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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수련 Oct 15. 2023

나는 행복합니다

벌금 25만 원을 냈지만

결국 벌금을 내고 말았다. 33주를 어떻게든 꾸역꾸역 이어서 써오던 브런치 글을 지난주에는 끝내 쓰지 못한 탓이다. 현존하는 대한민국의 글쓰기 모임 벌금 중에 가장 고액이 아닐까 싶은 무려 25만 원의 벌금을 모임원들에게 냈다. 운전을 하다 법을 어겨도 벌금을 25만 원이나 낼 일은 거의 없을 텐데...


하필이면 정말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한 주를 보냈으니 핑계는 있었다. 그러나 결정적으로는 일요일 저녁때쯤 전의를 잃어버린 탓이 컸다. 난 안 될 것 같아... 그리고 전의를 잃은 건 무엇보다 이 글쓰기 모임이 너무 좋 때문이다! 정말이라고!


같이 글을 쓰는 사람들은 처음 3명에서 시작하여 이제 6명이 되었다. 매주 서로의 근황과 내밀한 생각들을 나누는 사이가 되어서인지, 최근 오랜만에 만난 모임원 A와 그간 어떻게 지냈는지를 물으려다 이미 서로의 일상을 다 알고 있어 웃겼다. 인스타그램 같은 SNS로 전해 듣는 소식보다 확실히 밀도 높은 근황을 공유받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일요일 저녁이면 이들이 저마다 자기 방 책상 앞이든, 카페 테이블이든, 일터의 어느 구석이든 앉아서 잠시 온전히 혼자만의 시간을 갖고 있을 것을 안다. 그런 상상을 하면 뭔가 써내야 한다는 괴로움과 외로움 앞에서 조금은 든든한 마음이 든다. 그래서 결국 그날 저녁, 내가 이 소중한 사람들한테! 5만 원씩을 못주겠나!! 하는 위험한 생각에 이르러버린 것이다. 그렇게 아무 글이라도 써서 벌금을 내는 일만은 막아보겠다는 생각을 깨끗하게 폐기하고 어쩐지 홀가분한 마음으로 마저 하려던 일을 했다.


그렇게 글을 써서 돈을 벌기는커녕 25만 원을 잃었다. (한 명이 끝끝내 받지 않아서 사실은 20만 원) 5명에게 차례로 5만 원씩을 송금하며 다음 주에는 이 에피소드를 글감으로 브런치 글을 써야지 생각했고 지금 실행에 옮기고 있는 것을 보면 나.. 제법 브낳괴일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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