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공 속의 작은 공원

느린 걸음의 생존자 #6

by 메모원


점심을 먹고 나면 늘 회사 근처의 공원을 걷다가 들어간다.

지금 회사에서 가장 온전히 즐길 수 있는 장점이 나무가 울창한 공원 바로 근처에 위치하고 있다는 점이다. 비가 오는 날이 아니면 항상 잠깐이라도 걷고 들어가는 것이 일상이 되었는데, 점심 식사를 소화시키는 목적도 있지만 비로소 혼자 조용히 쉬어갈 수 있는 진공 상태의 시간을 즐길 수 있는 것이 가장 매력적이다. 일면식 없는 사람들 사이를 거닐며 잠시 머리를 비우고 나면 그제야 머릿속의 희미한 안개까지 걷어지며 완전히 잠에서 깨어나는 듯한 느낌이 들기도 한다.


10분에서 15분 정도의 별것 아닌 짧은 시간이지만, 바쁘고 지치는 때일수록 그 작은 일탈이 굉장히 소중하게 와닿는다. 나무 사이로 들어서며 느껴지는 바람과 살짝 상쾌해지는 공기, 나뭇잎 사이로 떨어지는 햇살과 그 자연을 함께 즐기는 이름 모를 사람들. 항상 같지만 매번 다른 그 풍경에서 내가 지금 숨 쉬고 있다는 것을 느끼기도 한다.


늘 좋은 공간과 건물을 고민하느라 머리를 싸매고 있지만, 결국 온전한 자연만큼 직관적으로 사람들에게 필요하고 좋은 공간이 또 있을까 싶다. 생각해 보면 잠깐의 산책하는 동안이 하루 중 숨을 천천히 쉴 수 있는 몇 안 되는 순간 중 하나이기도 하다. 어쩌면 그래서 더욱 움직임을 천천히 할 수 있고, 여유로운 마음을 비우며 쉬어갈 수 있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너무 마음이 번잡할 때는 벤치에 앉아서 잠시 눈을 감은 채로 쉬다가 가기도 하는데, 오히려 이게 낮잠 자는 것보다 효과가 좋다는 생각도 든다. 낮잠도 좋아하긴 하지만 1분 1초가 아쉬운 점심시간이 너무 빨리 사라지는 것 같아 충분히 시간을 체감하지 못하는 점이 아쉽다고나 할까. 빨리 쉬고 빨리 다시 움직여야 할 것만 같아서 손이 잘 안 가는 것 같다. 낮잠은 역시 주말에 늘어지게 자는 것이 가장 달콤하다.


이렇게 잠깐이라도 걷는 것을 즐기게 된 건 체질적으로 스스로가 천천히 여유 부리며 움직이는 것에 마음의 안정을 느끼고 편안해한다는 것을 깨달으면서였던 것 같다. 평소는 빠르고 정확하게 많은 생각들을 소화해야 하지만, 그 사이에 작은 여유가 없다면 머지않아 어긋나기 시작한다는 것을 경험하면서였던 것도 같다.

어쩌면 하루 중 가장 내가 나인 채로 있을 수 있는 소중한 시간이기 때문에 소중한 것인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이런 시간이 녹아든 각자의 공원을 찾았을 때 일상을 이어갈 힘이 조금 더 쌓이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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