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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수련 Jul 30. 2023

적기에 만난 인연들

* 2021년 여름에 쓴 글을 다듬어 이제야 발행한다. 여전히 유효한 문장들, 나도 모르게 잊고 있던 마음들.


이직 하게 되었다. 내게 올여름은 회사의 업무들을 마무리하느라 정신없는 시간이었다. 하나  착착 빠르게 정리해 나가는 와중에회사 동기들만 생각하면 왠지 모르게 멈추어 울컥하는 기분을 느끼곤 했다. 회사를 옮기면 일상에 크고 작은 변화가 생기리라는  각오하고 있다. 그럼에도 역시 가장 아쉬운  회사 친구들과  이상 용건 없이 보기 힘들어진다는 사실이다.  지점에서 어느  시절이 저물어간다는 느낌을 받고 있다.


우리 셋은 대체로 아침부터 밤까지 끊임없이 연락을 하곤 했다. 사무실에 나란히 앉아서 일에 대한 진지한 고민부터 그냥 귀여운 고양이 자랑 같은 신변잡기적 일상까지 참으로 넓은 스펙트럼에 펼쳐져 있는 대화들을 나눴다. 내가 카톡으로 던진 농담에 파티션 너머로 웃음이 새어 나오면 그게 그렇게 재미있었다.


사랑만큼이나 우정도 타이밍이 중요하고, 그런 의미에서 비교적 초년차에  동기들을 만난   행운이라고 생각한다. 지금 회사는 내가 사회생활을 시작하고 다닌 두 번째 회사였다. 처음  회사에 입사했을 때의 나는 말하자면 '현타' 세게 맞은 상태였다. 오랫동안 꿈꾸던 업계에 들어왔으나 짧게 다닌  회사에서 민낯이랄지 현실이랄지 아무튼 예쁘지 않았던 무언가를 마주한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었다. 그리하여 약간의 허세와 냉소를 가지고  기대 없이 두 번째 회사에 입사했다. 또다시 기대했다 실망하고 싶지 않았다. 


그러나 동기들과 나눈 매일의 대화는 나를  풍성한 사람으로 만들어 줬다.  시기에 둘을 만나지 않았더라면, 어쩌면 이미 지쳐서 새로운 일을 찾아 났을 수도 있고, 많은 게 두려워 가시를 세우고 냉소로 점철된 사람이 되었을 수도 있다. 모르긴 몰라도 내가 되고 싶은 나의 모습은 아니었을 테다.


비슷한 고민을 하고 비슷한 문제의식을 가진 사람들과 양질의 대화를 꾸준히 나누다 보면, 나도 모르게  좋은 사람 더 멋진 사람이 되고 싶어 진다. 둘과 이야기 나누며 마구잡이로 펼쳐져 있던 생각들이 조금씩 정리되는 경험을 했다. 무엇보다 드라마에 대한 둘의 진심을 보며  배웠다. 이 친구들은 내게  그럼에도 잊지 말아야  것들을 잊지 않게 해주는 사람들이었다.  

   

나를 '멘탈위원장'으로 추대하고  말들을 대단히 여겨줬지만, 사실은 내가  시간을 버틸  있었던 이유는   친구들이었다. 서로에 대한 응원의 마음이 항상 바탕에 깔린 관계가 있어 일을 하며 겪은 많은 감정적 풍파 속에서도 버틸  있었다.


신중하게 고른 선물을 주고 싶고, 편지를 쓰고 싶고, 밥은 잘 챙겨 먹었는지 궁금해지는 관계를 오랜만에 새로 만들어본  같다. 굳이 꺼내어 보여주고 싶은 마음들이 많이 생겨났다. 내가 로운 회사에 가서 누구한테 괴롭힘을 당할까(?) 미리 걱정하고 성내주는 둘의 다정한 말들을 떠올리면 나는 더 씩씩하게  살고 싶어 진다. 


우리가 이 업계에서 오래도록 든든한 마음으로 살아남아 언젠가 서로의 믿음직스러운 뒷배가 되어줄 수 있을까? 농담 같지만 그럴  있다고 믿는다. 하필 지금  시기에 이 사람들을 만나 우정을 나눌  있어 좋았다.


마지막 출근날. 동기의 티셔츠를 적신 눈물 자국이 재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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