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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메밀 Oct 06. 2023

오감을 동원해 일기를 써 봤다

    요즘 듣고 있는 글쓰기 수업에서 선생님은, 평소에 우리가 오감 중 하나 혹은 두 가지 감각만 사용해 세상을 느끼고 있다는 말을 했다. 곰곰이 생각해 보니 정말이었다. 나는 주로 청각만을 이용하고 있다. 닌텐도 스위치 게임인 '모여봐요 동물의 숲'에서 낚시를 할 때가 떠올랐다. 물고기가 낚싯대를 물면 '참방'소리와 함께 화면의 낚싯대가 움직이는데, 이 두 가지 자극을 동시에 받아들이는 것이 어려워서 나는 주로 눈을 감고 '참방'소리만 기다렸다 낚싯대를 낚았다. 실제로 낚시 성공률도 시각과 청각을 모두 사용할 때 보다 청각만을 사용할 때가 더 높았다.


    시각, 청각, 후각, 미각, 그리고 촉각 하나하나에 집중해 보니, 나는 청각을 가장 많이 사용하고 후각을 가장 적게 사용한다는 결론이 났다. 한두 가지 감각만이 들어간 글보단 오감이 적절하게 표현된 글이 훨씬 다채롭고 매력적일 것이다. 따라서, 오늘은 오감을 전부 사용해 일기를 써 보려고 한다.



    아침에 집을 나서는데 나무에 열린 주목열매가 유독 눈길을 끌었다. 나에게 주목열매는 가을이 왔음을 알려주는 시각적 신호이다. 새빨갛고 동그란 열매들을 바라보며 출근했다.

    사무실 건물 1층엔 닭강정 가게가 있다. 지나갈 때마다 고소하고 달콤한 튀김 냄새가 날 유혹한다. 언젠가는 꼭 사 먹으리라, 생각하며 엘리베이터를 탔다.

    공유오피스에서 일을 하는 나는 아직 이 사무실이 낯설다. 이용하기 시작한 지 일주일이 채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문을 열 때마다 좋은 향이 나서 향의 출처가 궁금했는데, 넓은 공간의 이곳저곳을 채운 디퓨저를 발견할 수 있었다. 은은한 향이 기분 좋았다.

    점심으로는 떡볶이를 먹었다. 치즈가 잔뜩 올라간 떡볶이는 맵고 짜고 달았다. 어묵과 떡, 당면과 소시지 등 재료마다 느껴지는 질감도, 맛도 달랐다. 새콤달콤한 단무지를 곁들여 떡볶이를 맛있게 먹었다.

    요즘 주로 쓰고 있는 공책은 무인양품에서 구입한 '뒷면 배김이 적은 더블링 노트'인데, 상품명대로 뒷면 배김이 적을 뿐만 아니라 종이의 질감이 매끄럽고 뽀득하다. 글을 쓰면서도 반대쪽 손으로는 계속 종이를 만지고 있는 나를 발견한다. 오랜만에 마음에 드는 촉감의 종이를 찾았다.

    이 글을 쓰는 중에 밖에선 구급차 사이렌 소리가 점점 커졌다가 멀어져 갔다. 큰 도로가 주변이라 차들이 다니는 소리가 잘 들린다. 시끄러울 때도 있지만, 백색소음이라고 생각하면 크게 거슬리지 않는다. 

    사무실에 24시간 울려 퍼지는 잔잔한 배경음악, 지나다니는 차의 엔진 소리, 옆 사무실의 대화 소리, 내 펜촉이 종이를 지나가며 만들어내는 소리들이 합쳐져 오늘 하루가 완성된다.


이 글은 이윤영 작가님의 클래스 101 수업 수강기록임을 밝힙니다.(광고 아님)
https://class101.net/ko/products/6100e2a81630c1000dbbbf6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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