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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메밀 Oct 17. 2023

사실은 슬펐던 노래, 거북이의 BINGO

거북이의 'BINGO'라는 곡은 나에게 신나는 노래로  더 익숙하다. 초등학교 시절, 교장 선생님 지시로 모든 학생들이 아침 조회 시간마다 건강박수 영상을 보며 박수를 따라 쳤는데, 그때 배경음악으로 깔린 곡이 바로 BINGO였기 때문이다. 중독적인 멜로디에 처음 들었을 때부터 마음에 든 곡이었다. 가사의 뜻도 잘 모르고 그냥 따라 불렀던 기억이 난다.


15년 정도가 흐르고, 나는 대학교 졸업반이 되었다. 모든 욕심과 목표를 잃은 채, 집과 학교만을 들락날락하며 시간을 흘려보내고 있었다. 얼른 다음 해가 와서 졸업할 수 있기만을 기다렸다. 그렇지만 내 마음은 아주 모순적이었다. 왜냐하면 "대학생"이라는 타이틀을 잃고 "취준생"혹은 "백수"가 되는 것이 두려웠기 때문이다.


힘없이 하교하던 어느 날, 문득 자두의 '김밥'이라는 노래가 듣고 싶었다. 이 곡은 유치원 시절 재롱잔치에서 춤을 췄던 노래였다. 버스 창문에 머리를 기댄 채 멍하니 자두의 목소리를 들었다. 아무 고민 없이 살던 어린이 시절이 그리웠다.


다음 곡으로는 거북이의 'BINGO'가 재생되었다. 스트리밍 프로그램이 무작위로 연관곡을 배치한 것이었다. 오랜만에 들으니 반가웠다. 건강박수를 치던 초등학교 시절을 떠올리며 가사를 곱씹었다.


...

별안간 눈물이 흘렀다.

왜였을까.


모든 게 마음먹기 달렸어
어떤 게 행복한 삶인가요
사는 게 힘이 들다 하지만
쉽게만 살아가면 재미없어 빙고

피할 수 없다면 즐겨봐요
힘들다 불평하지만 말고
사는 게 고생이라 하지만
쉽게만 살아가면 재미없어 빙고


마냥 신나는 노래라고 생각하며 살아왔는데, 아니었다.

가사 한 줄 한 줄이 일종의 다짐이나 자기 암시처럼 느껴졌다.


이 곡의 제작자인 터틀맨이 나에게,


'어떻게 매일 행복하고 기쁠 수만 있을까, 오늘이 힘들고 버거웠어도 그게 인생이다. 괜찮다.'


라고 위로의 말을 건네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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