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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수련 Dec 18. 2023

내 꿈의 근처라도

빈지노가 부릅니다 Always Awake

1월 1일 새해 처음 듣는 노래를 그 해의 주제가로 삼는다. 새해 첫날은 평소에 흘려듣던 플레이리스트 속 가사들을 신중하게 정독하며 노래를 고르고 플레이 버튼을 딱 누르고 나면 그 어느 때보다 음미하며 듣곤 한다. 


2018년 첫 곡은 빈지노의 Always Awake였다. 그러려고 고른 건 아니었는데, 결론적으로 그 해엔 격무에 시달리느라 실제로 Always Awake의 나날을 보냈다.


그때 내가 꽂혔던 가사는 여기였다. <난 내가 내 꿈의 근처라도 가보고는 죽어야지 싶더라고> 텍스트로 옮기니 어쩐지 간지럽지만, 재즈 선율 위로 힘 있게 뱉는 그 가사는 사회 초년생인 나를 가슴 뛰게 하기에 충분했다. 그래! 마! 근처라도 가보고 죽어야지!


오늘 아침 일요일이지만 어김없이 출근 준비를 하다 오랜만에 그 노래를 들었다. 2018년만큼은 아니지만 여전히, 다른 건 다 흘러가도 그 가사는 마음에 남았다. 마!!


<공부 9단 오기 10단> 같은 자기 계발서를 즐겨 읽던 중학생 시절 자기 계발 girl의 자아가 시시때때로 튀어나와 나의 열정에 불을 지르는 걸까? 요즘 대세는 그거 아닌데...


같은 동네에 살아 요즘 출퇴근을 자주 같이하는 동료 언니가 있다. 언니는 방송만큼 업무 강도가 높다는 광고업계에서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과로라면 이미 남부럽지 않게 해 본 언니는, 하나하나 확인하고 혹시나 뭔가 문제가 생길까 전전긍긍하느라 또 퇴근이 늦어진 내게 오"근데 진짜로 그런 건 다 안 중요해"라고 했다. 일 말고 건강도 행복도 돌보라는 말이었다. 암 그렇지 맞는 말이지 고개를 끄덕이려는 찰나 또 빈지노의 노래가 맴돈다. 어쨌든간... 인생은 딱 한 번...


전히 노선을 정하지 못한 채 '내 꿈의 근처라도 가보고 죽어야지'와 '진짜로 그런 건 다 안 중요해' 사이 어딘가를 표류하며 보내는 연말이다. 2024년 첫 곡으로는 뭘 들을까, 고민이 깊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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