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자인 프로세스 no.4 / 콘셉트 보드 만들기
디자인의 콘셉트란 무얼까요?
콘셉트의 사전적 의미는 개념이라고 하는데요.
더 모르겠네요.
알쏭달쏭 콘셉트에 대한 제 생각을 글로 써 봅니다.
자료를 수집하고, 분류, 분석하는 과정을 통해서 디자인의 콘셉트는 자연스럽게 만들어집니다. 자료를 꼼꼼히 들여다보는 과정에서, 해결해보고 싶은 문제를 발견했나요? 그렇다면, 콘셉트는 거의 다 만들어졌습니다. 이 일련의 과정을 콘셉트 메이킹이라고 하는데요.
이 과정은 콘셉트를 언어화하고 시각화하는 작업을 통해 완성됩니다.
콘셉트 보드라고도 하고, 콘셉트 트리라고도 하지요?
본격적인 디자이닝에 들어가기 전에 디자인의 목적과 의미를 분명하게 해 두는 일입니다. 출발 전에 하는 일종의 다짐과도 같은데요. 이 굳은 다짐이 디자이닝 과정에서 나의 이정표가 되어 줍니다.
1. 콘셉트는 논리를 품은 이정표다.
/ 콘셉트의 언어화
디자인을 하다 보면 다음과 같은 문제가 발생합니다.
…내가 이걸 왜 하고 있지?
이 문제를 해결할 의미가 있을까?
다른 콘셉트로 가볼까?
그냥 포기해버릴까?
디자인이 잘 풀리지 않아 마음이 약해지는 것인데요.
내가 흔들리면 디자인도 흔들흔들.
안됩니다! 잡아주어야지요.
이때 흔들리는 나를 꽉 붙들어 주는 것이 바로 콘셉트!
콘셉트란 간단히 말해서,
『 내가 이런 문제를 발견했다.
이 문제는 이러이러해서 꼭 풀어야 한다.
그래서 나는 이 문제를 풀겠다.』
인데요. 이렇게 논리적으로 잘 정돈된 콘셉트는 강한 설득력을 지니게 됩니다. 흔들리는 나를 설득할 수 있으려면 논리를 갖춘 콘셉트를 만들어야 한다는 뜻이겠지요?
…여기 너의 다짐을 다시 봐.
네가 발견해 놓은 이 창의적인 문제를 봐.
이건 네가 꼭 해결해야 돼.
이 문제를 해결한다면,
정말 의미 있는 디자인이 될 거야.
디자인이 막혀서 흔들리다가도, 콘셉트 보드를 다시 보게 되면 이렇게 설득을 당하게 됩니다.
정신이 번쩍 들면서 다시 제자리로 돌아오게 됩니다. 이렇듯, 콘셉트는 디자인이라는 험난한 여정의 이정표가 되어 나를 이끌어 줍니다. 방향을 잃고 한 눈을 파는 나에게, '너는 지금 이만큼 왔고, 앞으로 이만큼 더 가면 돼'라고 나의 등을 밀어줍니다.
목적도 없이 먼 길을 하염없이 걸어가는 것은 무모할뿐더러, 금세 지치기 마련입니다.
목적지에서 무엇이 나를 기다리고 있는지 알고 있으면, 먼 길이라도 힘을 내어 걸어갈 수 있습니다.
디자인도 그렇게 합시다.
뭐든 걸리기만 하라는 두루뭉술한 마음으로 아이디어를 기다리고만 있을 것이 아니라, 디자인의 분명한 목적과 의미를 세워 놓고, 그에 맞는 길을 걸어갑시다.
이길 저길 기웃거리다가는 아무 데도 못 갑니다.
부디, 튼튼한 이정표 하나 탕! 탕! 박아 놓고, 출발하시길 바랍니다.
2. 콘셉트는 그림을 품은 이정표다.
/ 콘셉트의 시각화
디자인이라는 여행길에서 이리 비틀 저리 비틀.
갈 길을 잃고 헤매더라도 콘셉트라는 이정표가 나를 인도해 줍니다.
그런데.
콘셉트가.
너~~~~~~~~~~~~~~~~무
길고 지루해서.
다 읽기도 전에 지쳐 쓰러져 버리는 안타까운 상황을 만들어서는 안 되겠지요?
콘셉트 보드는 핵심 키워드와 주요 문장만으로 시각화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장황한 문장은 필요 없습니다.
우리의 뇌는 글자보다 그림을 훨씬 더 빠르고 정확하게 읽어 냅니다.
글자를 동그라미나 네모로 둘러싸 보세요.
그리고 선과 화살표로 이어줘 보세요.
그림이 되지요? 어렵지 않습니다.
이렇게 정보의 관계성과 구조를 그림으로 그려내는 것을 '도해'라고 하는데요.
그릴 때도 즐겁고, 볼 때도 즐겁습니다.
재밌어야 읽게 됩니다.
콘셉트 보드, 내가 읽어야 됩니다.
정신이 희미해진, 내가 읽어야 됩니다.
부디, 읽다 지쳐 쓰러지지 않도록 재미있는 이정표를 만들길 바랍니다.
콘셉트의 언어화와 시각화, 이해되셨나요?
콘셉트 보드를 통해 정보의 관계성을 파악하고 구조화하는 연습을 해보세요.
내 머릿속에 떠다니는 생각들을 다 끄집어내어 나열하고, 필요한 것들만 뽑아서 관계 지어 주세요. 생각의 흐름과 구조가 한눈에 보이도록 이리저리 조율해 주세요. 과정은 좀 지루하고 복잡해 보여도 결과는 아주 상쾌합니다.
콘셉트(보드)는
나를 설득하는 한 장의 그림이다.
이렇게 정리할 수 있겠네요.
콘셉트.
아직도 알쏭달쏭한가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