니다. 『아내를 모자로 착각한 남자』라는 책으로 유명한 의사 올리버 색스의 자서전으로 제가 무척 좋아하는 책이었죠. 독서 취향이 같다는 것은 어쩌면 세계관이 비슷하다는 말이기도 한데요... 원장님과 독후감을 나눠보니 같은 책을 읽고 서로 다른 부분에서 찔림이 있었더라고요. 같은 책을 읽고 서로 다른 느낌을 갖는다는 것이 당연한 것이긴 하지만 세상을 바라보는 방향이 우리가 사는 세상과 삶을 만든다는 『바가바드 기타』의 가르침이 문득 떠올랐습니다. 


올리버 색스는 영국 의사 부부의 아들로 태어나 남부러울 것이 없이 자라났지만 청소년기에 자신의 타고난 동성애적 성향을 깨닫고 보수적인 영국을 떠나 미국에서 스스로의 삶의 발판을 개척해나갑니다. 그는 1900년 중반 당시 사회가 받아들이지 않던 자신의 성적 정체성을 숨기거나 저항하지 않고 의사로서의 소임을 다하면서 하루도 빼놓지 않고 자신의 일상을 1000여 권의 일기에 담으면서 책을 통해 더 많은 사람들을 치유해나가죠. 그러다가 70대가 되어 비로소 해부학 책의 저자와 사랑하는 사이가 되며 올리버 색스는 그 사랑의 첫 순간을 눈물로써 이렇게 기록합니다. 


“ 눈물을 주체할 수 없었다. 35년 만에 찾아온 사랑과 섹스였다. ”


문장을 읽어 내리며 저 또한 올리버 색스와 함께 울었던 기억이 찬연합니다. 이성애와 동성애를 나누어 옳고 그르고를 따지기 전에 35년을 쓸쓸하게 살아온 고독한 한 사람의 생애가 끝나갈 즈음에 비로소 사랑하는 사람을 찾고 신뢰와 합일의 순간에 이르러 감동의 눈물을 흘린 다는 것은 그 어떤 장황한 영화의 라스트 씬보다도 더욱 감명 깊은 것이었습니다. 


어제 뉴스를 잠깐 읽다 보니 제주도의 한 학교 사회시간에 인권존중의 차원에서 성소수자에 대한 관점과 시선의 방향 또한 차이와 다름을 인정해야 한다는 수업을 하였는데 학부모 민원이 들어오고 교권탄압이라 할 정도의 교육 자율권이 압살 되었음을 개탄하는 내용이었습니다. 서로 다른 모양이지만 서로를 존중하자는 선생님의 수업이 무엇이 잘못된 것일까요? 예전엔 감히 말하지 못했던 자신의 본성과 정체를 인류의 인식 수준이 올라가면서 당당히 오픈한다는 것이 문제가 되는 것일까요? 오히려 우리의 사유의 깊이가 성장했음을 자축해야 하는 것은 아닐까요?


올리버 색스도 동성애자라는 이유로 부모님을 실망시켜 드리고 싶지 않았다고 고백합니다. 하지만 그것은 자신이 선택한 것이 아니라 인간이 타고나는 또 하나의 성향과 특성에 속했을 뿐 자신의 문제는 아니라는 자각으로 깨어납니다. 그리고 자신이 할 수 있는 환자들을 돕는 일을 묵묵히 해나가며 사회와 인류에 공헌합니다. 어쩌면 올리버 색스가 성소수자로서 홀로 외롭게 보낸 35년은 힘들고 외로운 사람들을 위해 천사가 준비한 헌신의 시간은 아니었을까요? 그리고 그 뒤에 찾아온 사랑의 기쁨은 환자들을 한 사람의 인격체로서 존중하며 더불어 살았던 올리버 색스에 대한 천사들의 선물은 아니었을까요? 


세상에서 자신을 가장 사랑하고 믿어주고 지지하리라 믿었던 부모님들로부터도 동성애자라는 이유로 터부 당하며 고향을 등지고 타향에서 홀로 자신에게 주어진 삶의 고통을 오토바이 라이딩과 독서와 일기 쓰기로 견디며 끝까지 삶에 최선을 다한 올리버 색스의 삶의 태도를 저 또한 명심하며 오늘도 상쾌 유쾌 통쾌한 하루를 살아보도록 하겠습니다. 


여러분들의 하루를 명쾌하게 안내하는 ‘메타버스 스쿨 혁명 TV’ 새벽 Tea톡 김은형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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