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번째 일기

31일, 2020년 10월 26일 월요일. 나는 가끔 멈춘다.

by 김은형

나는 가끔 멈춘다.

이유 불문이다.

그냥 멈춘다.

늦잠자고 어슬렁어슬렁 해운대를 거닐다가 용궁사에 갔다.

용궁사 대웅전에서 듣는 바닷소리는 여전히 고요한 묵상의 세계로 나를 끌어들인다.

세상이 모두 바닷물 속에 잠긴 듯 고요하다.

청쾌 명쾌 상쾌?

돌아 나오는 길에 오뎅과 음료수를 판매하는 가판대에 놓인 노랑봉지 맥심커피가 보였다.

14일 단식을 마치자마자 저 탁하고 약간 달달한 불량한 인스턴트커피에 꽂힌다.


” 커피 한잔 얼마에요?“

” 현금 1000원 “

” 아! 현금이 없어요, 하지만 마시고 갈래요.“

” 아이구.... 마시고 싶으면 마셔야지! 이리와요, 한잔 줄게요“

” 아~~~ 감사합니다. “

” 난 그냥 이게 보시라고 생각하고, 부처님께 절은 맨날 못해도 현금 없는 손님들에게 가끔 이렇게 보시를 하며 산다우, 그런데 이상하게 꼭 돈을 갚으러 와서 보시도 못하게 한다니까.“



그때 함께 간 제자가 나타났다.

” 현금이 없는데, 아주머니가 그냥 커피를 주셨어. “

” 아! 선생님 저 현금 있어요. 제가 드릴께요 “

” 이거봐! 진짜 보시도 못한다니까. 자꾸 돈들을 가져와서 ?“

청쾌 명쾌 상쾌에 유쾌하기 까지 한 멈춤!

정말 사람 사는 세상은 서로 만나야한다.

마스크를 쓰고서라도 만나야 행복이 두 배가 된다.


감사한 마음으로 다시 해운대로 돌아와 파라다이스 호텔 라운지로 갔다.

오랜만에 멈춰서 멍 때리며 느긋하게 마르코폴로를 한잔한다.

바다도, 정원의 미니 분수도 끊임없이 햇살에 반짝 거리며 잔잔한 평온을 만들어낸다.

그냥 이대로 좋다.

어제도 내일도 존재하지 않고

현존하는 지금의 내가 완벽한 평화로 존재할 뿐이다. 그윽한 행복감이 몰려올 뿐이다.

나는 가끔 멈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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