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호승 시인의 시 '산산조각'의 문장으로 메모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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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산조각/정호승
룸비니에서 사 온
흙으로 만든 부처님이
마룻바닥에 떨어져 산산조각이 났다
팔은 팔대로 다리는 다리대로
목은 목대로 발가락은 발가락대로
산산조각이 나
얼른 허리를 굽히고
서랍 속에 넣어두었던
순간접착제를 꺼내 붙였다
그 때 늘 부서지지 않으려고 노력하는
불쌍한 내 머리를
다정히 쓰다듬어 주시면서
부처님이 말씀하셨다
산산조각이 나면
산산조각을 얻을 수 있지
산산조각이 나면
산산조각으로 살아갈 수가 있지
이제서야 알겠다.
산산조각 따위는 쓸모없다고 생각하지 말 걸 그랬다.
그랬으면 조금이나마 덜 힘들었을 텐데.
산산조각으로 할 수 있는 일이 얼마나 많은가!
오히려 깨지기 전보다 더 멋진 작품이 완성될 지도.
내 손에 들려있는 수많은 조각들 덕에 기대되고 설렌다.
산산조각이 나서 다행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