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번째 일기 4일

2020년 9월 26일 토요일. 손걸레가 바람에 펄럭인다.

by 김은형


정토회 사무실에 봉사활동을 갔다.

오늘 나에게 주어진 일은 실내 계단 청소다.

청소는 늘 힘들다고 툴툴대며 봉걸레를 찾아 계단으로 가니,

다른 도반이 벌써 손걸레질로 계단 청소를 거의 다 마친 상태였다.

순간 부끄러운 마음이 훅하고 올라오며

내가 청소는 피곤하고 힘들다는 습관적인 생각에 사로잡혀있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부처님이 말씀하신 깨달음이란 이런 것일까?

내가 나를 알아차리는 순간?


같은 일도 몸소 무릎 굽혀 저토록 행복하게 하는 사람이 있는 반면

하기 싫다는 마음으로 툴툴대며 행동까지 느려진 나의 몸과 태도까지 참회가 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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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른 도반이 계단을 닦던 손걸레를 받아서 수돗가로 걸레를 빨러갔다.

평소와 달리 손빨래가 힘들지 않고 매우 즐거워지며 빨래판이 돌로 된 이유를 알 것 같았다.


이토록 즐거운 빨래를 매일 하다 보면 나무로 된 빨래판은 금방 닳겠구나.... 하하하

아무리 새로운 과학기술로 세탁기가 빨래를 대신해줘도

이렇게 빨래판에 비누거품 북실북실 내가며 빨래를 빠는 즐거움은 사라지지 않겠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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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에게 슬로 라이프가 하나의 클래식으로 끝끝내 없어지지 않는 이유가

바로 이런 담백한 즐거움과 성취감에 있는 것이구나.....

코로나도 빼앗을 수 없는 삶의 기본!


인간의 손으로 손수 행하는 모든 생활 노동에는 충만한 삶의 기쁨이 있다.

걸레를 빨래 줄에 널어놓고 나는 스스로가 대견하다.

내가 빨아 널은 손걸레가 자랑스럽게 바람에 펄럭거린다.


'손걸레가 바람에 펄럭입니다. 하늘 높이 아름답게 펄럭입니다’


오늘의 성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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