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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메밀 Oct 15. 2023

흉하게 흐린 날씨

뮤지컬 '제니의 일기'에서

두 달 만에 뮤지컬을 봤다.

대학로의 드림아트센터 3관에서 '제시의 일기'라는 뮤지컬을 보게 됐다.


두 시간 남짓의 공연 중 가장 기억에 남는 대사.


"흉하게 흐린 날씨네."


주인공 제니의 엄마인 선화는 매일 날씨를 강박적으로 확인했다고 했다. 그리고 특히 흉하게 흐린 날씨를 좋아했다고 했다.


그냥 흐리면 흐렸지 굳이 흉하게 흐린 날씨가 좋은 이유는 무엇일까, 궁금했다.


극 중후반이 되며 궁금증이 풀렸다.


'제니의 일기'는 일제강점기 시절을 배경으로 한 뮤지컬이다. 독립운동가로 활동하던 우조와 선화가 만나 '제니'라는 아이를 낳고 기르며, 초보 부모로서 겪는 기쁨과 고민을 그린 공연이다.


제니 가족은 임시정부가 이동함에 따라 중국 이곳저곳을 떠돌며 생활했는데, 매일같이 폭격의 두려움에서 살아야만 했다.


선화가 흉하게 흐린 날씨를 좋아했던 이유.


흉하게 흐린 날엔 폭격이 없기 때문이었다.


참, 모든 것은 생각하고 받아들이기 나름이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필 "흉하게"흐린 날씨조차 긍정적인 신호로, 행복한 하루로 받아들일 수 있는 선화를 본받고 싶다. 선화는 조국이 언제 독립할지도 몰랐고 집이 언제 폭격에 사라질지도 몰랐는데도 이렇게 세상을 능동적으로 살았다. 아무리 막막하더라도 주어진 현실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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