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7.24. 내가 깡다구 엄마 선생이다!
나는 서이초 선생님의 죽음 앞에 공감하고 절망하며 울고 있는 2030 선생님들의 엄마요 선생이었다. 어쩌면 여러분 중 누군가는 2030 선생님들이 이기적이고 계산적인 MZ세대이거나 경력이 짧고 어려 학부모 응대에 미숙하여 험한 일을 당했을지도 모른다는 낭설에 수긍했을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나는 2030 선생님들의 엄마요 선생이었던 퇴직교사로 결연히 일어나 맞짱 뜰 준비를 하며 쌈닭의 자세로 말하겠다.
“ 닭치세요! ” (평소엔 닥쳐!라고 말한다.)
왜냐면 진짜 문제의 본질은 교육시스템이기 때문이다. ‘24세 선생님의 죽음’이 우리를 더 절망하고 슬프게 만드는 것은 교육시스템의 새로운 구조화나 미래교육 방향의 수정만으로도 얼마든지 예방할 수 있는 일이었다는 데에 있다. 그렇기에 서이초 신규교사의 죽음은 교권만이 아닌 이 시대 교육의 총체적 문제로 풀어 가야 한다.
단순히 교권과 학생권의 충돌로 빚어진 부작용이 아니라는 말이다. 그리고 이 사안의 무엇보다 중요한 관점은 부모도 어찌할 바 모르는 미지의 21세기 디지털 알파세대 인류의 교육을 근현대 교육이론과 방법론만으로 무방비 상태에서 가르쳐야 하는 교사들의 절망과 혼란이다.
더군다나 전환기 시대 선생님들의 절망과 혼란은 시대변화와 교육의 보수성은 문제 삼지 않고 교사의 개인적인 능력이나 품행의 문제로 단정 지어 버리는 억압적 교직사회 분위기와 민원중심 교육행정의 뿌리 깊은 문제까지 겹쳐있다.
2030 교사들의 목소리를 경청하라! 그들도 누군가의 소중한 자녀였다.
코로나 이후 미래교육과 교육의 혁신을 운운하며 에듀테크와 AI교육으로 선진교육을 주장할 것이 아니라, 진짜 하브루타적으로 새 시대에 맞는 새로운 교육철학과 교육 방향을 논했어야 했다. 코로나 이후 훅 들어온 온라인시대에 진짜 중요한 교육현장의 문제는 무엇인지에 대해 통렬하게 귀를 열고 들었어야 했다.
더 많은 교사들이 병들어 죽어가고 있는 현실과 더 많은 아이들이 자살 충동을 자해로 견디고 있는 절박한 현실을 총체적 사회시스템의 문제로 읽어내는 관점에서 들여다보고 수정했어야 한다는 말이다.
5060 엄마아빠 교사들도 똑같은 고통을 당하며 견디어온 것이 교육현장의 실태다. 이제 후배교사가 된 우리 제자 2030 선생님들의 통렬한 아픔에 우리가 먼저 나서야 한다. 우리가 먼저 소리 내고 우리가 먼저 그들의 고통을 말해줘야 한다.
인간의 욕망이 인간의 생명과 귀함을 넘어서서 생사를 지배하는 시대에 교육철학의 부재와 리더의 도덕성의 부재는 교육을 독극물로 변형시킨다. 좋은 교육일 때만 교육은 교육으로서 작동한다.
어린 교사의 죽음이 우리에게 더욱 절망적인 것은 더 근원적인 문제, 인간 본연의 귀함이 폄하되고 억압되는 물질 만능 시대의 교육시스템은 물론 새 시대에 맞는 새로운 교육의 지향과 지평을 열어주지 못한 바로 우리 5060 엄마아빠 세대들의 책임이라는 말이다.
동양의 고전 『주역』 49 괘는 택화(澤火) 혁(革)으로 혼돈의 천지가 거대한 충격 이후 주어진 운명을 고치며 새롭게 태어나는 ‘혁’의 지혜를 말한다. 가죽은 가죽이되 무두질에 의해 전혀 새로운 ‘쓸모’를 갖게 되는 것이 바로 혁(革)의 핵심이다. ‘서이초 선생님의 죽음’이라는 거대한 사회적 충격도 가죽의 택화혁의 무두질처럼 새로운 교육의 전향점으로 그 죽음을 헛되이 하지 않게 해야 한다.
