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의 소비 : 론체어
나는 이미 캠핑용 의자를 하나 가지고 있다. 직접 앉아보고 산 튼튼하고 편안한 하이브로우 의자. 디자인도 기능성도 만족스러운 의자다. 그런데 얼마 전, 나는 론체어 라는 새로운 의자를 또 샀다. 딱히 필요한 물건은 아니었다. 그저 눈에 들어왔을 뿐이다. 클래식한 알루미늄 프레임과 알록달록한 웨빙에 처음 본 순간 마음이 기울었다. 충동적으로 구입했고, 처음엔 꽤 만족스러웠다.
하지만 시간이 조금 지나자 이상한 기분이 들기 시작했다. 앉아보면 어디에도 불편할 것 없는 의자가, 이상하게 나를 불편하게 했다. 이미 창고 구석에 의자가 있는데 또 다시 새로운 것을 샀다는 사실이 조금 찜찜했다. '필요해서' 라든가, '오래 쓸 수 있어서' 같은 핑계가 필요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론체어는 단순히 예뻐서 산 물건이었다. 설렘에 들떠 있던 나는, 어느덧 이 의자에서 타당성을 찾고 있었다.
나는 물건이 스스로 목적성을 증명하길 바란지도 모른다. 사실 "나를 사길 잘했지?"라며 내 소비가 헛된 일이 아니길 확인 받길 원했다. 하지만 론체어는 아무 말이 없었다. 그저 팬트리의 또다른 구석에 조용히 서 있었다. 내가 예뻐했던 그대로, 나를 바라보며.
그러다 본래의 목적과는 동떨어진 소비에 대한 순간들을 돌이켜보았다. 사실 세상에 모든 물건이 실용적일 필요는 없고, 모든 선택이 명확한 이유를 가져야 할 필요도 없다. '예쁜 것'을 예뻐서 산다는 건 내 마음을 움직이는 일종의 본능이다. 분명 목적과는 다른 나름의 의미가 있다. 물건이 예쁘다는 건, 그것이 내 시선과 마음을 사로 잡았다는 뜻이다. 무심히 지나쳤을 수도 있는 순간에, 나는 잠시 멈춰 섰다는 것이다.
우리집 팬트리 속 론체어는 그때 내가 느낀 감정과 닮아 있다. 짧고 강렬했던 설렘이 그 물건의 형태로 남아 있는 것이다. 따뜻한 봄날에 함께라면 어디서든 기분 좋은 일탈이 될 것 같아 들떴던 충동이 떠오른다. 어떤 물건에 그런 기분이 남아 있다면, 어쩌면 그 물건은 충분히 제 역할을 다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사실 이 의자가 나를 꼭 필요로 하는 자리로 데려다주지 않아도 괜찮다. 목적 없는 소비 속에서 우리는 때로 길을 잃지만, 그 길에서 발견하는 작은 기쁨들은 내 취향이 담긴 사소한 선물 같은 것이다. 그렇게 예쁜 물건이 내게 잠깐이라도 설렘을 주었다면, 그걸로 충분하지 않을까?
팬트리를 열다 마주친 론체어는 여전히 조용하다. 그것은 나를 기다리지도, 나를 재촉하지도 않는다. 나는 창고 문을 닫으며 괜히 다시 한번 그 의자를 바라본다. 목적을 잃은 소비 속에서도 남는 것이 있다. 누군가는 충동이라고 할 수 있으나 어쩌면 그건 삶을 조금 더 예쁘게 만드는 작은 순간들인지도 모른다.