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쇼핑하는 세대, AI에게 ‘가면’을 씌우다

퍼스널 컬러로 읽는 프롬프트 작성법

by 김형수

요즘 세대가 지갑을 여는 방식은 꽤나 흥미롭습니다. 10만 원이 훌쩍 넘는 비용을 들여 자신의 피부가 ‘웜톤’인지 ‘쿨톤’인지 진단받고, 유전자 검사 키트에 침을 뱉어 카페인 분해 능력이나 탈모 가능성을 확인합니다. 단순히 MBTI를 확인하는 것을 넘어, 자신의 성향에 딱 맞는 향수와 여행지를 추천받는 데도 돈을 아끼지 않습니다.


기성세대의 눈에는 과도한 자기애나 불필요한 지출로 보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 이면에는 ‘불확실성 제거’라는 명확한 실용주의가 자리 잡고 있습니다. 정보 과잉의 시대에 자신에게 맞지 않는 물건을 구매해 낭비하는, 이른바 ‘실패 비용’을 줄이려는 전략인 셈입니다. 그들은 자신을 고해상도로 이해함으로써 오직 최적의 선택만을 남기고자 합니다.


'거울 속의 나는?'_AI이미지 by 김형수


여기서 묘한 아이러니가 발생합니다. 나를 규정하는 데는 그토록 예민하던 감각이 생성형 AI라는 거울 앞에서는 이상하리만치 무뎌진다는 점입니다. 우리는 종종 자신의 맥락을 모두 배제한 채 AI에게 건조한 명령어를 던져버리곤 합니다. ‘보고서 써줘’, ‘기획 아이디어 좀 줘.’ 나의 결핍을 고민하기보다는 마치 자판기 버튼을 누르듯 기계적인 태도로 일관하는 것입니다.


하지만 내 피부가 웜톤인지 쿨톤인지 구분하려는 그 예민한 감각이야말로, 사실 AI를 다루는 데 가장 필요한 핵심 역량입니다.


AI에게 페르소나를 부여하는 행위는 단순히 "너는 지금부터 마케터야"라고 역할을 지정하는 기술적 팁이 아닙니다. 이는 내 안의 결핍을 채워줄 파트너를 가상의 공간으로 불러내는, 일종의 '문화적 의식'에 가깝습니다. 우리가 현명한 쇼핑을 위해 스스로를 철저히 분석하듯, AI로부터 최적의 답을 얻기 위해서는 내가 처한 상황과 내게 부족한 시각을 먼저 깊이 이해해야 합니다. 같은 시장 조사를 시켜도, 내가 서 있는 위치에 따라 AI에게 씌워야 할 '가면'의 종류가 완전히 달라져야 하기 때문입니다.


가령 실무자라면, 자신의 부족한 경험을 보완하고 실수를 예방해 줄 ‘꼼꼼한 사수’의 페르소나가 필요합니다. “너는 15년 차 베테랑 편집자야. 내 기획안의 오타를 잡고, 논리적 비약을 찾아 빨간 펜 선생님처럼 지적해 줘.” 이렇게 요청할 때, AI는 비로소 내 실무의 빈틈을 메워 주는 가장 확실한 안전장치가 됩니다.


반면 중간 관리자에게는 시각이 달라집니다. 실무진의 안을 검토하고 윗선을 설득해야 하는 그에게는 단순한 동조보다 뼈아픈 비판이 필요합니다. 이때 AI는 냉철한 ‘벤처캐피털(VC) 투자 심사역’이 되어야 합니다. “너는 비판적인 투자 심사역이야. 우리 팀 아이디어의 사업적 약점이 무엇인지, 최악의 시나리오를 가정하고 집요하게 파고들어 줘.” 이 페르소나를 통해 관리자는 자신의 논리를 더욱 단단하게 다듬을 수 있습니다.


'페르소나의 가면들'_AI이미지 by 김형수


자신의 자리에서 보이지 않는 ‘사각지대’를 먼저 헤아릴 때, 비로소 그 빈틈을 메워줄 가장 적절한 타자를 상상할 수 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자기 이해를 위한 소비’와 ‘AI 페르소나 설정’은 묘하게 닮아 있습니다. 소비가 나에게 맞는 물건을 찾기 위해 ‘취향’을 분석하는 과정이라면, 페르소나 설계는 나에게 필요한 지적 결과물을 얻기 위해 나의 ‘빈틈’을 먼저 정의하는 과정이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흔히 프롬프트 엔지니어링을 난해한 코딩이나 기술의 영역으로 오해하곤 합니다. 하지만 탁월한 프롬프트는 결코 기술적 기법만으로 완성되지 않습니다. 그것은 "지금 내게 결핍된 것은 무엇인가?", "나는 어떤 관점의 조언이 필요한가?"를 스스로 파악하는 메타인지(Meta-cognition), 즉 ‘나를 바라보는 눈’에서 비롯됩니다.


젊은 세대가 퍼스널 컬러에 열광하듯, 이제는 자신에게 맞는 '퍼스널 AI 페르소나'를 쇼핑하듯 까다롭게 선택해야 할 시점입니다. 나를 깊이 이해하는 사람만이 비로소 나의 빈틈을 채워줄 가장 정확한 '가면'을 AI에게 씌울 수 있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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