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다운체어 디자인 / 강의 일지 no.12
매주 금요일은
가구 짓는 수업이 있는 날입니다.
오늘도 역시 강의실에서
대면 수업과 비대면 수업을 동시에 진행했어요.
짜잔~!
학생들의 가구가
오분의 일의 세계에서
현실 세계로
'뿅♥' 하고 나타났습니다!
한번 보실까요오~~~:)
빙그레, 빙그르르르르르
미소가 얼굴 위로 굴러다니네요.
걱정근심도 같이 굴러갑니다~
학생들 얼굴에도.
저의 얼굴에도요.
오분의 일의 세계에서 열심히 키워온 가구를
이렇게 현실 세계에서 만나게 되면
무지 반갑거든요. :)
무지 걱정되거든요. :ㅐ
선생님, 우리 애 괜찮을까요?
태어날 수 있을까요?ㅠㅜ
엄마가...
너를...
만나려고...
을메나 애를 썼는지...
너는 모른당......ㅜㅠ
엄마, 아직 멀었어... 힘 더 줘야됑....
비대면 수업으로 참여한 학생들과는
슉-슉- 스케치를 통해
의견을 주고받았습니다.
코로나가 비록 우리를 갈라놓았지만
인터넷이 까마귀가 되어 오작교를 놓아주네요.
스케치가 까치가 되어 오작교를 이어주네요.
강의 12주 차에
이렇게 학생들의 의자가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하지만, 진짜는 아니에요.
아직 앉을 수가 없거든요.
실물 크기의 모델링을 통해 구조와 디테일을 구체화하고 형태를 다듬었다면, 이제는 이 의자가 사람이 앉는 도구로서 문제가 있는지 없는지를 확인해야 합니다. 의자의 실재료인 나무로 실물 모형 / 목업 mock-up 을 만드는 것인데요. 의자를 우리가 사는 진짜 세계로 데려오기 위해서, 의자의 강도를 실험하는 중요한 과정입니다. 하지만, 학교에서는 시간적 제한이 있기 때문에 이 과정을 생략하거나 최소화할 수밖에 없어요. 그래서! 머리를 열심히 굴려야 하겠습니다~ :)
앉으려면 엄마가 힘을 더 줘야됑~
이걸로는 나 못 태어난당~
며칠 전 신문에서 재미있는 기사를 보았는데요.
택배 상자의 구멍 손잡이에 대한 이야기였어요.
택배 상자에 손을 넣을 수 있는 구멍이 있으면, 그 상자를 들어 올리고 옮기는 일이 훨씬 편해진다는 것인데요. 마트에서 일하시는 분들이나 택배업에 종사하시는 분들을 위해서 꼭! 상자에 구멍을 빵! 빵! 시원하게 뚫어주었으면 좋겠네요.
제가 이 이야기를 하는 이유는 이제 우리는 구멍 하나에도 온 신경을 집중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택배 상자에 구멍 하나를 뚫으면 그만큼 상자의 강도가 약해지지요. 그러면 그 강도를 다른 부분에서 채워주기 위한 궁리를 또 해야 하지요. 구멍 뚫으려면 돈도 들지요. 택배 상자 구멍 하나에 고민해야 할 것들이 이렇게나 많은데, 하물며 사람의 무게를 견뎌야 하는 의자에는 얼마나 많은 고민과 실험이 필요할까요.
그러니, 엄마들! 힘 좀 더 주세요.
우리 애기 아직 덜 나왔쪄요~~~ ;)
대학에서 가구디자인을 가르치고 있어요. 블로그에 한 학기동안 써 놓은 온라인 강의일지를, 브런치북으로도 만들어 두고 싶어서 이렇게 한꺼번에 올리게 되었습니다. 구독자 여러분과, 디자인 게시판에 들르신 분들께 죄송한 마음입니다. ^^; (알림 과다와 게시물 과다) 열다섯번째 마지막 강의일지에서 의자 전시가 열립니다. 기대해 주세요~!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