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자기 온 병이 내게 준 선물
장염 걸려보신 분 있나요
by OO칠haeundae Dec 21. 2024
갑자기 장염이 걸린 이유를 아직 저는 알지 못합니다.
하지만 대충 짐작은 가능해요. 뭘 잘못 먹었는지,
잘못 감염되었는지 아니면 스트레스가 너무 심했는지.
그중에 하나였겠지요.
병원에서는 이야기합니다. 거의 입원 직전까지 간 심한 중증 장염이라고요. 하지만 원인불명이고, 그 원인은 중요치 않다고. 이틀에 걸쳐 물 설사를 스무 번 가까이했기 때문에 그 정도 심각성은 이미 예견을 하긴 했습니다. 그나마 독감이 아니라 다행일 뿐이죠.
수액을 맞을 일이 평생 없을 줄 알았는데.. 좋은 경험입니다^^
자주 아파 보진 않았지만 아플 때면 항상 느낍니다. 스스로가 초라해지고 특히 매우 겸손해진다는 것을요.
어찌 보면 이는 선물입니다. 잠깐의 병을 통해 현재가 선물이라는 뜻을 제대로 상기시킬 수 있습니다.
물 한 잔의 청량감, 곤히 잠에만 빠져들 수 있는 평온함, 언제든 먹고 싶은 음식 가려먹지 않을 수 있는 자유로움, 언제든 밖을 누비고 다닐 수 있는 활력 등 이것들은 모두 우리가 늘 누리고 있었던 것들입니다. 하지만 너무 당연해서 그냥 지나쳤던 거죠.
아픈 당일은 종일 물만 먹고, 이틀째에는 흰 죽만, 아픈지 3일도 안되었지만 아프다는 핑계로 주야장천 누워 무기력하게 티비와 폰만 보던 와중에도 병이 나으면 가장 하고 싶은 것이 머릿속을 스치고 지나갑니다.
첫 번째는 따스한 커피 한 잔, 두 번째는 나가서 뛰어놀기였죠.
커피애호국인 우리나라에서 단연 '커피 한 잔'의 향긋한 여유를 빼놓을 수 없죠.
그리고 불건강한 몸을 보며 내가 만약 일주일 전에 조깅도 하고 푸시업도 더 열심히 했더라면 이렇게나 몸이 망가졌을까 하는 생각에 당장 밖으로 나가 '뛰어놀며 운동' 하고픈 욕구가 머릿속에 선명히 그려졌습니다.
역시 인간은 어리석은가요?
거의 최적의 혈압상태네요. 역시 아파서 겸손해지니 혈압도 정상.
혹시 내가 지금 아프다면, 어떤 지점에 와 있는지 짐작 가능한 가장 확실한 기회입니다.
일단, 저로서는 일을 무리하기도 했습니다. 또한 일에 매몰되어 자기관리를 전혀 하지 못했죠.
일을 무리했다라는 건 팍팍한 삶의 단면을 보여주기도 하고, 그 상황을 극복하려는 열정이기도 하며 욕심의 민낯이기도 합니다. 가장으로서 이 일 저 일 펼쳐놓았으니 다 잘 해내고 싶지만 능력치는 따라가 주지 못하고, 오프라인 온라인 둘 다 살려내려 하지만 어느 하나도 집중하지 못하고 있는 둥..
이유야 어찌 됐든 청년기혼남성의 까무러침은 그 누구도 막을 수 없지 않을까요. 문제는 마음과 달리 몸이 버티지 못할 때가 종종 있다는 겁니다. 이번 저처럼 말이죠.
그렇기에 단순한 습관 안에 건강한 식이와 운동, 양질의 수면이라는 자기관리를 빠트리면 아무리 청춘의 몸이라 한들 저처럼 예고 없이 휘청이게 될 겁니다. 아, 그리고 하나더 '생각 줄이기' 생각이 너무 많아도 면역이 떨어집니다.
늦게 일을 마치고 오는 날이 잦아 어김없는 보상심리로 야식을 즐겨했고, 운동은 업무로 인한 피로도로 늘 미뤘으며, 새벽 넘어 취침 후 기상시간에 쫓겨 일어남을 반복하다 보니.. 생체리듬이 무너지고 면역은 떨어지며 소화계가 내란을 일으키어 결국은 지금의 파동에 이르렀지 않았나 돌이켜봅니다. (다만 정말 잘해온 건, 절주와 금연이죠.)
너무나도 땡겼던 삼계죽으로 첫 끼 달래봅니다.
대한민국 2030 미혼 기혼 청년 분들 모두 파이팅입니다.
결국은 이게 제가 하고 싶은 말입니다.
인생살이 너무나 값지고 벅찬 선물이지만 내 기대치와 생각만큼 잘 살아가기 위해선 현실은 꽤나 힘겹고, 버텨내야 하는 구간들 천지입니다.
그럴수록 나에 대한 존중과 탐구를 더 뾰족하고 세밀하게 할 시간을, 휴식을 마련하여 그곳에 비중을 두고 집중해 보는 기회를 삼아보시면 좋겠습니다.
만약, 그래도 그 틈이 안 보인다면 저처럼 잠시, 갑자기 아플 날이 올 거예요. 그러면 그런 때라도 쉬어가며 생각해 보아요. (물론 절대 장염은 안 됩니다. 홀로 수치와 고통의 반복입니다.)
우리 모두 마음, 몸 둘 다 튼튼한 부자가 되어 세상에 도움을 주고 나 자신을 평정하기 위해 서로 응원해줍시다!
_메모콜렉터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