그리고 교육의 변화라는 그 고독하고 외로운 길을 스스로 선택하여 거리로 쏟아져 나온 2030 선생님들의 엄마이자 과거 스승들로 마땅히 그들의 버팀목이 되어야 한다. 우리가 먼저 그들이 하기 어려운 현실의 이야기를 나누고 제안하고 길을 터 주어야 한다. 적어도 우리는 그들보다 30년은 더 살지 않았나? 그래서 그동안 맷집도 더 늘지 않았나?
일단 무엇보다 교육정책과 철학은 없고 학부모 민원에 휘둘리며 교사들에게 참기만을 강요하며 교사 개인에게 책임을 전가하며 사안을 축소시키려는 행정관행과 관리자의 태도부터 반성해야 한다.
왜 묻지 않는가?
서이초의 어린 신규교사가 교실에서 자살을 선택하기까지 교감과 교장은 무엇을 하고 있었는지에 대해서는 왜 함구하고 있는가? 교육부 장관은 왜 어린 교사를 죽음으로 몰아넣은 교육현장에 대한 책임은 통감하지 않고 경찰에 철저한 조사를 촉구하고 있는가? 그것이 이 나라 교육의 수장으로서 합당하고 정당한 일인가? 교육부장관의 할 일을 다하고 있는 것인가? 교육정책이란 사고 이전에 합리적인 교육 시스템을 만드는 일이 아니던가?
2030 선생님들은 기죽지 말라!
5060 부모 선생들이, 여러분들의 선생들이었던 나와 같은 퇴직 교사들과 현직 교사들도 모두 여러분과 함께 아픔을 나누어 감당하고 있음을 잊지 말고 절망하지 말라!
아니 나와 같은 퇴직교사들이 현직교사들의 경계를 넘어 더 직설적으로 말하고 요구하며 당연히 존중받아야 할 선생님들의 목소리를 더 잘 대변해 나갈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음도 잊지 말라!
그리고 당신들이 꿈꾸었던 교육자로서의 사명감과 아이들에 대한 사랑을 어떤 상황에서도 놓지 말고 집중하라! 조직에게 보호받지 못하고 문책만 당하는 현실을 겁내지 말라! 이것이 아니면 저것이 온다.
선생으로 남지 못하는 것이 두렵고 무서운 것이 아니라 선한 의지로 최선을 다해 인간답게 살고 봉사하려 했으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당신이 존중받거나 귀한 존재로 인정받지 못하는 현실의 두려움에 더 깨어있으라.
처음 온 버스가 지나가면 다음 버스는 또 오기 마련이다. 삶의 심층을 긍정하고 미지의 삶을 인정하며 현재를 살면 두려울 것이 없어진다.
2030 선생님들 또한 모두 우리들의 자녀들이며 우리의 제자들이었고 누군가의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소중한 자녀들임을 잊지 말라!
우리 또한 어느 한 시절 학생이었고 학부모였다. 우린 모두 연결된 존재들이자 그때그때 변형되는 존재들이다.
죽음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던 그 젊은 청춘의 절망에 공감하고 그 공감이 새로운 시대를 여는 힘이 될 수 있도록, 그래서 서이초 선생님의 죽음이 새 교육을 열어가는 가치와 의미를 지니는 역사적 변환점으로 그의 죽음이 역사에 기록될 수 있도록 노력해 나가는 것. 그것이 5060 엄마 선생인 우리들의 역할이다.
서이초 선생님의 죽음은 단순히 2030 교사나 교권만의 문제가 아니라 교사와 학생을 모두 죽음으로 몰고 있는, 디지털 메타버스 시대정신이 반영된 새로운 교육철학도 없고, 정책도 없는 교육의 총체적 문제임을 조목조목 찾아 써나가며 대안의 길을 찾아가 보도록 하겠다. 지금이라도 그들의 선배요 엄마요 스승으로서의 도리를 스스로 조금씩 찾아보도록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