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다운체어 디자인 / 강의 일지 no.13
녹다운 체어 열세 번째 시간!
학생들이 한 학기 동안 열심히 지어온 의자들이
하나 둘, 얼굴을 드러내고 있습니다.
이제 마지막 힘을 끙! 하고 주면
순풍! 하고 태어날 거예요.
여기서 잠깐!
마지막 힘을 주기전에,
해야 할 일이 하나 있습니다.
뭘까~요~?
꽃 / 김춘수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기 전에는
그는 다만
하나의 몸짓에 지나지 않았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준 것처럼
나의 이 빛깔과 향기에 알맞은
누가 나의 이름을 불러 다오.
그에게로 가서 나도
그의 꽃이 되고 싶다.
우리들은 모두
무엇이 되고 싶다.
너는 나에게 나는 너에게
잊혀지지 않는 하나의 눈짓이 되고 싶다.
-<현대문학>(1952년)-
그렇습니다~
의자에도 이름이 필요합니다.
의자의 빛깔과 향기에 알맞은 이름을 지어
다정하게 불러주는 것입니다.
의자 / 단단
내가 너의 이름을 불러 주기 전에는
너는 다만
하나의 과제에 지나지 않았다.
내가 너의 이름을 불러 주었을 때
너는 나에게로 와서
의자가 되었다.
너는 이제 골치 아픈 과제물이 아니라
내 새끼다.
너는 이제 두통 유발 과제물이 아니라
어엿한
의자다아아아!!!
그러니, 엄마들!
좋은 이름 하나 지어줍시다.
예쁜 내 새끼 다정하게 불러,
어엿한 의자로 만들어줍시다~~!
대학에서 가구디자인을 가르치고 있어요. 블로그에 한 학기동안 써 놓은 온라인 강의일지를, 브런치북으로도 만들어 두고 싶어서 이렇게 한꺼번에 올리게 되었습니다. 구독자 여러분과, 디자인 게시판에 들르신 분들께 죄송한 마음입니다. ^^; (알림 과다와 게시물 과다) 열다섯번째 마지막 강의일지에서 의자 전시가 열립니다. 기대해 주세요~!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