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족한 건 체력

느린 걸음의 생존자 #4

by 메모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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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종일 묘하게 기분이 좋지 않을 때가 있다. 정확히 말하면 체력이 떨어져서 어떤 일에도 집중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느끼는 그런 기분이다. 조급함과 답답함과 불안함이 뒤섞여 있고, 그 불안정한 감정들이 몸 안 어딘가에서 끈적하게 달라붙어 있는 느낌이다. 마치 오래된 껌이 신발 밑창에 붙어 있는 것처럼 말이다.


내가 일에서 느끼고 싶은 것은 단순했다. 일상을 유지할 수 있다는 안정감과 개인적인 성취감. 그런데 아쉽게도 한국에서 일상의 안정감을 지킨다는 것은 생각보다 품이 많이 드는 일이었다. 마치 새는 바가지로 물을 퍼내는 것 같은 느낌이랄까. 조금 더 정확히 말하면 월급이란 바가지로 물을 퍼내는데 생활비라는 구멍이 바가지 밑바닥에 뚫려 있는 느낌이다.


덕분에 회사원으로서의 업무에만 집중해서는 결국 준비되지 않은 상태에서 사회로 내던져진다는 막연한 불안이 있었다. 그래서 쓸모를 다하고 반대로 회사에서 내동댕이쳐지기 전에 나만의 사업을 꾸리고, 힘 닿는 때까지 스스로 일을 만들며 이어갈 능력을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쫓기듯이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찾아갔다.


그런데 그 과정에서 깨달은 것이 있다. 회사생활을 이어가며 사업을 준비하기 위해 필요한 것은 멘탈 관리보다도 체력이 더욱 중요하다는 것이었다. 이건 좀 의외였다. 책에서 봤던 사업가들은 다들 성취를 위해 정신력으로 버티며 자신을 몰아붙여왔다. 하지만 나는 이제 30대 중반이 되어가며 체력이 떨어지는 타이밍이 점점 짧아지는 것을 느낀다. 20대 때는 밤을 새워도 다음 날 커피 한 잔으로 버틸 수 있었는데, 이제는 잠을 조금만 못 자도 온몸이 삐걱거린다.


그리고 그럴 때마다 체력 부족이 멘탈과 집중력을 흔들어대며, 겨우 잠재웠던 불안감을 다시 뒤흔들어 놓는다. 나의 간장종지 같은 멘탈 때문인가 하고 자책까지 더해질 때쯤 되어서야 깨닫는다. 아, 오늘따라 굉장히 체력이 떨어져 있구나. 실제로는 그냥 피곤에 절어 있던 것일 뿐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참 단순한 문제인데도 그걸 깨닫기까지 왜 이리 오래 걸리는지.


불안감은 다시 조급함을 불러일으킨다. 일을 벌리고 수습하고 성장하며 쫓아가느라 운동은 다시 뒷전으로 밀리게 된다. 악순환도 이런 악순환이 없다. 정말 단순하고 명확한 구조인데도 끊어내기가 쉽지 않다. 마치 자명종을 끄고 다시 잠들기를 반복하는 것처럼, 알면서도 계속 같은 패턴에 빠진다.


이렇게 밀린 게 몇 주째인지 기억도 나지 않는다. 운동화는 현관에서 나를 원망스럽게 바라보고 있고, 운동 앱은 며칠째 조용하다. 오늘은 잠시라도 좀 뛰고 와야겠다. 10분이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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