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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님, 제가 도와드리겠습니다!

디자인 멘토링/코칭 일지no.1

by 단단


제가 그 일을 하겠습니다!

 재킷과 아이스크림


여름이 오고 있었고요.

저는 설렜습니다.


코로나가 안정세를 찾아가던 5월.

둘째가 드디어 어린이집에 다니기 시작한 것입니다!

자유입니다...


'아... 몇 년 만에 쟁취한 자유란 말인가~~~!!!'


4년... 무려 4년입니다. 첫째와 둘째를 어린이집으로 보내고, '엄마 브레이크 타임'을 가질 수 있게 되기까지 4년이 걸렸네요. 하하.. 그동안 대학에서 강의를 쭉 해 오고 있었기 때문에 경단녀는 면했습니다만, 그 외의 일은 엄두도 못 내고 있었거든요. 이제 저는 그동안의 노고에 대한 보상으로, 6시간이라는 꿀같은 '엄마 쉬는 시간'을 확보했습니다.


주세요! 저에게 일을 주세요!!!
저 지금 의욕 충만하다니까요?!ㅎㅎ


스크린샷 2020-12-30 오후 8.20.27.png


띵동~!

마침 새로운 일이 하나 들어왔네요. 야호~!


대학 강사 5년 차.

주캐는 가구 디자인

부캐는 기초 조형, 드로잉 등등

(맡겨만 주시면 뭐든~)


드디어 학교 밖에서 일할 수 있는 기회가

왔어요. 왔어!


한국공예 디자인문화진흥원(이하 KCDF)에서 들어온 의뢰였는데요. KCDF에서는 매년 신진 공예 작가분들의 작품을 상품으로 개발하는 사업을 진행하고 있어요. 제가 의뢰받은 일은 공예 작가님의 멘토가 되어 디자인에 대한 멘토링을 해 드리는 일이었습니다.(정식 명칭은 기술 자문 위원입니다.)


디자인 멘토링이요?
암요 암요. 하고 말고요.
그 일을 저에게 주세요!
진심 무조건 하고 싶어요!!!

그리하여 시작된 김정우 작가님과의 디자인 멘토링! 첫 번째 미팅은 인사동에 있는 KCDF 본원에서 진행되었습니다. 설렘 반 긴장 반으로 미팅 장소로 향하는데요. 첫 만남에 대한 예의를 갖춰야 한다며 야심 차게 챙겨간 재킷을 그만 길 위에 살포시 얹어 두고 왔네요.(절망...) 되돌아갔다가는 약속시간에 늦을것 같아서, 덜렁덜렁 티셔츠 차림으로 미팅 장소에 도착했습니다.(망했다.ㅠ)


스크린샷 2020-12-30 오후 8.31.50.png 집에 가는 길에 발견! 누군가 나무 위에 올려주셨다. ㅎㅎ


아니 근데, 작가님도 티셔츠 차림이시네요?(살았다!ㅎㅎ)'휴~'하고 안도의 한숨을 내쉬는데 작가님께서 주섬주섬 뭔가를 꺼내십니다.


아.이.스.크.림.

마음이 따뜻한 분이시라는 걸 단박에 알 수 있었어요. 덕분에 긴장했던 제 마음도 아이스크림과 함께 사르르 녹아 없어졌습니다. :)


'늦지 않았다.

녹지 않았다.

재킷 누가 주워가도 괜찮다.'




작가님, 제가 도와드릴게요!!!

한여름의 멘토링


SE-93d6099b-1cc4-4ee2-a5fa-c97001ada49f.jpg?type=w966 김정우 작가님의 림 시리즈. 원석의 상태


김정우 작가님의 '림'시리즈예요.

모두 다 '줄자'입니다.

첫 미팅 때 이 줄자들을 직접

보고, 만지고, 사용해 본 저의 소감은 이렇습니다.


멋진 원석이네요!
잘 다듬으면 보석이 될 거예요.

아름답기는 하지만, 아직 덜 다듬어진 원석의 느낌이었어요. 눈으로만 보는 것과 손으로 직접 써 보는 건 전혀 다르잖아요. 그냥 놓고 보는 장식품이 아니라, 손의 안과 밖에서 부지런히 제 할 일을 다 해야 하는 생활의 도구라는 점에서, 아직 많이 거칠었습니다. 하지만, 그 안에는 분명 반짝이는 보석이 숨어 있을 거라는 확신이 들었어요. 그래서 작가님께 '원석을 다듬어 보석으로 만드는 방법'을 알려드려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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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미팅 때 작가님은 뭔가 절실해 보이셨어요. 저를 만나면 물어보고 싶은 게 너무 많았다고 하시면서, 디자인에 대한 질문을 쏟아내셨습니다. 자신은 디자인을 체계적으로 배운 경험이 없기 때문에, 디자인이 너무나 어렵다고 말씀하셨어요. 그렇게 자신의 부족한 부분을 솔직하게 드러내고, 겸손하게 도움을 요청하시는 모습이 아름다웠습니다. 대학생 때 디자인이 도대체 뭔지 몰라 방황하고 힘들어했던 제 모습이 겹치면서, 안쓰러운 마음이 들기도 했고요. 의욕 충만한 상태에서, 마음까지 뭉클해지니 어떻게든 도와드리고 싶더라고요.


원래 예정되어 있던 멘토링은 2회였어요. 디자인의 개념을 이해하기에는 턱 없이 부족한 횟수지요.( 좀 더 체계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여름 동안 일주일에 한 번씩 만나서 이야기를 나눠보자고 제안을 드렸어요. 아주 기뻐하셨지요.:)


의욕 충만했기에

마음 약하기에

엄마 쉬는 시간 확보했기에!


기쁜 마음으로 김정우 작가님과의 한 여름의 멘토링을 시작했습니다.


작가님, 제가 꼭 도와드릴게요~!!!




다음 글에서는 멘토링 과정을 소개해 드릴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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