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수련 Sep 24. 2023

내 몸과 함께 걷기

산다는 건 내 몸 구석구석을 어르고 달래어 데리고 걸어가는 게 아닐까? 삶이 고작 그런 거냐고 시시해하기엔 요즘의 나에겐 그게 삶의 가장 핵심 같다.


사실 처음 이 글감을 생각할 때만 해도, 요새 잠을 담당하는 몸의 기관들이 말을 잘 들어줘서 기특하다는 마음이었다. 안 그래도 바쁜데, 내가 잘 수 있는 시간의 틈은 늘 정해져 있는데, 고맙게도 그때 딱 잠에 들어 숙면을 취할 수 있음이 기뻤다.


그러나 이틀 전엔 아무리 노력해도 잠이 안 와서 결국 1시간 남짓을 자고 5박 6일 출장길에 올랐다. 스위치를 끄듯 정확하게 계산된 휴식 시간에 잠에 들 수 있는 건 얼마나 축복인지 새삼 느끼며, 그보다 며칠 전까지 말을 잘 들어줘서 기특하다던 몸을 원망했다.


숙면에 좋다는 4,7,8 호흡법을 하며 잠자리에 들려 애써보았지만 야속하게도 시간은 가고 잠은 안 왔다. 8초 간 숨을 후 내쉴 때면 몸에 힘이 빠지며 금방이라도 잠이 들 것 같은데, 다시 4초 간 들이쉴 때면 세상 근심을 들이쉬듯 잠에서 깼다.


그러고 보니 또 며칠 전에는 난생처음 카페인 민감증을 극심하게 겪기도 했다. 큰 사이즈 아메리카노와 박카스, 고용량 비타민을 아무 생각 없이 주는 대로 받아먹고는 갑자기 찾아온 두통과 두근거림, 울렁거림으로 몇 시간을 괴로워했다. 새삼스럽게 내 호흡과 심장의 두근거림 같은 게 크게 느껴졌다.


여전히 각종 시행착오를 겪고 있지만 점점 몸과의 협의를 하듯 이러저러한 삶의 원칙 같은 게 하나 둘 생긴다. 장거리 이동을 할 일이 많으니 위장을 위해 절대 과식을 하지 않는다. 커피는 하루에 작은 걸로 한 잔만, 가능하면 디카페인으로 2시 전에 먹는다. 안 먹을 수 있으면 더욱 좋다.


먹고 싶은 대로 먹고 베개에 머리만 대면 자던 어린 시절을 그리워하다 생각해 보니, 그때는 또 차멀미가 심해 어디 차를 탈 때면 늘 바짝 긴장해 있었었지.


때론 지극히 예민하고, 또 한 편으로는 무척이나 무딘 몸뚱이를 이쪽저쪽으로 탐구하고 또 대체로 눈치 보보내는 나날이다. 같이 걸어갈 길이 구만리이니 앞으로도 잘 부탁해.

작가의 이전글 난 슬플 땐 음악을 들어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