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일의 눅눅한 치열함

느린 걸음의 생존자 #5

by 메모원


가끔가다 그런 날이 있다. 머릿속에 할 일들은 잔뜩 있는데 도저히 몸이 움직이지 않는 주말.

평일의 회사였다면 커피를 한 잔 들이켜서라도 어떻게든 움직이겠지만, 더 이상은 도저히 몸을 강제로 움직이지 못하겠다 싶을 때가 있다. 그럴 때면 다 내려놓고 하루 푹 쉬면 좋겠지만, 슬프게도 벌려놓은 것이 많아 정말 뭔가 하긴 해야 하는 상황이 대부분이다. 그래서 불안과 초조함을 안은 채로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하루를 보내게 된다. 마치 물에 빠진 사람이 허우적거리듯,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서도 계속해서 무언가를 해야 한다는 강박에 시달린다.


그렇게 하루종일 절여져 있다가 겨우 움직이기 시작한 월요일은 굉장히 오묘한 상태다. 체력은 분명 회복되었다는 게 느껴지는데, 이젠 정신이 너무나 지쳐있다는 것을 느낀다. 악순환도 이런 악순환이 없다. 하지만 이럴 때 정말 손놓고 쉬어버리면 정말 늪에 빠지듯이 가라앉게 된다는 것을 여러 번 경험했기 때문에, 어떻게든 움직이며 할 일을 하다 보면 해가 중천에 떠있을 때쯤 온전한 정신이 의욕과 함께 돌아온다.


그 과정도 꽤나 녹록치 않다. 한숨과 함께 자리에 앉아 일단 일을 하다 보면 점심 먹을 때쯤 피로감에 압도될 것만 같은 느낌이 든다. '번아웃인가...? 올 때가 되긴 했는데, 아우 그 피곤한 게 또 오는 건 싫은데...' 싶다가도 4시쯤 되어 두 잔째의 커피를 다 마셔갈 때면 갑자기 정신이 맑아지는 것을 느낀다.

이번에도 그냥 하다 보니 어떻게든 고비를 넘긴 모양이다.


"그냥 하면 된다." 이게 말이 쉽지 실제로는 생각보다 고통스럽다. 우리가 마주하는 대부분의 문제는 그냥 하면서 계속해서 방법을 찾아 나아가다 보면 해결되는 것들이 대부분이다. 하지만 그 단순한 방법이 사람을 참 힘들게 한다.


더 큰 문제는 이 단순한 방법의 효과를 점점 더 깊이 체감하는 동안 체력은 꾸준히 떨어진다는 것이다. 체력은 그대로이면서 깨달음을 얻으면 좀 더 즐겁게 일을 할 수 있으련만, 아쉽게도 그 정도의 대단한 체력을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니어서 매 순간 자신과의 협상으로 어떻게든 버티는 심정으로 한 발자국씩 끌고 가며 다음 오아시스를 찾아간다.


어쩌면 이것이 삶이라는 것의 본질일지도 모른다. 완벽한 해답을 찾는 것이 아니라, 매번 다른 방식으로 같은 문제를 해결해나가는 것. 체력은 떨어지지만 경험은 쌓이고, 몸은 피곤하지만 마음은 조금씩 단단해지는 것.

결국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그냥 하는 것뿐이다. 완벽하지 않아도, 피곤해도, 때로는 절망적이어도. 그냥 하다 보면 어떻게든 길이 나타나고, 어떻게든 다음 오아시스에 도착하게 된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우리는 조금씩, 아주 조금씩 성장해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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