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자이너의 스케치북
보인다.
쉽다.
즐겁다.
아름답다.
깊다.
넓다.
무엇이?
바로바로 드로잉. 그림이 그렇습니다.
● 보인다
드로잉은 우리의 생각을 볼 수 있게 합니다. 새로운 디자인을 구상 중인가요? 그렇다면 머릿속에서 둥둥 떠다니는, 아직 존재하지 않는 그것을 종이 위에 옮겨 놓아 보세요. 이제 여러분의 생각은 눈으로 볼 수 있고, 손으로 만질 수 있는 물리적인 존재가 됩니다. 눈으로 보고, 손으로 만질 수 있어야 잘 키워나갈 수 있습니다. 내 생각을 볼 수 있다는 것. 곰곰이 생각해보면, 참 신기한 일입니다.
● 쉽다
나만 보나? 다른 사람도 봅니다. '천 마디 말보다 한 장의 그림이 낫다' 라는 말이 있습니다. 긴 말로 설명하는 것보다 한 장의 그림으로 표현하는 것이 훨씬 더 잘 전달됩니다. 아이디어 스케치를 생각하면 쉽겠네요. "제 아이디어가 말입니다. 여긴 이렇고, 저긴 저런데요........." 모르겠어요. 아무리 설명해도. 너의 상상과 나의 상상은 절대 일치할 수 없습니다. 너와 나 사이에 그림 한 장만 있으면 됩니다. 그걸로 충분합니다. 이렇게 그림이라는 것은, 나의 생각을 아주 쉽게 전달할 수 있는 강력한 디자인의 도구가 됩니다.
● 즐겁다
"예술은 영혼에 묻은 일상의 먼지를 닦아내준다." 피카소가 그랬다네요. 맞습니다. 그림을 그린다는 것은 참으로 즐거운 일입니다. 한 번 그려보세요. 진짜 즐겁습니다. 거창한 그림이 아니라도 좋습니다. 안 거창해서 더 좋습니다. 그저 선을 슥슥 긋는 것만으로도 기분이 나아집니다. 자, 연필을 들어 올리세요. 읏-차!
● 아름답다
"인간적인 것은 모두 내 마음을 움직인다."라는 페소아 시인의 말처럼, 우리는 인간적인 것에 늘 마음이 끌립니다. 따뜻한 위로를 느끼는 걸까요? 드로잉은 인간의 손이 오고 간 흔적이라, 손이 떠난 후에도 따뜻한 아름다움이 남아있는 것 같습니다. 선을 그어보세요. 아무렇게나. 충분히 아름답습니다.
● 깊다
눈앞에 있는 무언가를 그린다고 해 봅시다. 자세히 봅니다. 골똘히 생각합니다. 이해합니다. 그리고 그려봅니다. 이렇듯 '그린다'라는 행위는 보고, 생각하고, 이해하는 과정의 마지막에 있습니다. 디자이너의 드로잉은 "그린다"라는 행위 자체보다, "본다, 생각한다, 이해한다"라는 사고의 과정에 더욱 집중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소설가 김중혁의 <무엇이든 쓰게 된다>라는 책에도 비슷한 내용이 있습니다.
그림을 그리기 위해선
대상을 수십 번 봐야 하고,
그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관찰을 하게 된다.
그림을 잘 그리고 못 그리고는
중요하지 않은 것이다.
공감 공감!
그러니, 우리. 그려봅시다.
잘 그리기 위해서가 아니라, 깊이 이해하기 위해서.
● 넓다
자꾸 보고, 생각하면 애정이 싹틉니다. 애정이 생기면 자꾸 눈에 밟힙니다. 그냥 스쳐 지났을 소소한 것들이 특별한 무엇이 되어 나에게로 옵니다. 좋아하는 것들이 많아지면 나의 시야가 넓어지고요. '창의성이란 여기 있는 것과 저기 있는 것을 그냥(그렇습니다. 그냥!) 연결하는 것'이라고 잡스 아저씨가 말했습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연결의 재료를 부지런히 모아야 하겠네요. 재료를 모으는 가장 좋은 방법은 무엇일까요? 그렇습니다. 바로바로 드로잉입니다. 하나하나 그려보면서, 스케치북에 아이디어의 재료를 모아 보세요. 여러분의 아이디어 곳간이 쌀과 곡식으로 그득하게요.
그리하여,
결론은
'드로잉을 합시다.' 입니다.
여러분께. 드로잉을. 권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