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린 걸음의 생존자#7
주말이면 곧잘 빠져드는 딜레마가 있다. 하루 종일 아무것도 안 하고 푹 쉬자니 벌여놓은 일들이 머릿속에서 떠나질 않아 마음이 무겁고, 그렇다고 뭐라도 하겠다고 이리저리 움직이다 보면 체력이 빠진 채로 금세 주말이 지나간다.
한 주 내내 회사에서 기력을 쏟아부어 놓고 겨우 사수한 주말을 길고 행복하게 보내고자 하니 소중한 주말에 알차게 뭐라도 해야 하는 건 아닌가 싶어 마음이 급하다가도, 하루 종일 누워만 있어도 행복해하는 몸이 따라주지 않는 사이에 놀리듯이 저 멀리 뛰쳐나가는 시간만 망연자실하게 바라보는 날들이 생각보다 많다. 뭐든 균형이 중요하다지만 작고 소중한 이틀을 차분한 마음으로 균형 있게 활용하기엔 회복해야 할 체력도, 마음도 제법 지쳐있는 것은 어쩔 수가 없는 것 같다.
이럴 때면 늘상 억울하곤 하다. 내가 좀 더 강인한 체력과 정신력이 있었다면 진작에 뭐라도 하나 해냈을 텐데, 하다못해 그토록 바라는 사업을 작게라도 뭔가 이어갈 수 있었을 텐데, 싶을 때가 많다. 그만큼 내가 절실하지 않은 걸까. 이렇게 나약해서야 하고 싶은 일을 하며 살 수 있을까 좌절스럽기도 한다.
그와중에도 아침에 눈을 뜨면 출근 준비를 시작하기 전 찰나의 시간 동안 굉장히 행복한 순간이 있다. 뒤척이기 시작하면 머리맡에서 잠들어 있던 강아지가 슬그머니 일어나 얼굴을 핥으며 마저 깨우기 시작하는데, 정말 놀랍도록 꾸준하게 7시 30분에만 슬그머니 다가온다.
이 아이는 알람시계만큼 정확하다. 주말에도 변함없이 같은 시간에 나를 깨우려 하지만, 나는 "아직 일어날 시간 아니야"라며 다시 이불을 덮어쓴다. 한동안의 실랑이가 이어지고 나면 강아지도 포기한 듯 다시 내 옆에 붙어 잠이 든다. 끝내 이기지 못하고 내가 나갈때도 있고, 귀찮을 때도 있지만 이 단순한 교감이 주는 안정감은 묘하다. 복잡한 인간관계와 끝없는 업무 스트레스 사이에서, 이 작은 생명체와의 순수한 소통만큼 진실한 것이 또 있을까 싶다.
가끔은 이런 생각도 든다. 강아지는 주말과 평일을 구분하지 않는다. 매일이 그냥 오늘일 뿐이다. 내일의 걱정도, 어제의 후회도 없이 지금을 살아간다. 나는 주말에 뭘 해야 할지, 내일은 어떻게 살아야 할지 고민하느라 정작 지금을 놓치고 있는 건 아닐까.
주말의 딜레마는 결국 시간을 소유하고 싶어 하는 욕심에서 비롯된 것 같기도 하다. 시간을 효율적으로 써야 한다는 강박, 뭔가 성취해야 한다는 압박감. 하지만 강아지를 보고 있으면 때로는 그냥 존재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는 생각이 든다. 하루 종일 누워서 햇볕을 쬐고, 밥을 먹고, 잠을 자는 것. 그것도 삶의 한 방식이다.
물론 목표를 포기하자는 이야기는 아니다. 여전히 하고 싶은 일이 있고, 이루고 싶은 것들이 있다. 고통스럽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찌저찌 뭐라도 이어나갔을 떄 나오는 결과물에 희망을 가지기도 한다. 다만 그 과정에서 지금 이 순간의 소중함을 놓치지 않았으면 좋겠다. 매일 아침 7시 30분에 나를 깨우는 작은 생명체처럼, 꾸준히 오늘을 살아가는 것. 그것 만으로도 이미 의미 없는 삶은 벗어난 것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