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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메밀 Nov 16. 2019

결정 장애

우유부단한 세대로 태어나서


결정장애 세대임을 고백하다


독일의 젊은 저널리스트 올리버 예게스는 그의 저서 <결정장애 세대>를 통해 결정장애를 분석했다. 책에 의하면 1980년대 태어난 사람들은 풍요로운 환경에서 자라오며, 너무 많은 선택의 기로에 놓였기 때문에 혼자서 아무것도 결정하지 못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생각해보면 어릴 적부터 지금까지 아날로그에서 디지털로 세상이 변화되어가는걸 두 눈으로 똑똑히 지켜보며 자랐다. 부모님 어릴 적만 해도 먹을 게 없어 배를 곪았다던데, 나는 어린 시절을 매일같이 문구점에 가서 어떤 군것질을 할지 고민하며 보냈던 것 같다. 그 시절 100원짜리 불량식품의 세계만 해도 어마어마했는데, 어엿한 성인이 된 지금 선택의 광활함은 기절초풍할 정도다.


가끔은 선택의 폭이 좁은 물건을 사는 게 좋다. 하얀색, 검은색, 파란색, 노란색, 빨간색, 초록색..... 한 가지 제품을 다양한 색상으로 출시하게 되면 결정장애를 앓는 나 같은 사람은 고민하느라 정작 구매를 못한다. 이것도 예쁘고, 저것도 예쁘니 뭘 사도 후회할 것 같은 느낌적인 느낌.


결정장애를 앓는(?) 이유를 몇 가지 생각해봤는데, 그중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건 실패, 손실, 후회, 책임의 키워드였다. 특히 선택지가 많을수록 결정에 실패했을 때, 후회하는 마음이 커진다. 내가 택한 것만이 실패고 나머지는 성공적이었을 거라는 자만에서 출발한 후회. 사실 정신 승리하려면 그 많은 선택지에서 “내가 결정한 게 제일 나은 선택이었어.”라고 생각하는 수밖에 없다. 실제로 누군가 곁에서 그렇게 말해주어 마음이 한결 편해진 적도 있고.


다양한 선택지에 노출되는 된다는 건 축복이 되기도 재앙이 되기도 한다. 누군가에게는, 어떤 상황에서는, 일정 시기에는 말이다. 그러나 그런 다양한 상황을 제어할 순 없는 노릇. 자신의 마음을 다스려 결정에 책임지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 어떠한 결과가 나와도 괜찮아, 하며 넘길 수 있으며. 다음에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겠다고 다짐하고. 또 같은 실수가 생겨도 웃어넘기는 여유를 가져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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