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을 소비하는 '피크닉'
시간을 소비하는 '피크닉'
음악으로 완성되는 장면이 있다. 화룡점정을 찍듯 노래가 더해질 때 비로소 채워지는 그런 순간이. 그 완벽한 순간을 즐기기 위해 이번 피크닉에도 어김없이 블루투스 스피커를 챙긴다. 피크닉 장소에 도착해 자리를 잡고 의자와 테이블을 펴고 나면 스피커를 켠다. 적당히 부드럽고, 적당히 청량한, 적당히 몸을 들썩일만한 음악이 들릴 때, 그제야 피크닉이 시작된다.
피크닉을 다니자고 다짐했던 날이 있다. 올림픽 공원으로 데이트하러 갔던 어느 가을 날, 손을 잡고 걷다가 '나홀로 나무' 근처에 자리를 잡고 앉은, 들고 있는 건 핸드백 하나가 전부라 엉덩이에 뭘 깔고 앉을만한 것도 없었던 그날. 우리는 약간 축축한 잔디밭에 풀썩 자리를 잡고 앉아 하염없이 시간을 보냈다. 시답잖은 농담으로 웃었고, 아직 먼 미래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약간은 비현실적인 희망 사항을 주고받았고, '나홀로 나무' 앞에서 사진 찍는 사람들을 말없이 바라보았다. 따뜻한 가을 해가 가지고 해가 뉘엿뉘엿 질 무렵, 우리는 어디선가 흘러나오는 노래에 귀를 기울이며 시간을 보냈다. 멀찍이 떨어져 앉아 있는 누군가의 플레이리스트를 함께 들으며 우리는 또 이런 시간을 갖자고 약속했다. 그때는 의자도, 커피 한잔을 올려 둘 테이블도, 노래를 들을 스피커도 챙기자면서.
우리는 종종 그날 들었던 노래에 관해 이야기한다. 무던히 느껴지던 바람과 살짝 낮아진 온도에 어울리던, 마치 그 시간을 위해 준비된 것 같았던 그 플레이리스트에 대해. 귀에 익은 노래도, 낯선 노래도 있었지만 마치 하나인 것처럼 이어졌던 선곡. 노래가 흘러나오는 곳을 찾아가 플레이리스트에 대해 묻고싶었지만, 굳이 그런 용기는 내지 말자고 했었다. 바람을 타고 들어오는 가을 냄새와 그 냄새를 닮은 노래들. 접은 용기가 못내 아쉬워 자리에서 일어나기 전에 찾아본 곡은 Ed sheeran의 photograph 였다.
그날의 무드를 떠올리며, 피크닉을 위한 플레이리스트에 곡을 추가한다. 생각나지 않아 미처 넣지 못한 노래와 최근 '좋아요' 목록을 살피며 봄날에 어울릴만한 노래를 골라 차곡차곡 채워 넣는다. 피크닉 하기 좋은 날씨와 좋아하는 노래의 콜라보레이션, 피크닉을 떠나기도 전에 황홀하다. 내 피크닉에 노래가 빠질 수 없는 이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