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번째 일기

32일, 2020년 10월 27일 화요일. 흰죽에 김치를 먹고 싶고..

by 김은형

14일 단식을 마치고 과일로 회복식을 시작했다.

오히려 효소만 마시며 먹지 않았을 때가 더 쉬웠던 듯?

이제 먹어도 된다는 생각이 스며들자 많은 욕망이 고개를 든다.

흰죽에 김치를 먹고 싶고,

간을 하지 않은 흰살 생선의 부드러운 살코기도 맛있겠고,

해물라면에 갓 김치를 얹어 먹는 것은 환상일 것 같고.....

짜장면에 양장피는 천국의 맛일것만 같다.

평소 잘 먹지 않던 음식들이 머릿속을 떠도는 것 또한 ‘먹기’라는 행위가 허락되자마자 훅하고 들어오는 욕망이라는 이름의 전차다.

틈새를 보이면 바로 치고 들어온다.

어쩌면 금지보다 더 어려운 것이 절제인 것 같다.

무엇인가 금지가 되면 아예 욕망을 접어버리지만, 절제의 경우 스스로 욕망의 강약을 조절해나가야한다. 결국엔 균형이다. 욕망에 끌려다니지 않고 그것의 주인이 되어야만 삶의 균형이 잡힌다. 가장 쉬운듯하지만 결코 쉽지 않은 태산이다.

오늘은 삶은 밤 몇 알을 먹고 더 먹지 않기 위해 스스로와 잠시 줄다리기를 했다.

마음속에서 계속 ”이정도는 괜찮겠지?“하는 마음이 불쑥불쑥 올라온다.

그러나 더 중요한 것은 그렇다고 욕망된 것을 먹었을 때 그다지 맛이 있지도 않다는 것이다.

난 알밤 맛을 좋아하는 것이 아니라 어쩌면 알밤 맛이 좋다고 느꼈던 어느 기억을 좋아하고 있는 것인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프루스트가 마들렌 향기를 맡으면서 직접 먹고 있는 것보다 더한 행복에 빠져드는 모습과도 같다고 할까?

암튼 이번 단식으로 나는 또 하나의 삶의 지혜를 배웠다.

미즈노 남부쿠가 왜 소식하라고 말하는지를 우주적 차원이 아니라도 알 것 같다.

특별히 날씬해지지는 않았어도 무엇보다 몸과 머리가 모두 가벼워 즐겁다.

비우니 비로소 보이는 것들.......

keyword
작가의 이전글두 번째 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