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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은형 May 13. 2023

출판사 대표가 되어 첫 책을 만들다 보니..4

foodstyle의 인문학 수라, King's Dinner 출판기


등골이 오싹한 순간은 한 밤중에만 찾아오는 것이 아니다. 그뿐일까? 더디게 찾아오는 행운도 꼭 찬란하지만은 않다.


< foodstyle의 인문학 수라, king's Dinner> 최종원고 교정본 확인과 감사의 글 마무리가 남았는데

노트북이 켜지지 않았다. 최종원고 다발이 들어있는 컴퓨터가 켜지지 않는다는 것은 그야말로 등골을 오싹하게 한다. 독자들이 생각하는 것 보다 더 한 , 스릴러보다 더한 소름이자 끔찍함이다.



어제 새벽에 노트북을 켰더니 불이 들어오지 않았다. 밧데리 문제인가? 했는데 그것도 아니고,

안전한 글쓰기를 위해 지난 3월 5일날 전문가들의 의견을 들어가며 구입했던 노트북이었다.

속수무책인 상태에서 새벽 라만차키호테북클럽 시작 시간이 되어 일단 핸드폰으로 대충 진행했다.


LG서비스 센터가 문을 열려면 9시.

새벽 3시에 깨어 서비스센터가 문을 여는 시간까지 마음이 동동동 동동동

드디어 센터가 문을열었고 점검을 받아보니..

너무나 어이없게도 메인보드가 나갔단다. 이제 겨우 2달하고 일주일을 썼는데...



아니, 새 노트북이 고장난 것이 문제가 아니라 원고는 어쩌나? 당장 인쇄소로 넘겨야하는 시점인데?

7차 교정 원고도 아직 디자이너에게 보내지 못한 상황인데?

이제까지 교정한 부분에 대해서는 어떻게 복구해서 진행해야하나? 등등 ....

새벽보다 더 등골이 오싹하게 소름이 끼쳤다.


일단 데이터 백업이 가능한지를 여쭈니 바로 해줄수 있단다.

마침 전에 쓰던 노트북 카메라 상태를 확인하려고 함께 가져가길 너무 잘했다. 하지만 곧이어 다른 망상들이 떠오르기 시작했다.


일단 백업을 받고 메인보드는 내일 교체해서 돌려준다는 안내를 받았지만 만약 서브 노트북이 없어다면 어쩔뻔했는가? 오늘 당장 교정과 인쇄 업무가 중단되어 또 늦어지고, 당장 체결해야할 고비즈' 해외 쇼핑몰 진출 지원 계약'에 서명도 할 수 없게 되지 않겠는가? 이런 줄줄이 이어진 업무손실과 시간의 손실에 대해선 어떻게 보상받아야할까? 새벽내내 동동거린 애타는 마음과 버려진 시간들은? 이런저런 생각들이 마구 몰려왔다. 그리고 메인보드를 바꿨는데 또 다시 이런 일이 생긴다면?


다시 돌이켜 생각하니 그냥 서비스를 받을 문제가 아니었다.

2달 일주일동안 나와함께 해준 노트북이 감사했지만, 환불 받고 다시 구입하는것이 맞다는 판단이 내려졌다.

그리고 차근차근 담당자들을 만나고 대표 서비스센터에도 전화를 걸어 나의 의지를 분명하게 전달했다.


화낼 일은 아니었다.

아마도 그 노트북 생산과정에 어떤 생각지도 않은 요소의 문제가 개입되었을 것이다.


생산자도, 판매자도, 서비스자의 문제도 아니다. 심지어 하필이면 그런 노트북을 내가 샀다는 것이 문제일 수도 없다. 다만 노트북과 나의 인연이 거기까지 였던 것이다

그렇게 서비스센터 직원을 설득했고,

작가인 내게 노트북이 어떤 의미인지에 대해 다시 설명했다.

그리고 분명한 것은 나는 어떤 상황에서도 환불을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관철해낼것이라는 자세와 기세를 보여줬다.


그래서?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오후에 환불해주겠다는 답이 왔다.


환불된다고 불편함이 끝난 것은 아니다.

여러가지 세팅을 처음부터 다시 해나가야하고

다시 새로운 시스템에 적응도 해야하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감사하다.


더듬더듬 쓰던 노트북으로 어제 마무리지어야할 일들도 마무리도 짓고

원고교정도 밤 9시40분이 넘어서까지 카페 주인장이 빌려준 마우스로 더듬더듬 진행했다.




오늘은 부속품들을 서비스센터에 갖다주고 환불 절차를 밟아야한다.

좀 불편하지만 아무튼 한달 안에 고장시에만 보상이 가능한 규정을 깨고 환불을 단행해주니 고맙다.

바쁜 시간에 돌아가는 이유가 있을 것이다.


더디게 찾아오는 행운도 꼭 찬란하지만은 않다.


그러나 찬란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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