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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은형 May 11. 2023

출판사 대표가 되어 첫 책을 만들다 보니..3

<foodstyle의 인문학 수라, king's dinner> 출판기 

드디어 포장 패키지 샘플이 도착했다.     

세상에 쉬운일이 하나도 없다지만, 포장 패키지 만드는 일이 이렇게 디테일한 것인지를 처음 알았다.     

돈키호테에서 읽었던 < 큰 용기는 나쁜 운수도 부수어 버린다>는 스페인 속담이 떠오른다.          

교구가 담긴 라이프스타일 실용서를 만들어서 북패키지 세트로만 책을 기획하고 출판하겠다던 나의 용기가 어쩌면 진짜 나쁜 운수를 부수어 버릴 수 있는 기회를 만들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샘플 작업이라 완성품이 아닌 사이즈와 규격이 같은 제품들로 대체해서 포장회사 사장님이 패키지를 만들어 보내주셨다.          

아직 겉 포장 싸바리 제작과 샘플링 작업이 또 다시 남아있지만 가지런히 담긴 내용물들의 앉은 폼새 자체가 왠지 명상적이다. 차분히 내려앉아 고요히 자신과 만나고 있는 담백한 존재의 모습 같다고 해야할까?               

         


아마 독자들은 골판지가 뭐 그리 대단히 아름다운가? 라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저 골판지를 저렇게 자르고 디자인하기까지 골몰했던 시간들과 나눈 이야기들의 총합을 상상하지도 못할 것이다.          

나는 이제 상품이 담긴 포장 하나하나도 소중하고 감사하게 생각할 수 있는 사람으로 변형되었다.               



       

엊그제 새벽에 'MY WAY' 에 대해 생각하며 뭉클하고 장엄한 성스러움을 경험했는데     

오늘은 어쩌면 보잘것 없다고 생각될지도 모를 골판지로 만든 상자 하나가 내게 성스러운 삶의 길에 전율을 느끼게 한다.          

나는 우리 삶을 일반론과 보편성의 잣대로 규정지어 말하는 것에 대해 동의하지 않는다.  이말은 즉,     


당신은 저 골판지가 상품을 포장하고 있는 쉽게 버려지는 포장재로 생각될지 몰라도     

내겐 저 골판지 상자 자체가 종생토록 간직할 보물이 되었다는 이야기다.     


내 생애 최초로 두 달이 넘게 공을 들여 만들어낸 소중한 골판지이자 내 생을 기록하는 유물!     

가보란 바로 그런것이다!     

다른 사람에겐 아무 것도 아니지만, 내게는 소중한 무엇, 내 가족이 소중히 여겼던 무엇, 그것이 가보아니겠가?   그 사물을 통해 그를 떠올리고 추억하고 사랑의 기억을 다독거릴 수 있다면 보물중에 보물이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그래서 이번 < #수라 , KING'S Dinner>를 가보처럼 자녀에게 선물하는 어린이날 선물이란 하나의 컨셉을 잡았던 것이다. 부모와 함께 소꿉장난하듯 밥을 잘 차려먹고 행복했던 순간을 아이들에게 '기억의 보물'로 선물하는 부모의 애틋한 사랑을 담아보고자 했던 것이다.          

그런데... #어린이날이 지나가고 말았다...     

마침 어제 텀블벅에 얼리버드로 미리 예약했던 신청자에게 전화가 왔다.     

아이들이 무척이나 기다린다고...     

미안해서 어쩌나......          


더 큰 기쁨을 드리도록 끝까지 예술적 완성도를 위해 노력하는 수밖에 ....     

이제 저 안에 든 제품 포장 구성을 하나의 싸바리 상자를 디자인해서 담게 된다. 다시 샘플링 과정을 반복해하고 확인해야하는 과정이 또 남았다.     

공들인 시간이 더욱 많아진다는 이야기다. 그래서?     

에너지와 정성이 더 많이 담기니 받아보는 독자들은 하나의 기도를 받는 것과 같을지도 모르겠다. 어쩌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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