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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수련 Oct 29. 2023

소재

매주 한 편의 글을 써내자면 매 순간 호시탐탐 이번 주에는 뭘 쓰나 고민하며 살아야 한다. 요 며칠 산을 돌아다니며 촬영을 했는데, 바닥의 돌들을 피해 내 신발만 보며 오르막을 걷다 갑자기 뜬금없이 취업 준비생 시절에 했던 고민들이 떠올랐다. 메모장을 켜 간단히 적어두었다. 그렇게 삶의 어느 구석에서 문득 떠오른 것들은 뭉치고 뭉쳐 한 편의 글이 되기도 하고 그냥 계속 조각으로 남기도 한다.


글이 되는 기준은, 딱히 의도한 건 아니지만 대체로 내 안에서 그 일에 대해 결론이 내려졌는지 여부이다. 너무 작아 달랑 이게 결론? 싶기도 하지만 하다 못해 작은 다짐이라도 할 수 있는 소재만이 글이 된다.


희망찬 BGM과 함께 깨달음의 내레이션이 나오는 드라마의 개운한 엔딩을 선호하는 내 취향 때문일까? 혹은 그냥 결론이 난 이야기를 쓰는 것이 훨씬 쉬우니까? 아직 정체를 완전히 파악하지 못한 감정이나 상황을 묘사하는 일에는 섬세함과 공력이 더 필요하니까? 모르겠다.


그러다 보니 여전히 내 안에서 소화되지 못해 쓰지 못한 소재들이 제법 많다. 메모장에 단어들로만 존재하는 소재도 있고, 애초에 적을 필요도 없이 자주 생각하고 있는 것들도 있다. 내 안의 구질구질한 열등감, 아직 극복하지 못한 슬픔, 답이 나지 않은 고민 같은 것. 그런 것들은 우선 밀어 두고 작게나마 결론을 내리고 다음 챕터로 페이지를 넘길 수 있는 글들을 쓰게 된다.


영원히 넘길 수 없는 페이지도, 깨닫지 못한 사이에 살랑 분 바람에 저절로 넘어가 있는 페이지도 있을 것이다. 다음 주에는 또 어떤 글을 쓰게 될까? 글을 쓰지 않을 때보다 내 생각과 일상을 좀 더 자세히 들여다보게 되었지만 매주 한 편의 소재를 찾는 일은 여전히 어렵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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