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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메밀 Nov 16. 2019

결정에 확신이 없을 때

책임이 두려운 당신

결정에 확신이 없을 때


오전에 아메리카노를 마실지 라떼를 마실지


점심에 곰탕을 먹을지 순댓국을 먹을지


술자리에 쏘맥을 마실지 막걸리를 마실지


눈여겨본 셔츠는 파란색을 살지 흰색을 살지


헬스장을 다닐지 수영장을 다닐지


새 휴대폰은 갤럭시를 살지 아이폰을 살지


삶은 선택의 연속이다. 아침에 일어나 샤워를 할 때는 양치가 먼저인지, 샴푸가 먼저인지. 아침밥으로 사과를 먹을지, 토스트를 먹을지. 지각하게 생겼을 때, 택시를 탈지 지하철을 탈지. 점심 해장 메뉴론 콩나물국을 먹을지, 돼지국밥을 먹을지. 퇴근 후에 친구와 맥주 한잔을 마실지, 침대에서 뒹굴거릴지까지. 일상의 모든 상황에서 선택을 강요받는다. 사소한 선택이 때론 큰 실수가 될 때도 있다. 그렇지만 '사소한 선택'에 일일이 목매다가는 도저히 일상이 돌아가지 않는다.


본인의 일에 관한 선택이라면 책임질 사람이 본인 뿐이니 부담이 덜하다. 문제는 타인과 엮여있는 상황인데, 결정장애를 앓는 사람에겐 큰 부담이 아닐 수 없다. 가령 모임에서 장소 섭외를 맡았다고 치자. 위치는 좋은데 가격이 과하다거나, 위치는 나쁘지만 적당한 가격에 시설이 좋을 수도 있다. 사실 누구나 겪어봤을 것이다. 이게 좋으면 저게 아쉽고, 저게 좋으면 이게 아쉬운 그런 상황들. 모든 게 좋을 순 없다. 그리고 모든 게 좋았다면 고민할 필요도 없다. 고민한 시간이 없으니 기억에 날리도 없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장소 섭외는 진행되어야 한다. 고심 끝에(=데드라인이 다가와서) 결정한 당신. 후회할 것 같은가? 끝까지 초조하게 손가락 물어뜯으며 쫓기듯 결정했다면, 후회할 확률이 크다. 어차피 A, B안 모두 장단점이 있었을 터인데, 불안한 마음이 크니 단점만 부각되었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럴 때 나는 정신 승리하는 편이다. 에이, 여긴 화장실이 너무 깨끗하네. 화장실이 참 중요하지. 암, 그렇고말고.


결정에 확신이 없다는 건, 자신에 대한 믿음이 부족하다는 말과 같을지도 모른다. 손해 보기 싫고, 책임질 상황이 두려운 것일지도 모른다. 좋은 결과를 얻기 위해 신중한 성격일 수도 있다. 어떠하든 본인이 우유부단한 게 싫고, 결정에 확신이 없어 고민이라면, 그래서 이글 저글 기웃거리고 있다면 변화하고 싶다는 뜻이다. 이렇게 하면 우유부단한 성격에서 탈출할 수 있어요, 라는 명답을 줄 순 없다. 우유부단의 반대가 단호함이라면, 누구에게나 우유부단과 단호함은 양립하기에.


단호함은 어디서 나올까? 내 단호함은 '확고한 취향'에서 나온다. 나는 순대국밥을 싫어하기 때문에 곰탕을 먹고, 밀리는 버스보다는 지하철을 주로 이용한다. 웜톤보다는 쿨톤, 파란색 셔츠보다는 흰 셔츠가 마음에 든다. 살면서 쌓아온 개개인의 취향들은 여러 가지 선택의 기로에서 결정에 도움을 준다. 누군가에겐 단호함으로 비칠 수도 있겠지만. 이렇게 어느 면에서 우유부단하다는 건, 어떤 면에서 취향이 확립되지 않았다는 말과 같다. 그 부분에서 취향을 만들어서 우유부단을 벗어나거나, 아니면 그대로 즐기거나. 그것 또한 본인의 선택이고 자유다.


결정에 확신이 없다는 건, 그저 다양한 것들을 수용할 수 있는 상태인지도 모른다. 아직 확고한 취향이란 게 확립되지가 않아서, 이것도 좋고 저것도 좋은 과정을 거쳐 취향이란 게 생길지도 모르기에. 아직은 결정해본 적이 없고, 그래서 책임져본 적이 없기에 유독 두려운 것일지도 모른다. 좋은 결과를 얻고 싶은 건 누구나 마찬가지기에. 사람은 누구나 우유부단할 수 있다. 확신이 없는 것도, 결정에 책임지기 두려운 감정도 삶을 살아가며 겪는 하나의 성장통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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