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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수련 Jul 23. 2023

흘러가는 생각, 사라지는 꿈들은 어디로 갈까?

기록의 단상

3 4 강행군 일정으로 출장차 지방에 와있다. 최소한의 수면 시간을 확보하려면 숙소에 도착하자마자 신속히 씻고 아무런 생각도 하지 말고 곧장 자야 하지만, 어제는 잠에 취해 얼빠진 정신으로 꾸역꾸역 일기를 썼다. 이번 달부터 다시 일기를 쓰기 시작했고 매일 꾸준히 뭔가를 쓴 지도 어느덧  ,  흐름을 깨고 싶지 않아 출장 가방에 일기장을 쑤셔 넣고 다. 대부분의 날이 그렇듯 어제도 대단한 깨달음이나 오래 기억에 남을 만한  사건 없던 하루였지만, 그래도 막상 펜을 들면 일기장  페이지를 채울  줄의 글은 애쓰지 않아도 쓰였다.


그러고 보니   전부터 뜬금없이 꿈을 기록하기 시작했다. 비몽사몽 침대 옆에  핸드폰을 들고 뭔가를 적을 때와 아무것도 적지 않았을 , 남는 기억이 극적으로 다르다는 게 재밌었다. 꿈은 잠에서 깨는 순간 빠른 속도로 희미해진다는  새삼스럽게 체감했다. 조금 이따 적어야지, 생각하며 일어나 물이라도   마실라치면 이미 꿈의 기억은 사라지고 뭉뚱그려진 감정의 잔상만 남았다. 그리고  감정마저도 반나절을 못 가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흘러가는 생각, 사라지는 꿈들은  어디로 갈까? 요새 부쩍 이런 생각을 자주 했다. 그래서 갑자기 뭔가를 열심히 기록하기 시작했는지도 모른다. 기억의 조각은 그렇게 애써 붙들지 않으면 순식간에 사라지고, 그렇게 사라지는  보고 있자면 어쩐지 중요한  놓치는 기분이 들었다.


그렇게 모인 일상이나 꿈의 기록들은 대체로 시시했다. 정리되지 않은 감정들(진짜 짜증난다)이거나, 이걸 굳이 남길 가치가 있나 스스로도 의문이 드는 하루 일과(누굴 만나  먹었다,  맛있었다), 혹은 맥락 없는 퓨전 개꿈(회사 선배들과 의지를 다지려고 스카이다이빙을 했다, 친구가 마약을 해보고 싶다고 해서(?) 집에  있던 남은 마약(?!) 줬다, 피식대학 민수한테 고백받았다  다수의 황당 에피소드) 대부분이다.


이것들을 열심히 건져내어 기록하는  무슨 의미가 될지 지금은 알 수가 없다. 나중에  모든 조각들이 모여 어떤 맥락이 있는 그림이 될지, 그저 각자의 동그라미들로 남을지는 모르겠다. 그럼에도 매일 꾸준히 애써 허리를 굽혀 뭔가를 줍고 건지고 하다 보면, 대체로 무의미해 보이는 순간들에도 조금은 의미가 생기고 멜로디가 지 않을까 믿어본다. 오늘 밤에도 일기를 고 잘 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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